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전공의들 12월 다시 '파업'…"실질 임금 계속 하락, 임금 인상에도 마이너스 여전"
12월 17일부터 5일간 영국의사협회 소속 전공의들 파업 진행 예정
12월 파업 소식을 알리는 영국의사협회(BMA) 홈페이지.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영국 젊은 의사들이 다시 파업에 나선다.
2일 영국의사협회(BMA), 영국 현지 언론 가디언(Guardian) 등에 따르면, BMA 소속 전공의들은 12월 17일부터 22일까지 5일간 파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파업은 2023년 3월 이후 벌써 14번째 진행되는 것으로, 영국 전공의들은 지난달에도 5일간 파업을 진행한 바 있다.
BMA는 2008년 이후 물가 상승으로 인해 실질 급여가 감소한 것을 만회하기 위해 향후 수 년에 걸쳐 26%의 추가 임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5월 영국 정부는 전공의 급여를 5.4%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의대만 졸업한 의사 초봉에 대입하면 3만8800파운드(약 7175만원)이다. 지난 3년 동안 영국 의사 초봉은 9500파운드(약1756만원) 가량 올랐는데 전공의들은 오랜 임금 동결로 인해 실질 임금이 2008년 대비 5분의 1 이상 낮아진 상태라는 입장이다.
BMA는 영국 전공의들의 실질 임금이 물가 인플레이션을 고려했을 때 -30%에 가깝게 하락했다고 주장한다. 사진=BMA
BMA에 따르면 국민보건서비스(NHS) 의사들의 임금동결은 2009년부터 본격화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작되고 영국 은행들이 대거 흔들리면서 영국 정부가 은행들을 살리기 위해 막대한 재정을 투입했다. 이 과정에서 공무원 같은 신분으로 분류되는 NHS 소속 의료인에 대한 임금은 6년 가량 동결됐다.
또 다른 영국 의사들의 임금이 낮아진 직접적 이유는 2009년부터 시작된 근로시간 제한 때문이다. 정책 시행 전까진 전공의들이 필요에 따라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효율적으로 일하고 수련받는 시스템이었지만 근로시간 제한으로 주 48시간으로 상한이 생겼다.
실질 임금을 낮추는 간접적인 이유도 존재한다. 우선 매월 의사 연금 납입액이 증가한 부분이 크다. 의사연금은 영국 내에서 군인연금 다음으로 금액이 큰 편에 속한다. 그러나 연금 월 납입액이 월급의 6.5%에서 최근 9%로 오르면서 의사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연금을 통해 받게 되는 액수는 정해져 있는 상태에서 매월 납입하는 비용만 늘어나면서 실질 소득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BMA는 3.2% 물가 상승을 고려했을 때 장기적으로 매년 꾸준한 임금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사진=BMA
수련과 고용 안정성이 무너지고 있다는 점도 파업의 주요 원인 중 하나다.
가디언에 따르면 올해 영국 전공의들은 약 1만개의 수련 자리를 놓고 3만명이 넘는 의사가 경쟁을 했다. 영국 정부는 향후 3년 동안 수련 교육 인력을 2000명 더 늘리겠다고 밝혔지만 전공의들은 수련 안정성을 위한 대책으로 턱없이 부족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는 NHS를 살리기 위한 영국 의사 단체인 '에브리 닥터(Every Doctor)' 줄리아 패터슨(Julia Patterson) 박사의 말을 인용해 "NHS 상황이 너무 암울하다. 의사 친구들 중 많은 이들이 호주로 이주했다. 남은 이들이 꽤 불행해 한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2020년 NHS 예산은 1140억 파운드(약 184조원)로 중앙정부 예산의 약 15%에 이를 정도로 규모가 크지만 매해 적자 행진이 계속되면서 골칫거리고 전락했다. 지난 2015년 8억2200만 파운드(약 1조 3386억원)였던 적자규모는 2016년 세 배에 껑충 뛰어 24억5000만 파운드(약 3조 9900억원)를 기록하면서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했다.
이후 2017년엔 7억7000만 파운드(약 1조 2540억원), 2018년엔 9억6000만 파운드(약 1조 5634억원) 등 꾸준히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향후 15년간 매년 가구당 2000파운드(약 323만원)의 추가 소득세를 부담해야 한다는 연구도 보고되고 있다.
지난 여름 파업으로 NHS는 3억 파운드(약 5820억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지난 13번의 파업으로 인해 150만건 이상의 외래 진료와 수술 일정이 변경됐다.
영국 보건부 장관 웨스 스트리팅(Wes Streeting)은 가디언을 통해 "12월 의사 파업은 크리스마스를 망치려는 냉소적 시도"라며 "정부는 지난 3년간 28.9% 임금 인상 이후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전공의들에게 더 많은 소득을 제안했지만 BMA가 이를 단호히 거부했다. 단 한 번의 대화도 없이 1년 중 가장 바쁜 시기에 파업을 더 하겠다고 위협한다"고 거부감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