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인데 진료실 EMR은 아직 1990년대 수준…의사들을 위해 세상에 없던 EMR을 보여주겠다"
[헬스케어CEO 인터뷰] 네이버·SKT 출신 세나클소프트 위의석 대표, 속도·보안·백업·삭감 등 강점 의원급 '오름차트' 출시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IT하는 사람이 의료시장에 뛰어들면 정말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일단 최대 강점이요? 첫째도 속도, 둘째도 속도입니다. 의사들은 왜 EMR이 느려도 괜찮다고 생각하시나요? 왜 컴퓨터 부팅부터 EMR화면까지 20분씩 걸려도 참고 계시죠? 왜 보안과 백업이 쉬운 클라우드 방식을 EMR에선 검토하지 않으시지요? 왜 다른 IT기술에는 열광하면서 EMR에는 욕심내지 않으시지요?”
네이버 검색광고, SK텔레콤 'T전화' 등 인기있는 상품을 만들어냈던 그가 이번에는 EMR(전자의무기록)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것도 대형병원이 아닌 의원급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한다. 세나클소프트 위의석 대표는 15일 가정의학과·내과·소아청소년과·일반과 의원을 대상으로 클라우드EMR '오름차트'를 출시, 홈페이지를 통해 서비스를 시작한다.
EMR 출시에 앞서 지난달 위의석 대표를 찾아갔다. 그는 특유의 긴 머리를 늘어뜨리며 한 자리에서 3시간이 넘도록 EMR 환경 변화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그는 2018년 창업 이후 EMR을 개발하면서 가야할 방향성을 충분히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는 아직 의료계에 오래 있지 않은 듯한 기대감과 희망을 보이며, 이제는 EMR이 변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EMR시장 진입이 잘 될수도 있고 잘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의료계에 EMR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다"라며 "EMR은 2021년이 아니라 마치 1990년대의 IT기술에 머물러있다. 기술력이 좋은 회사가 긍정적인 마음으로 의사들을 위해 일할 때 어떤 일이 가능한지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클라우드·SaaS EMR, 속도 개선하고 보안과 백업, 설치 문제 한 번에 가능
-개원가 EMR은 좁은 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하다. 왜 하필 EMR인가. 가정의학과·내과·소아청소년과에 한해 출시한 의원급 EMR에 대해 소개해달라.
언젠가 경기도 성남의 한 비뇨기과의원에 소개받아서 갔다. EMR을 확인해보려고 하니 일단 속도가 너무 느렸다. C드라이브에 용량이 꽉 차있어 컴퓨터부터 정리했다. 부팅에서 EMR화면이 뜨는 데까지 무려 20분이 걸렸다. 밤새 원인을 파악하고 고쳐보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원장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원래 20분 걸려요. 가장 먼저 출근하는 간호사가 파워 버튼을 누릅니다.”
용량 확보를 하고 재부팅을 하는 동안 OS업데이트를 했는데 컴퓨터가 부팅이 되지 않았다. 이전 버전으로 다시 돌아간 다음에 업데이트를 하지 않는 것을 선택하고 겨우 복구했다. 원래 데이터 백업이 느린 데다, 백업을 받으려면 퇴근 이후에나 가능하고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EMR에 두 가지 의문이 생겼다. 왜 이렇게 느리지? 네이버에서도 검색을 하면 0.8초에 모든 내용이 화면이 다 떠야 한다. 안 뜨면 사용자들이 지루해한다. 이 중 검색광고가 나오는 시간은 불과 0.3초다. 그게 아니면 허용되지 않는다. 백업도 평소에 온라인상 백업을 받으면 된다.
원장들은 단지 PC가 오래된 문제일까라고 생각해서 PC를 바꾸는 일도 많다고 한다. 이게 웬걸. 많은 의원은 아직도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7 환경을 쓰기도 한다. 이런 고질적인 문제만 잘 개선해도 EMR시장에서 절반은 역할을 한 것이라고 본다.
-EMR의 문제점을 현장에서 확인한 것인가. 속도, 그리고 업데이트, 백업 외에 고쳐야 할 것은 무엇인가.
의원급 의료기관은 또 특이하다. 팩스가 하루종일 온다. 여러 기관이 의원에 연락할 때 팩스를 보낸다고 한다. 이 시대에도 아직도 문자와 팩스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이메일로 PDF를 보낼 수 있고 아니면 복사기에도 바로 PDF파일을 보낼 수 있다. 그런데 왜 IT도구를 활용하지 않을까.
진료실이 2021년이 아니라 마치 1990년대의 IT기술에 머물러있다. EMR은 엄연히 의료 도구이지만 가장 IT적인 도구다. EMR이 진료실에 필요한 많은 것들을 만들어줄 수 있다. 이제는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업데이트에 따른 서버 로딩을 없앨 수 있으며, 매일같이 온라인 백업도 가능하다. EMR 소프트웨어도 사람이 방문해 설치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가 직접 다운로드를 받아 설치하고 혹시 문제가 생기면 원격지원을 받으면 그만이다.
-의원은 아직까지 클라우드 EMR이 활성화되지 않았다. 의원이 왜 클라우드를 써야 하나. 일선 의사들은 보안이나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비용도 늘어난다고 생각하고 있다.
자, 클라우드 방식의 보안과 비용에 관한 우려를 누가 이야기했을까? 아마도 기존 EMR공급자일 것이라고 본다. 실제 보안 문제는 클라우드의 주된 걱정거리가 아니다. 문제가 있었다면 왜 다른 산업군에서는 먼저 클라우드가 보편화됐을까. 왜 아마존은 클라우드 서비스를 보편화했나.
오히려 자료의 일상적 백업과 데이터 이중화 등을 통해 데이터 안정성, 외부의 침입으로부터 보호하고 안전성을 갖추는 것이 바로 클라우드다. 보안과 백업만큼은 클라우드가 확실히 가능하다. 개별 의원의 보안 시스템은 결코 클라우드 환경에서의 보안 시스템보다 나을 수 없다. 이것만 가능해도 의사들이 행복해진다. 단지 아직 경험하지 못했을 뿐이다. 이미 다른 IT분야에서는 클라우드가 너무 당연하다.
그리고 클라우드를 통해 각종 서비스 방식으로 제공되는 SaaS(Software as a Service, 서비스형 소프트웨어)방식으로 가면 필요한 기능에 따라 효율적인 비용 책정이 가능하다. 클라우드와 Saas 방식이라면 EMR 서비스 가입도 편리하다. 병원에서 사용하는 PC가 20대이고 일하는 사람이 10명이라면 10개의 ID만 구매하면 된다. 한시적 무료나 온라인 프로모션 등 매우 유연한 요금 체제를 구성할 수도 있다.
-세나클소프트 EMR을 통해 할 수 있는 부가적인 기능은 무엇인가.
가령 의사가 내시경 검사를 진행하는 동시에 기록을 작성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사진을 찍으면서 그 촬영을 왜 하는지 기억을 해야 하거나 다른 사람이 메모 혹은 기록을 해야 한다. EMR이 옆에서 내시경 검사 중에 일어나는 다양한 업무를 도울 수는 없을까?
EMR은 환자 이름이나 회원번호, 전화번호 등을 쉽게 검색할 수 있다. 앞부분만 자동으로 나오고 그 중에 선택하면 된다. 엔터를 쳐서 검색값이 한꺼번에 나온 다음에 환자정보를 다시 고르는 것은 비효율적이고 느리다. 이런 고민을 누가 해야 할까. 바로 IT전문가들이 해야 한다.
EMR의 특성상 의사들이 공통적으로 필요로 하는 것은 건강보험 급여비 청구와 삭감일 것이다. 진료 경험이 쌓이면 삭감되지 않도록 할 수 있지만, EMR에 청구를 도와주는 기능을 넣을 수 있다. 진료를 할 때마다 사전청구를 할 수도 있다.
삭감도 마찬가지다. 약을 처방할 때 삭감을 피할 수 있도록 정부의 고시를 다 자동화해서 EMR에 넣었다. 고시는 계속 바뀌는데 EMR 업데이트가 되지 않아 그대로 멈춰있다면 현실과 맞지 않는다. 대형병원은 삭감에 대한 지침을 잘 만드는데 의원은 그렇지 못하다. 원장 혼자 단독개원한 곳은 본인 혼자 숙지하면 되는데, 봉직의 2~3명을 두는 곳이라면 상대적으로 복잡해진다. EMR이 이들을 도와야 한다.
그만큼 시스템이 항상 잘 관리되고 언제든 환자 상태가 한 눈에 보이고 병의원에 새로운 의료진이 들어오더라도 차질이 없어야 한다. 노트북 하나를 열어도 대기실에 어떤 환자들이 무슨 이유로 대기하고 있는지 한 눈에 들어와야 한다.
-지난해 12월 대한의사협회와 MOU를 체결했다. MOU를 체결한 이유는 무엇인가.
의협은 데이터와 IT에 대한 역량을 확보하고 이를 활용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 의협과 협력이 가능하면서 새로운 기술을 기반으로 EMR을 만드는 회사를 찾고 있었다. 세나클소프트가 의협의 필요한 부분을 채워주는 대신 의사들이 EMR에서 원하는 기능을 상세하게 들어보고 싶었다. IT전문가가 의사들의 아쉬운 점을 해결해줄 수 있지 않을까하는 가능성이 보였다. 이는 앞으로도 우리 회사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1인치의 익숙함에서 벗어나면 신세계가 있다는 것 보여주겠다"
-카카오벤처스, 네이버클라우드 등으로부터 누적 105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투자자들의 반응은 어떤가. 긴 시간이 걸리더라도 투자자들이 기다려준다고 말했나.
투자자들은 실제로 EMR개발과 안착까지 기나긴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을 알고 투자했다. 이들이 투자를 결정하기 전에 시장에 알아본 후에 얻은 두 가지 반응을 알려줬다. 두 가지 반응이란 ‘잘하는 사람들이 영세한 EMR업계에 왜 들어오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것과 ‘잘해왔고 성과가 좋았던 사람들이 와준다면 고맙겠다’는 것이었다. 투자자들이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투자를 각오한 것 같다.
물론 EMR시장 진입이 잘 될수도 있고 잘 되지않을 수도 있다. 일단 의료계가 익숙해진 것에서 벗어나기 싫을 수 있다. 1인치의 자막에서 벗어나면 신세계가 보인다고 봉준호 감독이 표현했는데, 기존 EMR이 갖고 있는 1인치의 익숙함에서 벗어나면 어떤 신세계가 있는지 꼭 보여드리고 싶다.
대부분의 의료기술은 빠르게 발전해왔다. EMR도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EMR의 첫 버전인 ‘오름차트’를 만드는데 1년 6개월 걸렸는데, 개발 과정에서 앞으로도 EMR을 통해 신세계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EMR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다. 그게 세나클소프트이든 다른 기업이든 이 시장은 바꿀 수 있고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PHR(Personal Health Record, 개인건강기록)도 개발하나.
올해 상반기에 어느 정도 의원에 EMR이 설치되면 PHR도 시작할 것이다. PHR은 환자의 입장에서가 아니라 의사가 환자를 보다 편리하게 진료하는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 의사가 환자들과 대화하는 방식이 현재로선 전화나 문자, 또는 카카오톡이 전부다. PHR을 통해 의사가 환자들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고 환자들에게 경고 알람을 줄 수 있다.
의사가 환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면 IT기술은 이를 도와줄 수 있다. 의사가 원하는 범위에서 IT기술을 통해 환자들에게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환자 입장에서도 자녀가 부모님 건강에 이상이 생기면 어느 병원에 가서 무슨 약을 먹는지 챙길 수 있다. 부모가 자녀들의 예방접종을 편리하게 관리하고 건강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EMR 목표치가 있나. 처음에 의원급 의료기관에 EMR 설치가 기대만큼 잘 안되면 어떻게 하나.
처음부터 잘 될 것이란 기대는 없다. 주주들도 지리한 과정에 대해 각오하라는 이야기를 자주 해주곤 한다. 그러나 주변에서 스타트업으로 시작해서 성공했다는 기업들을 보면, 성실하고 꾸준하게 시장을 두드리고 사용자의 불편을 해결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은 기업이 없다. 의원 시장이라고 해서 이런 과정이 특별히 더 어려울 것이라 보지 않는다.
EMR은 판매 과정에서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는 아니다. 설치비를 받아서 설치해주는 구조도 이제는 아니다. 매달 구독료 개념으로 사용료를 받을 것이고 사용료도 점점 무료로 가게 될 것이다. 무료로 출시하려는 고민도 했지만 시장질서를 고려해야 하고, 제품의 신뢰를 얻는 과정이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일단 기존 시장의 사용금액을 고려해 책정하기로 했다.
일단 EMR 설치 목표치는 전체 3만여개의 의원 시장의 20%정도인 6000개를 달성하는 것이다. 이 정도면 플랫폼 구조를 완성하고 구조적인 효율을 시도할 수 있다. 20%로 가는 데까지 시간이 걸리겠지만 일단 달성한다면 해볼 수 있는 일이 많다.
-EMR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해보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EMR 이후에도 개발할 것이 너무나도 많다. 의료기관 IT의 중심인 EMR의 진정한 의미를 확인하고, 어떤 기능이 EMR 안에 들어갈 수 있는지 처음부터 고민해왔다. 하다 못해 우리 회사가 노력하다 망하는 한이 있어도 의사들에게는 무조건 이익이 될 것이다. EMR이 PHR과 연결될 때 의사와 의사 사이에서, 의사와 환자 사이에서 어떤 일이 가능한지 보여드리겠다. 다양한 가능성 속에서 의사들이 "바로 이것이다"하는 부분을 확인하고 의사들과 함께 서비스를 완성시켜 보고 싶다.
기술력이 좋은 회사가 긍정적인 마음으로 의사를 위해 일할 때 어떤 일이 가능한지 보여주겠다. 의사의 도구가 발전하면 의사의 업무가 현격히 개선될 것이다. 그래야만 환자들도 좋아진다. 그게 바로 헬스케어의 시작이다. 앞으로 의료 시장에 정착하는데 3년을 보고 있다. 익숙해진 불편함을 깨는 게 정말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익숙함을 넘어서면 더 큰 것들이 있다는 사실을 꼭 알려주고 싶다.
-코로나19 이후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를 전망한다면.
디지털 헬스케어는 가야 하는 방향이 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지금은 시장을 설득하기 위한 노력이 훨씬 덜 들어간다. 가장 건강하기 어려운 시절에 역설적으로 디지털 헬스케어의 설득력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디지털이 강조되는 이 시대에도 의료계에 제대로 된 IT기술이 충분히 들어오지 않았다. 예전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기술이 의료계에 적용될 것이다.
의사들로부터 “당신들처럼 잘하는 사람들이 와줘서 고맙다”는 이야기를 듣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겠다. 의료는 의사가 하고 IT기술은 의사가 쓰기 좋은 도구를 만드는데 기여해야 한다.
-의원급 EMR을 바탕으로 더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면.
일차진료를 맡고 있는 3만여개 의원이 전체 국민 건강을 책임지고 있다. 그만큼 일차진료 의사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의사들이 필요로 하는 다양한 솔루션을 EMR 연동을 통해 개발해보겠다. 의사들로부터 진료실에서 필요한 IT도구 발전에 조금이나마 기여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 이는 사람들의 건강에도 기여하는 일이다.
위의석 세나클소프트 공동대표
카이스트대학원 전산학 석사
1994년 국내 1호 인터넷서비스기업 아이네트 설립
전 NHN 검색본부장
전 NBP(네이버 비즈니스 플랫폼) 총괄 및 영업본부장
전 SK텔레콤 상품기획부문장, 플랫폼사업부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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