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대한개원의협의회(회장 노만희, 이하 대개협) 제29차 정기평의원회가 열린 의사협회 3층 회의실에서 진풍경이 벌어졌다.
오후 4시 회의가 시작되기 전부터 대개협 전임 집행부에서 일했던 장홍준 전 재무이사와 한동석 전 총무이사가 번갈아가며 피켓을 들고 침묵시위를 벌였다.
피켓에는 '6년 무보수 봉사에 총무/재무 6억 소송' '의사 사회 내부 송사, 멍드는 건 회원 뿐!' 이라고 적혀 있었다.
대개협 전임 집행부에서 6년간 보수도 받지 않고 총무이사, 재무이사로 일했는데 6억원을 반환하라는 게 말이 되느냐는 주장이다.
대개협 노만희 회장은 최근 전임 김일중 회장과 장홍준 전 재무이사, 한동석 전 총무이사 등을 상대로 총 11억원에 달하는 '부당이득금 반환소송'을 청구한 상태다.
지난해 7월 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전임 집행부로부터 '학술대회와 관련한 회계 자료'를 전혀 인수인계 받지 못해 막대한 수입이 어떤 절차와 경로, 목적으로 집행됐는지 알 수 없다는 게 그 이유다.
한마디로 학술대회와 관련한 수입금을 영수증 처리조차 하지 않고 집행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학술대회 수입금은 얼마 정도 될까?
현 집행부가 이번 정기평의원회에 처음으로 공개한 회계 결산보고에 따르면 지난해 추계학술대회와 올해 춘계학술대회에서 등록비 3679만원, 광고 4억원 등의 수입을 올렸다.
노만희 회장은 지난 달 대한개원의협의회 춘계학술대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임 집행부는 회계 감사를 받았고, 평의원회 의결을 거쳐 예산을 집행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답했고, 감사 자료와 행사업체 계약서 등을 달라는 요구 역시 거부했다"면서 “대신 구두로 설명하겠다고 하길래 거부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김일중 전 회장은 얼마 전 기자회견을 자청해 "저를 비롯한 임원진 모두 보수도 없이 봉사하는 마음으로 오로지 대개협 활성화에 골몰했을 뿐 공금을 유용한 사실이 추호도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그는 신임 집행부에 인수인계를 하면서 회계에 대해 서면이 아닌 구두로 설명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그는 "그동안 음으로 양으로 언덕이 되어 주신 여러 유관단체 분들에게 대개협 내부 사정으로 누를 끼칠 수 있어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기 위함이었다"고 강조했다.
결국 의료계를 위해 학술대회 등록비와 광고수입 상당 부분을 정관계 인사들을 상대로 로비하는데 사용했고,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영수증 처리를 하지 않았을 뿐인데 어떻게 이를 문제 삼느냐는 것이다.
수십억원을 주무르면서 어디에, 어떤 용도로 사용했는지 영수증 한 장 조차 없으면서 "다 회원들을 위해 사용했는데 뭐 그런 걸 따지려고 하느냐"는 식이다.
노만희 회장은 "오늘 이후 특별회계(학술대회 관련 회계)가 생긴 것"이라면서 "그 전에는 이런 회계 자체가 없었다"고 환기시켰다.
대개협 현 집행부의 이번 소송이 어떻게 결론 날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낡은 관행을 청산하겠다는 의지만큼은 높이 살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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