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4.01.01 05:00최종 업데이트 24.01.01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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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의료계에 만연한 패배의식을 버리고 하나된 힘으로 행동에 나서야 한다

[칼럼] 주수호 미래의료포럼 대표·전 대한의사협회장

사진=챗GPT가 그려준 한국 의사들이 희망찬 2024년을 기대하는 장면 

[메디게이트뉴스] 지금까지 우리 의사들은 정부와 정치권에서 일방적으로 추진했던 포퓰리즘식 의료정책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리베이트 쌍벌제, 포괄수가제, 문재인 케어 등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실효성 없는 정책들과 악법들이 시행됐다. 우리 의사들은 그 과정에서 심각한 좌절감과 무력감에 빠져가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 의사들로 하여금 패배의식을 떨치고 뭉치면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의식을 심어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2020년에 찾아왔다. 2000년 의약분업 투쟁 이후 최대 규모의 투쟁이었던 2020년 4대 악법 저지 투쟁을 통해 많은 의사들의 가슴에 저항의 불씨가 당겨졌으나, 이 투쟁마저도 마지막에 납득하기 어려운 결말을 맺으면서 전공의, 의대생뿐만 아니라 전체 의사들에게도 많은 후유증을 남겼다.

최근 의사들이 오로지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전문성마저도 버리고 필수의료를 포기하는 일이 늘어나면서, 역설적으로 이 사회는 다시금 의사라는 전문직의 중요성을 깨닫고 있다. 하지만 정부와 국회는 정답이 나와있는 문제에 대해서 계속해서 오답만을 내놓고 있다. 

의대 정원 확대, 지역의사제, 공공의전원 설립 등의 포퓰리즘식 정책들은 현재 대한민국 의료가 직면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해답이 결코 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과 주류 언론들은 의료계의 정당한 주장은 외면하고, 의사들을 이기적인 집단으로 매도하면서 왜곡된 통계와 거짓말을 통해 국민들이 올바른 판단을 하지 못하도록 호도하고 있다.

지금 우리는 폭력과 민형사상 처벌로 인해 응급실이 급속도로 무너지고, CCTV로 인해 수술실이 불신의 공간으로 매도되고 있으며, 저수가와 열악한 환경으로 인해 중환자실이 문을 닫는 암울한 현실을 목도하고 있다. 대한민국 의료의 붕괴를 목전에 두고 있는 지금, 우리 의사들이 계속 정부와 정치인들의 만행을 방관만 한다면 대한민국은 다시는 회복하기 힘든 재앙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무너져가는 대한민국 의료를 살리기 위해서는 의료 전문가인 의사들의 올바른 주장을 이 사회가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14만 의사들의 유일한 법정단체인 대한의사협회가 이 사회에서 가장 존경받고 힘 있는 전문가 단체로 거듭나야 한다. 

의료계 문제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파장이 큰 사건이 일어나는 경우에도 의협의 이름으로 성명이 발표되고, 이 성명이 정국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할 정도로 의협의 위상이 이 사회에 확실히 자리 잡아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현재의 강압적 규제 일변도의 의료제도 아래서는 대한민국의 의사들은 직업적 자존감을 지키면서 전문가로서의 인정을 받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의학적 판단에 따른 소신 진료보다 정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정해놓은 프로토콜대로 진료하도록 강요하는 현 제도에서 의사들이 환자들로부터 인정받고 의협이 최고의 전문가 단체로 자리매김하는 일은 일어날 수가 없다. 

따라서 요양기관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로 대변되는 위헌적이고 강압적인 의료제도를 완전히 개혁해야 한다. 환자의 선택권이 보장되고 의사의 소신진료가 보장되는 제도를 우리 14만 의사가 똘똘 뭉쳐 이뤄내야 한다.

이제 우리 14만 의사 회원 모두가 다시 한번 힘을 합쳐 일어서야 한다. 국민 건강을 위해서나 대의를 위해서 같은 거창한 구호를 내세울 필요도 없다. 내 환자의 건강을 위해서, 나와 내 가족의 안위를 위해서, 그리고 무엇보다 의사라는 직업을 가진 한 명의 직업인으로서 나의 정체성과 자존심인 의권 수호를 위해서 일어서야 한다. 

우리 14만 의사들이 하나가 돼 움직이면 그 어떤 집단보다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안타깝게도 우리 의사들만 깨닫지 못하고 있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각자도생의 길만을 걷기에는 아직 이르다. 쉴 새 없이 밀려오는 규제와 악법의 파도를 막고, 올바른 의료 환경과 의권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 힘을 합쳐 당당히 맞서야 한다. 

환자 생명과 국민 건강을 지켜내는 전문가 단체인 의사들이 하나된 힘을 보여줄 때 전 세계 어느 국가도 함부로 하지 못한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더 이상 우리의 힘을 과소평가하지 말고 나와 내 동료를 믿고 다시 한 번 나아가자. 

2024년 새해에는 모든 의사들이 의료계에 만연한 패배의식을 버리고 하나된 힘으로 올바른 의료와 의권 수호를 위한 행동을 시작하는 원년이 됐으면 한다. 그리고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나 자신부터 앞장서 나아가며 모든 의사들과 함께 할 것이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메디게이트뉴스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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