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6.05.30 07:33최종 업데이트 26.05.30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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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별등재 20년, 신약 접근성·재정 지속성 두고 산업계 vs 학계·정부기관 시각차

산업계 "혁신 가치 반영 부족, 한국 출시 유인 약화"…학계·심평원·공단 "비용효과성 원칙 지켜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이숙향 부장, 사노피코리아 김준수 부사장, 국민건강보험공단 오세림 부장, 성균관대학교 이의경 교수

[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선별등재제도 도입 20년을 맞아 혁신 신약 접근성과 재정 지속가능성을 두고 산업계와 정부기관간의 시각차가 드러났다. 산업계는 현행 제도가 혁신 신약의 가치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했으며, 학계·심평원·건보공단은 경제성평가 생략과 신속등재 확대가 비용효과성 원칙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보건의료기술평가학회(KAHTA)는 29일 전기 학술대회에서 '선별등재 제도 20년을 진단한다'를 주제로 기획세션을 열고 제도 도입 이후 변화와 향후 개선 방향을 논의했다.

선별등재제도는 2006년 약제비 적정화 방안의 일환으로 도입됐다. 기존에는 허가를 받은 의약품이 대체로 건강보험 급여권에 들어올 수 있었지만, 선별등재제도 도입 이후에는 임상적 유용성, 비용효과성, 재정영향 등을 평가해 급여 여부를 결정하는 체계가 자리 잡았다.

이 과정에서 ICER 임계값 등 경제성평가 개념이 도입됐으며, 심평원은 평가, 건보공단은 약가협상을 담당하게 됐다. 이런 가운데 최근 고가 혁신 신약과 희귀질환 치료제가 늘면서 환자 접근성, 재정 지속가능성, 혁신 가치 반영 등이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사노피코리아 김준수 부사장

산업계 "약품비 비중 관리 성과 있지만 혁신 신약엔 엄격…한국 출시 유인 약화 우려"

이날 사노피코리아 김준수 부사장은 선별등재제도가 20년간 명확한 평가 기준을 확립하고 약품비 비중을 관리하는 데 기여한 점은 인정하면서도, 혁신 신약의 가치를 충분히 반영하는 제도로 발전하지는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선별등재제도의 성과로 임상적 유용성, 비용효과성, 재정영향이라는 평가 기준이 자리 잡은 점을 꼽았다. 또한 위험분담제와 경제성평가 생략 절차 등 환자 접근성 개선 장치가 도입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김 부사장은 현행 제도가 신약보다 제네릭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구조로 작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비교약제 가격이 지속적으로 관리·인하되는 상황에서 신약의 비용효과성을 입증하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혁신성에 대한 프리미엄은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김 부사장은 "제네릭은 상대적으로 후한데 신약은 어려운 제도"라며 "모든 회사가 제네릭을 만들려고 하고, 제네릭을 팔기 위해 CSO를 쓰는 구조가 유지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는 이 같은 구조가 국내 신약 개발 생태계와 한국 출시 유인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봤다.

김 부사장은 "우리나라는 의료 인프라가 잘 돼 있고 임상시험을 통해 선순환을 만들어온 측면이 있지만, 지금은 임상시험 우선순위에서 많이 밀리고 있다"며 "R&D 투자 유인이 감소하고, 신약 개발 생태계를 만들어 미래 성장동력과 일자리를 창출해야 하는데 아직도 제네릭 위주의 산업 구조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기업, 특히 바이오벤처들이 해외 시장을 먼저 바라보는 배경에도 이 같은 구조적 문제가 있다고 분석했다. 신약의 가치가 충분히 인정되지 않으면 국내 임상시험과 연구개발 투자 유인이 약화되고, 결과적으로 국내 신약 개발 생태계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글로벌 약가 환경 변화도 한국 출시 유인을 낮출 수 있는 요인으로 언급됐다. 김 부사장은 국제참조가격제와 미국 최혜국대우(MFN) 약가정책 논의가 맞물릴 경우 한국의 약가가 다른 국가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이 경우 글로벌 제약사가 한국 출시를 늦추거나 출시 우선순위에서 한국을 뒤로 미룰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한국에 먼저 출시하는 것이 글로벌 가격 전략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 생길 수 있다"며 "필요한 약을 국내에서 쓸 수 있도록 선별 방식과 제도 구조를 다시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부사장은 혁신 신약 접근성을 보여주는 지표도 제시했다. 그는 건강보험 총 약품비 대비 신약 지출 비중이 13.5% 수준에 머문다는 점을 혁신 신약 접근성의 한계로 지적했다. 전체 약품비 중 신약에 쓰이는 비중이 낮고, 나머지 상당 부분이 제네릭이나 특허만료 오리지널 등에 쓰이는 구조라면 선별등재제도의 목표가 제대로 달성되고 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또한 그는 "최초 출시 국가 기준 1년 이내 신약이 급여된 비율이 한국은 약 5%로, OECD 평균 18%보다 낮다"며 "모든 신약이 반드시 등재돼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혁신 신약 접근성 측면에서는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 부사장은 혁신 신약 평가에서 미충족 의료수요와 환자 중심 가치에 대한 가중치가 충분하지 않다고도 했다. 기존 평가체계가 일관성, 투명성, 형평성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질병 개선 효과, 사회적 가치, 환자 부담 완화 등 다양한 가치를 폭넓게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환자 접근성 보완 장치의 운영 부담도 언급했다. 그는 "선별급여와 조건부급여를 하고는 있으나 운영이 너무 복잡하다"며 "행정 부담이 크고 담보도 잡아야 하는 등 실제 참여한 사람들만 알 수 있는 운영 복잡성이 있어 제약사 입장에서도 매력적인 제도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에 김 부사장은 대안으로 혁신 친화적 가치평가 체계를 제안했다. 기존의 임상적 유용성, 경제성, 재정영향 중심 평가에 혁신성, 사회적 가치, 환자 중심 가치를 더하는 다차원 평가체계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또한 질환 특성에 따라 ICER 임계값을 차등 적용하고, 혁신 신약에는 별도의 프리미엄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아울러 초신속 트랙, 신속 트랙, 표준 트랙 등으로 등재 경로를 나누고, 조건부 등재 이후 실사용데이터를 활용해 성과를 확인하는 적응적 등재제도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신속등재가 단순히 사후관리 강화를 위한 장치로 설계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 부사장은 "신속등재 대상과 틀이 먼저 제시되고, 그에 맞는 관리 방안이 함께 나와야 한다”며 “신속등재의 범위는 좁되, 정말 시급한 약제를 대상으로 제도가 설계돼야 한다"고 말했다.

패널토론에서 나온 선별등재제도의 목표 달성도에 대한 질의에는 "2006년 당시 세운 목표만 놓고 보면 100점에 가깝지만, 2026년 현재 환경까지 고려하면 60점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약품비 비중 관리라는 과거 목표는 달성했지만, 고가 혁신 신약 시대에 맞는 접근성·가치평가 체계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성균관대학교 이의경 교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이숙향 부장, 국민건강보험공단 오세림 부장

학계·심평원·건보공단 "접근성 개선 필요하지만 경평면제 확대는원칙 훼손 우려"

학계와 심평원, 건보공단은 산업계가 제기한 환자 접근성 문제에는 공감하면서도, 경제성평가 생략과 신속등재 요구가 확대될 경우 선별등재제도의 핵심 원칙이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성균관대 이의경 교수는 선별등재제도의 본질이 비용효과성 기반 자원배분이라고 강조했다. 제한된 건강보험 재정 안에서 비용 대비 효과가 우수한 의약품에 우선적으로 재정을 투입하는 것이 제도의 출발점이라는 것이다.

이 교수는 위험분담제, 경제성평가 생략, ICER 임계값 탄력 적용 등이 신약 접근성 개선에 기여한 측면은 있지만, 예외적 장치가 확대되면서 제도의 원칙이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경제성평가 생략이 일부 예외가 아니라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상황은 반드시 점검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경제성평가 생략이 예외로 몇 가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상황까지 왔다"며 "정상적인 경제성평가를 피하고 면제 통로로 쏠리는 기형적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가치평가와 보험급여 결정, 가격 결정의 연결고리가 약해지는 점도 문제로 봤다. 임상적 필요성이나 접근성만으로 급여 여부를 판단하고 가격은 해외 약가를 기준으로 정하는 방식이 확대되면, 선별등재제도의 비용효과성 원칙이 약화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심평원 이숙향 부장은 선별등재와 신속등재 사이의 간극을 언급했다. 선별한다는 것은 근거를 확인하고 조심스럽게 판단한다는 의미인데, 신속한 등재를 위해서는 평가 절차를 간소화하거나 기준을 보다 느슨하게 운영해야 하는 압력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 부장은 외부에서는 허가 직후 급여 등재를 기대할 정도로 접근성 개선 요구가 높아지고 있지만, 평가기관 입장에서는 임상적 유용성, 비용효과성, 재정영향 등을 검토해야 하는 현실이 있다고 부연했다. 특히 희귀질환 등에서 신속등재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는 만큼, 제도 운영 과정에서 외부 기대와 평가 실무 사이의 간극을 줄이는 것이 과제라고 봤다.

이어 이 부장은 위험분담제와 경제성평가 생략이 보장성 강화에 기여한 것은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신속등재 요구가 커질수록 선별 과정의 의미와 평가 기준을 어떻게 유지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심평원 업무 부담도 과제로 언급됐다. 이 부장은 신약과 고가 치료제 신청이 줄지 않는 상황에서 평가기관이 신속성과 정교한 평가를 동시에 요구받고 있다고 언급했다. 평가 지연 문제도 기관 절차만이 아니라 제약사의 자료 보완, 본사 의사결정, 신청 시점 조율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했다.

건보공단 오세림 부장은 등재 이후 사후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건보공단은 신약 약가협상뿐 아니라 위험분담제 계약, 사용량-약가 연동 협상, 공급 안정성 모니터링 등을 통해 등재 이후 재정영향과 공급 문제를 관리하고 있다.

오 부장은 위험분담제를 통해 비용효과성과 재정영향의 불확실성이 큰 약제를 급여권에 들이면서도 제약사가 일정 부분 재정 위험을 분담하도록 해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 경제성평가 생략 약제가 늘고 초고가 치료제가 속속 등장하면서 사후관리만으로 제도의 원칙을 유지할 수 있을지 고민이라고 밝혔다.

그는 "최근 경제성평가 생략으로 들어오는 약제가 늘고 있어 뭔가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된다"며 "성과기반 계약은 이상적이지만 환자 한 명 한 명을 추적해야 해 행정 부담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한편 패널토론에서는 산업계가 제시한 신약 지출 비중과 등재 소요기간을 두고도 해석 차이가 드러났다. 건보공단 측은 건강보험 총 약품비 대비 신약 지출 비중 13.5%라는 수치가 신약의 정의와 비교 대상에 따라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허 기간 중 독점 신약만을 신약으로 볼 것인지, 특허만료 오리지널과 제네릭 가격 구조를 함께 볼 것인지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지원 기자 (jwlee@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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