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황재희 기자] 최근 당직비 미지급 소송에서 패소한 전공의 사건이 이슈가 되자 전공의에게 당직비 등 기타 수당에 대한 명확한 규정을 담은 근로계약서를 교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수련병원이 해마다 작성하는 근로계약서를 전공의에게 정확하게 배부하고, 전공의들은 세부 조항을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당직비 미지급 소송사건은 의사 A씨가 전공의 시절 제대로 받지 못한 당직수당을 돌려받기 위해 수련 받았던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A씨는 인턴부터 정형외과 전공의 2년차까지 근무하는 동안 월 평균 28일의 당직을 섰지만, 당직비로 매달 70만원을 지급 받았다.
A씨는 당시 최저 임금 6000원을 기준으로 3년 간 받지 못한 시간외 수당과 휴일 수당, 야간 수당 등 가산임금 1억 1698만원을 받기 위해 B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으나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업무의 강도가 세지 않았다는 이유 등을 바탕으로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대전협에 따르면 A씨와 비슷한 경험을 하는 전공의들은 생각보다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협 안치현 회장은 "당직비를 제대로 받지 못하거나 합당하지 못한 수준의 당직비를 받는 전공의들이 많다"면서 "이들은 혼자 소송을 제기하기도 하는데, 지금까지의 판례를 보면 대다수가 이번 사건과 비슷하게 나왔다. 결국 전공의에게 희생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안 회장은 당직비 등 수당과 관련된 내용을 담은 근로계약서를 수련병원이 전공의에게 확실히 교부해야한다고 밝혔다. 안 회장은 "그렇다고 형식적인 근로계약서를 배부하라는 것이 아니라 당직비 등 법에 합당한 수준으로 명시한 계약서를 제공해야한다"면서 "지금도 당직비 등 수당을 비현실적인 수준으로 제공하는 곳이 많으며, 수련병원 맘대로 당직비 등 모든 수당을 포괄임금제로 실시하는 병원들도 많다.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공의 교육을 담당하는 수련병원은 해마다 전공의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실제로 전공의들은 근로계약서를 형식적으로만 작성할 뿐 자신의 근로계약서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안 회장은 "이번 소송 사건에서 알 수 있듯이, 전공의는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근무시간보다 2배 이상 근무하면서도 근로기준법 기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임금을 받는 등 여전히 근로기준법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면서 당직비 현실화를 촉구했다.
대전협이 지난 1월 공개한 2017년 전국병원의 수련환경평가에 따르면, 당직비가 1만원 수준에 머무르는 병원들도 존재했다.
평일 당직비가 가장 높은 수련병원은 13만원이었지만, 가장 낮은 곳은 1만원에 불과했다. 전체 수련병원 평일 당직비 평균 5만원이었으며, 휴일 당직비 평균은 7.5만원이었다.
전공의들은 '당직 수당 및 기타 상여금 지급 수준에 만족한다'는 답변 또한 5점 만점에 평균 2.2점에 불과했다. 연속 당직일을 묻는 조사에서는 최소가 1.4일이었지만, 길게는 9일까지 연속으로 당직을 섰다는 답변이 나오기도 했다.
안 회장은 "가령 몇몇 수련병원은 새벽 시간에 자기개발 시간을 넣어 연속 당직근무를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등 말도 되지 않는 항목들을 계약서에 넣곤 한다. 이런 식의 꼼수는 없어져야 한다. 향후 대전협에서도 꼼꼼히 검토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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