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청과학회 김한석 이사장 "소아과 붕괴, 판결 하나가 '핵폭탄급'…의료분쟁조정법은 부작용 우려"
[인터뷰] "미숙아 PDA, 35년 경력인 나도 매일 고민…사법리스크 해소하고 전문의 취득 따른 혜택 확대해야"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김한석 이사장이 메디게이트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초극소 저체중 미숙아의 동맥관 개존증(PDA) 수술 지연과 관련해 병원에 배상 책임을 인정한 법원 판결이 의료계에 파장을 낳고 있다.
최근 법원은 환아의 뇌성마비 발생에 동맥관 개존증 수술 지연이 영향을 미친 개연성이 인정된다며, 병원 측에 위자료를 포함해 3억25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와 관련,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김한석 이사장(서울대병원 교수)은 지난달 27일 메디게이트뉴스와의 인터뷰에서 “PDA는 신생아 의사로 35년을 일해 온 나도 매일 회진 때마다 고민하는 질환”이라며 “그 판단에 대해 결과만으로 책임을 묻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했다. 김 이사장은 서울대어린이병원 신생아중환자치료실장을 10년간 역임하고 서울대어린이병원장을 지낸 미숙아, 고위험 신생아 분야 최고 권위자 중 한명이다.
김 이사장은 “소아청소년과를 살리기 위한 골든타임은 이미 지났다”면서도 이번 판결이 소아청소년과는 물론 필수의료의 붕괴를 가속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근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들은 해당 판결에 대해 성명서를 내고 “방어진료가 고착화되고 소아 진료체계의 근간이 흔들릴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실제 소아청소년과는 수년간 전공의 지원율이 바닥을 찍으며 이미 그로기 상태다. 2026년 상반기 전공의 모집에서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은 21%에 그쳤다.
세부분과에서 추가 수련을 받는 전임의도 씨가 말라가고 있다. 유전대사·면역 등 일부 세부분과는 전체 전문의가 한 자릿수에 불과하고, 지방은 인력 자체를 구하지 못고 있다. 전공의 공백을 전문의로 메우며 가까스로 버텨온 현장도 한계에 다다랐다. 고질적 저수가에 사법 리스크까지 더해지며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인 상황이다.
김 이사장은 “소아청소년과는 필수의료 붕괴의 ‘탄광의 카나리아’다. 소아과를 시작으로 다른 필수의료 분야까지 위기가 확산될 것”이라며 “특히 사법 리스크가 치명적이다. 한 번의 판결이 어렵게 유지해온 진료 체계를 한 번에 무너뜨리는 ‘핵폭탄’과 같은 영향력이 있다”고 했다.
그는 최근 국회 상임위를 통과한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에 대해선 “중대한 과실의 정의가 과도해 오히려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해당 법안은 중대한 과실이 없는 필수의료 행위에 대해 설명 의무 이행, 책임보험 가입, 손해배상 완료 등의 조건이 충족되면 형사기소를 제한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인데, 의료계에선 지속적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 이사장은 의료사고 사법리스크 해소, 전문의 취득에 따른 혜택을 확대하는 방안 등을 필수의료 붕괴를 막기 위한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소청과 인력난 심각…'초진 가산' 의미 있지만 정책 메시지 약해
Q. 최근 전공의 모집에서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이 21%에 그쳤다. 몇 년 전부터 전공의 부족으로 개별 병원들에서 소아응급실이나 입원진료를 중단하는 일도 많아지고 있다.
우리나라 의료의 근본적인 문제다. 응급실이나 중환자실의 당직을 전공의들이 많이 커버해왔고, 그렇게 낮은 가격으로 의료를 제공해왔는데 지금은 그 구조가 완전히 붕괴됐다. 소아청소년과는 전공의가 안 들어오는 현상이 가장 빨리 시작된 과다. 전문의 진료 제도로 전환하기 위해 그 사이 노력을 해왔지만, 아직 과도기다 보니 완벽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Q. 전공의 부족에 따른 교수진의 과부하가 심하지 않나.
현재는 전담 전문의를 고용해서 대응하고 있지만, 오히려 교수들보다 대우가 좋아 역차별이 되는 측면이 있고, 소속감도 낮기 때문에 이직률도 높아 어려운 부분이 있다. 특히 지방은 사람이 없다. 거기에 사법 리스크까지 더해지면서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그나마 수도권은 전담 전문의를 통해 어느 정도 소아청소년 진료 체계가 돌아갈 수 있다. 하지만 지방은 원래 지방 대학병원에서 교수로 있던 분들이 수도권 병원의 전담의 등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어려움이 더 크다.
Q. 세부 분과 상황은 더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소아청소년과는 9개 분과가 있는데 일부 분과에서는 전임의가 들어오질 않고 있다. 현재 신장은 세부전문의 수가 전국에 36명에 불과하고, 유전대사사 면역을 세부전문으로 하는 전문의도 각각 한 자릿수에 그친다. 그런 희귀하고 특수한 치료를 담당할 수 있는 전문의가 급속하게 줄어들고 있다. 모든 지방에 모든 세부전문과목 의사가 있을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절대 수가 어느 정도는 돼야 지역별 분포가 이뤄질 텐데 현재로서는 그조차 불가능한 실정이다.
신생아분과의 경우 그래도 정부의 재정적 지원이 과거에 비해 늘고, 병원 평가 등에 반영되면서 병원 경영진의 인식이 그나마 조금 나아졌다. 하지만 망가지는 속도가 느려졌을 뿐이지 상황이 좋다고 볼 수는 없다.
Q. 소아청소년과 위기가 수년 전부터 언론을 타면서 정부가 소아 초진 정책 가산 등 수가 관련 지원을 해오고 있다.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 효과는 어떤가.
정책은 정부가 소아청소년과의 붕괴를 막겠다는 의지가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는 메시지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여전히 약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정부도 다른 과와의 형평성을 비롯해 고민이 많겠지만, 최근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 결과가 정부가 준 메시지가 약했다는 사실을 방증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소아청소년과뿐만이 아니라 전문의 취득에 따른 혜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전문의 취득으로 얻을 수 있는 가치가 너무 적다. 전문의 여부와 무관하게 받을 수 있는 수가도, 진료할 수 있는 환자도 동일하다. 의료사고 발생 시 져야 하는 법적 책임에도 차이가 없다. 국민들도 전문 교육을 받은 사람의 진료와 그렇지 않은 사람의 진료를 동일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의사들 입장에서도 전문의를 따나 안 따나 차이가 없다면 누가 전문의가 되려고 하겠나. 수가나 법적인 측면에서 전문의에게 분명한 이점이 있어야 한다. 가령 미국의 경우는 전문의 등 개별 의사의 능력에 따라 보험사와 계약이 이뤄진다. 이대로 두면 앞으로는 굳이 3~4년을 들여 전문의를 취득하려는 사람이 없어질 것이다. 그런 면에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6세 미만 초진환자를 진료할 경우 매겨지는 정책 가산은 아직 부족하긴 하지만 나름 의미가 있는 정책이다. 더 강력한 정책이 소아청소년과뿐 아니라 다른 전문과목이나 세부분과까지 확대되길 바란다.
Q. 적자를 보전해주는 어린이 공공전문진료센터 사후보상 시범사업이 3년 연장됐다. 수가 인상이라는 기존 방식과는 달랐는데 어떻게 평가하나.
제일 좋은 건 수가 인상이지만, 수가는 환자가 와야 효과가 있다. 사실 수도권 소재 어린이병원은 수가를 인상하면 다 해결이 된다. 그런데 적자 보전 형태로 하는 이유는 지방 소재 어린이병원을 살리기 위해서다. 지방 어린이병원들은 환자가 없기 때문에 수가 인상으로 효과를 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제도는 어린이병원으로 충분한 기능을 갖출 수 있도록 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기도 하다.
어린이병원은 기본적으로 적자다 보니 응급실과 NICU(신생아 중환자실)를 돌리고, 환자 안전 관련 활동을 하는 데 투자가 이뤄지기 어렵다. 이런 기능을 다 갖추는 것을 전제로 적자를 보전해주는 방식이다. 지난 3년 동안 잘 운영돼 왔고 최근 연장되긴 했지만, 정부가 바뀌면서 기류가 달라졌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래도 애초 취지를 살려서 앞으로도 유지됐으면 한다.
의료 감정제도 손 봐야…의료분쟁조정법 '중대한 과실' 정의 과도해
Q. 사법 리스크가 소아청소년과 위기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최근 법원이 PDA 수술 지연과 관련해 병원에 3억2500만원 배상 판결을 내린 것에 대한 의견은.
합병증을 갖게 된 환자와 보호자에 대해선 안타까운 마음이다. 신생아 중환자실에서는 이런 합병증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하고 싶다. 하지만 이번 판결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PDA는 생존 한계에 있는 초극소 미숙아 집중치료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 있는 중증 합병증이다. 신생아 의사로 35년간 살아온 나도 매일 회진 때마다 고민하는 쉽지 않은 질환이기도 하다. 모든 의료행위는 위험성을 내재하고 있다. 개별 환자에게 행해지는 의료행위로 인한 위험성과 이점을 매일 변화되는 상황을 고려해 결정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그에 대해 의료진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사건의 경우 의사가 뭔가를 기피한 것도 아니고, 실수를 한 것도 아니다. 그 상황에서 의료적 판단을 내린 것일 뿐이다. 사실 (수술을 해야 하는) 완벽한 타이밍은 아무도 알 수 없다. 그런데 결과만 놓고 병원에 배상 책임을 지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사법이 과연 의료적인 판단을 어디까지 재단하려 하는지 모르겠다. 이대로라면 필수의료를 하려는 사람이 없어질 것이다. 이런 식으로 책임을 지라고 할 거라면 배상은 정부에서 다 하는 것이 맞다.
Q. 의료사고에 대한 판결은 결국 의사의 감정 결과가 중요한 영향을 미치지 않나.
현행 감정 제도도 문제가 있다. 이번 사건은 해당 분야에 전문성이 있는 의료진이 감정을 했다면 이런 판결이 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의사라고 해서, 소아청소년과 의사라고 해서 모든 부분에 대해 다 아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부분을 걸러낼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다. 누가 감정을 하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면 그게 과연 바람직한 구조인지 의문이다. 감정서에 대해서도 대외적으로 공개해 해당 분야 전문가들이 검증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
판결은 한 명의 의료진에게 내려지지만, 그로 인해 다른 필수의료 의사들까지 소극적으로 치료하게 되면 결국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 전문의가 쌓아온 지식과 경험을 토대로 전문가로서 내린 결정에 대해, 결과가 나쁘다는 이유만으로 책임을 지라고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이는 전문의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조차 없는 것이다. 앞으로 누가 필수의료 분야의 전문의를 하려고 하겠나.
Q. 최근 국회 상임위를 통과한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은?
법안이 명시하고 있는 중대한 과실의 정의가 과도하다. 설명 부족, 가이드라인에 대한 해석 차이 등도 중대한 과실로 간주될 여지가 있는데, 의료현장의 현실과 의료의 본질적 특성인 불확실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 오히려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중대한 과실은 예외적이고 제한적으로 인정돼야 하는데, 지금과 같은 법안 내용은 오히려 의료현장을 위축시킬 수 있다. 중대한 과실의 정의를 보다 엄격하게 해야 한다.
Q. 이 외에 정부, 국회에 제안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솔직히 말하면 아무리 정부와 국회에서 지원책을 내놓더라도, 이런 판결이 나올 때마다 현장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초토화된 소아청소년과를 살려보겠다고 현장에서 손으로 벽돌 하나하나를 힘겹게 쌓아 올리고 있는데, 핵폭탄을 떨어뜨리는 셈이다. 수가를 몇 천원 올려봤자, 한 번의 판결로 3억2500만원 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이 느낄 허탈감이 어떻겠나. 정부가 이런 부분을 더 신경을 써야 한다.
사법부가 의료행위에 대해 지금과 같은 판결을 이어가는 것은 오히려 국민의 권리나 혜택을 저해하는 방향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