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8.04.11 06:19최종 업데이트 18.04.11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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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52시간 근무제…제약업계 이행 불가능 '토로'

"전염병 등 치료제 품절 '특수상황' 발생시 법 위반 소지 다분"

3개월 탄력적 근로제→1년 단위로 확대 등 법안 수정 제안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권미란 기자]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대부분의 제약기업들도 오는 7월부터 주 52시간 근무제를 도입해야 한다. 그러나 제약업계는 이행이 불가능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일부 중소제약사의 경우 제도시행 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곳도 있었다.
 
11일 제약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연구개발과 제조생산 뿐만 아니라 감사 등 부서별로 주 52시간 근무를 시행하기에는 무리로 보인다.
 
한 대형 제약사 관계자는 “의약품 연구개발은 프로젝트 하나당 6개월 이상, 1년을 넘어가기도 한다”며 “우선 출시에 대한 경쟁이 치열해 제도가 시행되더라도 초기 정착은 어려울 것이다”라고 했다.
 
제네릭만 해도 우판권(최초 허가신청 또는 특허승소 제약사에 제네릭 판매 1년 독점권을 부여하는 ‘우선판매품목허가제도’)을 획득하기 위한 국내 제약사간 연구개발이 치열한 상태다.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만료 기간이 다가오면 먼저 연구개발을 마치고 허가를 신청해야 우판권 획득할 수 있다. 특허소송에서 승소시에는 우선판매기간에 맞춰 신속하게 개발, 출시해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특정 시즌에 약물에 대한 수요가 대폭 증가하는 경우도 문제로 꼽았다. 한 예로 지난 2016년 늦겨울 신종플루 유행으로 ‘타미플루’가 품절돼 약국가에서는 사재기 현상까지 발생했다.
 
이 관계자는 “유행성 전염병 같은 경우 품절 이슈가 발생했을 때 곧바로 생산공장 비상체계를 가동해야 한다”며 “근무시간에 쫓겨 생산량을 맞추지 못할 경우 환자들이 피해를 입게 된다”고 말했다.
 
회계나 감사부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또 다른 대형 제약사 관계자는 “결산시즌이 다가오면 한 달 넘도록 매일 4~5시간 야근은 기본이다”라며 “정부가 탄력 근로시간제를 제안하고는 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법 위반기업이 속출할 것이다”라고 꼬집었다.
 
정부는 제도안착을 위해 노사가 서면합의시 ‘3개월 단위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해 1주 소정근로시간을 달리해 산정기간을 평균할 수 있도록 했다. 즉, 한주에 초과 근무를 했다면 그 다음주에 근무시간을 줄여 3개월 평균으로 주 52시간을 맞추면 된다.
 
그러나 시기적으로 업무가 몰릴 때에는 1주일 간격으로 근무시간을 조정하기가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감사 역시 짧게는 며칠부터 몇주에 이르기까지 지역 지점 감사를 나간다. 이에 따라 명확하게 업무시간을 체크하기가 어렵다고 덧붙였다.

제약사 관계자는 “주 52시간 근무제도는 업무과다에 노출된 근로자들에게 좋은 취지의 제도가 분명하다"라며 “다만 실현 가능성을 위해 탄력 근로시간제를 3개월이 아닌 1년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밖에 본지가 취재를 진행한 일부 중소 제약사에서는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는 것 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곳도 있었다.
 
한편, 지난달 20일자로 개정된 근로기준법에 따라 오는 7월 1일부터 300인 이상 기업은 주 52시간 근무제를 도입해야 한다. 제약기업은 대부분 300명 이상의 상시 근로자들을 고용하고 있어 오는 7월부터 주 52시간을 이행해야 한다. 위반시 사업주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인(보건업)들은 특례업종으로 주 52시간 근무제 해당 업종에서 제외됐다.

#근로기준법 # 주52시간 # 근무제도 # 야근

권미란 기자 (mrkwon@medigatenews.com)제약 전문 기자. 제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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