기사입력시간 19.06.14 07:13최종 업데이트 19.06.14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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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부터 전공의까지 의사 1명 양성에 10년간 1억9000만원 소요, 의사 양성 비용 분담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전공의, 양질의 교육을 받는 의사로③] 연세의대 의학교육학교실 양은배·정한나 교수

전공의는 더 이상 값싼 진료를 하는 노동자가 아닌 양질의 교육을 받아야 하는 의사로 인식돼야 한다. 올바른 전공의 교육을 통해 사회적으로 필요한 전문의사를 양성하고 환자 안전과 필수의료 공백 해소를 위해 의료계와 정부 모두가 나서야 한다. 이를 위해 의료계는 전공의 교육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하고, 정부는 전공의 교육 환경 개선을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   

메디게이트뉴스는 5월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주최로 열린 '의사 양성비용 국가지원 모색 토론회' 후속 기획으로 전문가들과 함께 전공의 교육과 이에 대한 지원의 필요성을 짚어봤다.  

[전공의, 양질의 교육을 받는 의사로]
①좋은 의사는 사회의 핵심자산, 좋은 의사를 원한다면 바람직한 교육방안도 함께 고민을
②전공의법 시행 이후에도 여전한 진료 과부하, 의사 건강이 곧 환자 건강이자 국가 건강

의사 1명 양에 10년간 1억9000만원 소요, 의사 양성 비용 분담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우리나라의 의료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며, 최고의 지식과 기술을 가진 의사들이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의료 선진국이라 불리는 일부 국가와는 의료 기술이 차이가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기는 하지만, 세계 각국은 국내 의료 기술에 주목하고 있으며, 이를 배우고 제공받고자 하는 외국인들의 수요가 매년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일반 국민들도 잘 알고 있듯이 ‘의사’라는 단어는 의과대학을 졸업한 후, 인턴과 전공의 수련을 마치고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사람을 의미하는 단어다.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의사면허시험에 합격하면 곧바로 의사가 되기는 하지만, 그들을 의사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의사면허 취득 후 수련을 받는 의사라고 생각한다.

의료서비스가 제공되는 현장에서 만나는 대부분의 의사는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의사들이다. 그래서 우리는 의사 한 명을 양성하는 데 10년이 걸린다고 말한다.

의사 한 명을 양성하는 비용은 얼마나 소요될까? 최고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의사를 양성하는 비용은 누가 부담해야 할까? 이 두 가지 질문은 우리가 그동안 관심을 갖지 못했거나, 개인 또는 의료계의 문제로만 방치해 두었던 사항이다. 초중등교육비, 고등교육비, 사교육비, 적정 등록금 등 교육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많았던 것에 비하면 최고의 의사를 양성하는 교육비에 대한 연구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으며, 이러한 교육과 수련 비용 분담에 대한 사회적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의사 양성 비용과 공공지원의 필요성

의사 양성 비용 분석에 포함되는 항목은 연구자에 따라 분류 방식에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인건비, 교육(수련)-활동경비, 관리운영경비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러한 분석 모형에 따라 우리나라 의사 1명을 양성하는 비용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17년 기준으로 의과대학 학생 1인당 연간 교육비용이 3835만원, 전공의 수련 교육비용은 수련의 1인당 8267만원으로 나타났다(양은배 등, Ron 등의 2014년 연구에 따르면 미국은 수련의 1인당 2억 정도). 해당 비용은 교육기관의 규모, 교육(수련)과정, 인건비 수준, 수련 영역, 교육 및 수련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의과대학 교육 단계부터 인턴과 전공의 수련 단계까지 교육과 수련을 받는 총 인원을 반영한 의사양성의 총 비용을 계산해 보면 연간 약 1조 9000억원 정도이다(의과대학 교육 5800억원, 인턴과 전공의 수련 1조 3200억원).

의사 양성 비용에 대한 공공지원의 필요성은 오래전부터 논의돼 왔다. 많은 사람이 의사 양성 비용의 공공지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왜 필요한가에 대해 의아해 할 수 있겠지만, 의료서비스의 몇 가지 특성만 살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첫째, 의료서비스는 경합성(소비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편익이 감소)과 배제성(일단 공급이 되면 소비를 막을 수 없음)을 가진 사적 재화인 동시에 가치재이다. 의료서비스를 사적 재화로 규정하면 이윤 극대화 논리에 따르게 되고, 개인의 경제 수준에 따라 의료 혜택의 양과 질이 달라지게 된다. 그렇기에 의료서비스는 사회적 가치가 부여되고 공공지원이 정당성을 얻게 된다.

한양대 남진우 교수는 의료서비스나 의무교육을 대표적인 가치재로 분류하고 공공지원의 정당성을 말한 바 있다. 미국, 일본, 영국 등 많은 국가에서는 오래 전부터 의료서비스를 가치재로 인식하고 인력 양성 단계부터 공공지원을 의무화하고 있는 점도 그러한 반증이다.

둘째, 의료서비스는 인간의 생명과 직결되는 필수공익사업이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71조 2항은 ‘그 업무의 정지 또는 폐지가 공중의 일상생활을 현저히 위태롭게 하거나 국민경제를 현저히 저해하고 그 업무의 대체가 용이하지 아니한 사업’을 필수공익사업으로 규정하고 의료서비스가 여기에 해당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Tobin(1970)은 의료는 개인의 지불 능력이 아닌 특수한 분배 원칙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의료의 특수한 평등주의를 주장한바 있으며, Rosen(2011)은 의료는 모든 국민에게 고르게 제공되어야 하는 것으로 의료서비스를 재화평등주의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셋째, 의료서비스가 외부경제효과를 창출한다는 점이다. 의료서비스의 외부경제효과란 의료서비스 제공 자체가 사회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이에 대한 어떠한 대가를 요구하지 않는 영역을 말한다.

의료서비스는 국민의 건강 증진과 질병 치료뿐만 아니라, 의료기기, 새로운 기술개발 등의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사회전반에 긍정적 외부효과를 가져온다. 많은 국가에서는 외부경제효과가 큰 영역에 공공지원을 하고 있다.

넷째, 교육 및 수련의 사적 수익과 사회적 수익의 관점에서 공공지원의 필요성을 논의할 수 있다. 사적 수익은 교육을 받음으로써 발생하는 수익이 개인에게 귀속되는 수익을 의미하며, 사회적 수익은 교육을 받음으로써 발생하는 수익이 개인뿐만 아니라 다른 사회 구성원에게 귀속되는 수익을 말한다. 연세대 교육학과 백일우 교수(2007)는 여러 요인에 의해서 사적 수익과 사회적 수익의 공통 부분이 달라질 수 있으며, 공통 부분이 클수록 그 사회는 건전한 사회라고 봤다.

의사 인력 양성은 다른 직종에 비해서 사적 수익과 사회적 수익의 공통 부분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의사 양성이 환자 안전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이다. 연구(2015년 김새롬 등, 2017년 김민경 등)에 따르면 의사 양성을 위한 수련환경이 수련의 정신적 건강과 근접오류, 의료과실 등과 높은 상관이 있음을 보고하고 있다.

또한 미국의 의료과오로 인한 지출이 연간 9~15조(2010년 김윤 등)에 이르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의료과오와 의료사고 수준이 매우 높다고 보고한 바 있다. 

의사 양성 비용 분담, 누가 이해당사자 일까?

의사 양성 비용이 얼마나 들어가는지, 공공지원이 왜 필요한지에 대해 핵심적인 사항만 다뤘다. 의사 양성 비용과 공공지원 필요성에 대해 이견을 제시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문제는 누가 어떤 방식으로 의사 양성 비용을 분담할 것인가에 대한 것이다. 여기서는 ‘의사 양성 비용 분담을 위한 사회적 논의체 구성’을 제안하면서 이러한 논의체에 참여할 주요 이해관계자를 생각해 보았다.

첫째, 의료서비스의 가치재 특성, 공익성, 재화 평등주의, 외부경제효과 등은 국가가 의사 양성에 책임이 있는 중요한 이해관계자라고 말하고 있다. 정부도 전공의 특별법 제3조에서 의사 인력 양성에 대한 국가적 책임을 명시한 것은 진일보한 일이라 평가되지만 문제는 실행이다.

의사 인력 양성 예산 항목 생성, 교육(수련)기관의 의사 양성 교육 및 수련에 따른 비용 손실을 보전하기 위한 건강보험수가가산, 국민건강증진기금의 활용 등 다양한 재원 확보 방안에 대해서 국가적으로 논의할 사항이 많다. 미국의 경우 메디케어에서 의사 양성 비용의 70%이상을 지원하고 있는 사례는 참고할 만하다.

둘째, 의과대학과 수련기관은 의사 양성 기관으로서 양질의 교육과정을 제공하고, 환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수련환경을 제공하는 주체라는 점에서 중요한 이해당사자이다. 지금까지 의과대학과 수련기관은 의사 양성 비용에 대한 공공지원이 거의 없는 상황(비록 일-수련을 병행하는 인턴과 전공의를 통해 일정한 노동력을 제공받았다고 볼 수도 있지만)에서 교육과 수련을 위한 제반 비용을 담당해 왔다.

셋째, 최상의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아 혜택을 누리고 있는 모든 집단은 의사 양성 비용 분담을 위해 사회적 논의를 해야 하는 주요 이해당사자라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의과대학과 수련기관이 있는 지방자치단체의 지역 주민들은 최상의 의료서비스를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수혜자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미국의 경우, 일차진료 의사를 양성하는 의과대학의 교육비용을 주정부에서 20% 이상 부담하고 있다. 민간보험회사도 어떤 형태로든 수혜를 받고 있으며, 일반 국민 한 사람 한 사람도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접근성, 의료서비스 질, 의료비용 측면에서 혜택을 받는 중요한 이해당사자다.

이와 같이 의사 양성 비용 분담을 위한 사회적 논의체를 구성해 논의를 시작하는 것은 환자 안전이라는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첫걸음이다. 
 

메디게이트뉴스 (news@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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