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천대 길병원 박기형 교수 "GEM 연구 이후에도 근거는 축적…미세혈류 개선·항산화 기전, 뇌 기능에 기여"
가천대길병원 신경과 박기형 교수.
[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콜린알포세레세이트의 임상재평가와 선별급여 적용으로 치료 옵션 재편 논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대체제로 떠오른 은행잎 추출물(Ginkgo biloba extract, 징코빌로바)이 혈관성 요소를 동반한 경도인지장애(MCI)·치매 환자 등에서 장기적 보조 치료 옵션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이에 메디게이트뉴스는 가천대 길병원 신경과 박기형 교수를 만나 은행잎 추출물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 들어봤다.
은행잎 추출물은 은행나무 잎에서 얻은 추출물로, 테르펜락톤(Terpenelactone) 계열과 플라보노이드(Flavonoid) 계열을 주요성분으로 가진다.
박 교수는 "테르펜락톤은 혈관 확장과 항혈전 작용을, 플라보노이드는 활성산소 제거를 통한 강력한 항산화 효과를 나타낸다"며 "이들은 혈소판 응집 억제, 항산화 작용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뇌 기능 유지에 기여한다"고 설명했다.
은행잎 추출물은 단기 인지 개선을 목표로 하기보다, 미세혈류 순환 개선과 산화스트레스 감소를 통해 장기적 퇴행성 변화를 늦추는 약제로 알려져 있다. 박 교수는 "혈관 확장을 통한 미세혈류 순환 개선이 핵심"이라며 "이러한 기전을 통해 치매 환자와 MCI 환자의 뇌 기능에 기여한다"고 말했다.
은행잎 추출물은 2000년대 초반 치매 분야에서 활발히 사용됐지만, 2008년 미국의학협회지(JAMA)에 'GEM(Ginkgo Evaluation of Memory)' 연구가 게재된 이후 사용량이 급격히 줄었다. 해당 연구는 플로리다 대학교 교수이자 동 대학 맥나이트 뇌 연구소 부소장인 스티븐 T 데코스키(Steven T DeKosky) 등 연구진이 진행한 연구로, 은행잎 추출물이 치매 예방 효과가 없다는 내용을 포함한다.
박 교수는 이 연구의 설계적 한계를 지적하며, 약제 전체가 효과가 없다고 받아들여진 것은 과도한 해석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GEM 연구는 설계적 한계가 있다. 특정 환자군이 아닌 정상인과 MCI가 섞인 집단을 대상으로 했으며, 관찰 기간도 5~6년으로 설정해 퇴행성 질환을 평가하기에 충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GEM 연구 이후 은행잎 추출물의 임상 근거가 지속적으로 축적돼 왔다고 덧붙였다. 그는 "은행잎 추출물 효과를 검증한 임상 연구는 상당히 많다" 며, 하루 200mg 이상 투여한 연구에서는 인지 기능과 일상생활능력(ADL) 개선이 확인됐고, 200mg 미만 투여 시에는 부정적 결과가 주로 보고됐다고 했다.
이에 아시아와 일부 유럽 국가에서는 은행잎 추출물을 치매와 MCI에게 권고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아시아 신경인지 질환 전문가그룹(ASCEND)에서는 은행잎 추출물을 치매·MCI 치료 옵션(Class I, Level A)으로 권고하고 있으며, 독일, 스페인, 오스트리아 등은 치매 초기 단계 증상 관리 약물로 승인하고 있다.
박 교수는 특히 혈관성 요소를 동반한 환자에서 은행잎 추출물의 기전적 타당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전만 생각하면 콜린 제제는 전구체 역할을 하지만, 은행잎 추출물은 혈관 개선·항산화·항혈전 효과를 가진다"며 "이러한 이유로 미세혈관병변이나 소혈관 질환을 동반한 환자에서 주로 사용된다"고 말했다.
한편 박 교수는 최근 콜린 제제의 임상재평가와 선별급여 적용에 대해서는 일부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한국의 과도한 처방 환경을 비판했다.
그는 콜린 제제의 확실한 근거로 알츠하이머병 치매 환자에서 도네페질과 병용했을 때의 이득을 언급하며 "퇴출·유지의 이분법이 아니라 어떤 환자군에서 어떤 기준으로 사용할지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