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의사를 속였나? 아니면 건보공단의 실수였나?
서울행정법원, 김모 원장 13억원 환수 처분 취소 판결
"김 원장은 장 원장이 실제 병원장이라고 믿었을 것"
건강보험공단이 사무장병원 원장으로 재직한 김모 원장에 대해 요양급여비용 13억원을 환수하겠다고 통보하자 법원이 처분을 취소하라는 판결을 선고했다. 김 원장은 전임 원장을 개설자라고 이해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서울행정법원은 최근 건강보험공단이 원고인 김모 원장에 대해 13억원 환수고지처분을 한 것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김모 원장은 2004년 6월부터 2005년 5월까지 B요양병원 원장으로 재직했는데, 건보공단은 원고가 비의료인인 정모씨에게 고용돼 원장으로 근무하면서 의료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재직 기간 청구한 진료비 전액을 환수한다고 통보했다.
그러자 김 원장은 자신을 고용한 사람은 정씨가 아닌 O병원 장모 원장이었다고 항변하고 나섰다.
그는 "본인은 의료인 구직 인터넷 사이트에서 신경과 전문의를 고용한다는 O병원 원장 장모씨를 찾아가 면담했고, 당시 장씨가 이 사건 요양병원을 별도로 개설하니 그곳 원장이 되어 병원을 운영해 줄 것을 제안해 받아들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정씨는 병원의 행정직원에 불과했으며, 설령 정씨가 개설한 것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정을 전혀 알지 못했기 때문에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고 덧붙였다.
정씨는 비의료으로, 캐나다 국적 소유자였으며, 자신의 형제 및 지인들과 담합해 여러 개의 사무장병원을 운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씨는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형이 확정됐다.
법원은 김 원장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건보공단은 2012년 9월 검찰에 이 사건 요양병원을 포함한 사무장병원에 관한 수사를 의뢰하면서 원고와 관련된 내용을 포함시키지 않았다.
법원은 "건보공단은 원고가 이 사건 병원의 원장으로 근무할 당시 병원의 운영형태에 관해서는 전혀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환기시켰다.
검찰 역시 건보공단의 수사 의뢰에 따라 사무장병원에 대한 조사를 했지만 원고를 피의자로 특정하거나 조사하지 않았다.
건보공단이 원고를 상대로 별다른 확인이나 검증 절차도 없이 이 사건 처분을 한 것으로 보인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실제 원장 행세한 장 원장, 사무장 정씨를 야단치기도"
원고의 후임 원장으로 취임한 오모씨도 검찰 조사에서 "장 원장은 원고가 하던 일을 그대로 승계하면 되고, 급여는 원고와 동일하게 해주겠다는 취지로 이야기했다"고 진술했다.
심지어 장 원장은 이 사건 병원을 방문해 정씨를 야단치기도 하는 등 자신이 이 사건 병원의 소유자임을 주변에 과시했다는 게 오모씨의 진술이다.
법원은 "이러한 사실에 비춰 보면 장 원장은 자신이 이 사건 병원의 원장인 것처럼 행동한 것으로 보이고, 이 사건 병원에 취업하고자 하는 원고와 같은 의사들 역시 장씨가 이 사건 병원의 원장이라고 믿었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어 보인다"고 강조했다.
특히 법원은 "원고는 이 사건 병원의 원장으로 취임하거나 재직할 당시 장씨가 (실질적인) 원장으로 위 병원의 개설자이고, 정씨는 장씨의 지시에 따라 행정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이라고 이해했을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법원은 "사정이 이와 같다면 원고는 이 사건 병원을 운영하면서 요양급여비용으로 받을 수 없는 비용임에도 이를 청구해 받는다는 인식없어 사위 기타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를 받았다고 단정할 수 없다"면서 "피고는 사실관계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처분한 것으로 보여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의사인 장 원장과 사무장인 정씨가 원고를 완벽하게 속였거나, 공단이 이 사건 요양병원을 사무장병원으로 오인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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