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8.11.23 05:55최종 업데이트 18.11.23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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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질환 모델은 어떤 것이 더 좋을까

[칼럼] 배진건 퍼스트바이오테라퓨틱스 상임고문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배진건 칼럼니스트] 사람마다 좋아하는 음악의 장르가 있다. 가요, 록(Rock) 또는 클래식 등 선호하는 음악이 다르더라도 음악을 들으면 뇌 호르몬 분비 때문에 기분 좋게 활력을 불러줄 뿐 아니라 같이 듣는 다른 사람들과 심리적으로 공감하게 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

연구자들에게 임상 전 동물 모델에서의 약효 실험은 병리학적 연구와 기전 연구에 꼭 필요하고, 또한 신약개발자들에게도 치료제 개발 연구와 임상 승인을 위한 필수 절차에 해당된다.

재밌게도 사람들이 각자 서로 다른 음악의 장르를 선호하듯이, 전임상 실험동물 모델의 선택도 서로 다른 선호도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때때로 연구자의 이전 학업과 커리어 경로, 그리고 연구방향 선호도에 따라 본인이 선호하는 모델이 가장 잘 그 질병을 대변한다고 고집한다. 

사람에게 투여할 약의 약효와 안전성을 테스트하기 위해서는 먼저 동물에서의 실험결과가 선행돼야 한다. 유전자와 이를 발현하는 단백질의 서열과 기능이 사람과 동물에서 유사하거나 같다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이러한 단백질의 시그널링의 반응과 그보다 더 거시적인 생리학적인 반응이 사람과 동물에서 유사하게 일어난다는 가정도 하게 된다.

예를 들어 염증을 유발하는 단백질(P43) 아미노산 서열의 침팬지와 사람의 유사성은 99%이며, 쥐와 사람은 81% 유사하다. 침팬지가 사람과 더 유사하기는 하지만 연구현장에서는 주로 시작점은 가장 손쉬운 설치류를 사용한다. 

실험용 쥐가 대동물보다 실험 상으로 유리한 점은 먼저 비용이 훨씬 저렴하며, 소(小)동물이므로 관리가 쉬울 뿐 아니라, 동일 유전형질의 개체를 사용함에 따라 개체 간의 차이가 비교적 적어 실험결과 데이터의 통계적 유의성 확보에 훨씬 유리하다는 것이다. 환경에 따른 정신적 스트레스가 침팬지와 같은 영장류보다 훨씬 적고, 유전자 조작 등 첨단 바이오 기술을 접목하기도 훨씬 쉽다.

특히 유전자조작 마우스(Genetically Engineered Mouse)는 원하는 대로 특정 유전자를 변형시켜 유전자 하나 혹은 몇 개의 조합이 갖는 기능을 알아낼 수 있다. 최근 유전자 가위라고 잘 알려진 크리스퍼 시스템을 이용한다면 더욱 더 쉽게 원하는 유전자를 교정할 수 있고, 이렇게 교정된 유전자를 통해 사람의 질병과 가장 유사한 병리를 나타내도록 제작한 '실험동물 질환모델'은 인간 질환의 의학적 연구 및 신약개발에 필수적인 실험 자원이 됐다.

도파민(dopamine)은 운동 조절에 관여하는 신경세포 간의 의사소통을 돕는 물질이다. 임상병리학적으로 파킨슨병은 흑질(subtantia nigra, SN)이라는 뇌의 작은 부분이 퇴행(degeneration)하면서 발생한다.

이 흑질의 신경 돌기에 알파 시누클레인(a-synuclein)이 비정상적으로 축적된 집합체인 루이소체(Lewy body)가 과도하게 쌓이게 된다. 이로 인해 SN에 있는 신경세포들이 생산하는 도파민이 정상 수준보다 80% 이상 줄어들면서 손 떨림과 함께 행동이 늘여지고 보폭이 짧아지는 퇴행성 뇌질환 증상이 나타난다. 

파킨슨병 연구자들에게 동물모델은 상대적으로 선택할 폭이 좁다. 처음 만들어진 동물 모델은 MPTP, rotenone 혹은 6-OHDA 같은 신경독성물질을 흰쥐에 전신 주사하거나 흑질이나 선조체(striatum)에 직접 주사한 것으로, 24 시간 안에 도파민 신경의 퇴행(degeneration)이 진행된다. MPTP에 의한 흑질 및 선조체의 도파민 뉴런의 퇴행은 쥐 외에도 다른 설치류나 영장류에서 관찰되며, 심지어 살충제나 마약류의 유사 유도체에 의한 동일 현상이 인간에서도 보고됐다.

그러나 이 모델의 약점은 MPTP를 수회 투여하는 급성모델에서는 도파민 생성의 급격한 감소 후에도 도파민 뉴런의 점진적인 퇴행이 관찰되지 않는다는 점, 파킨슨병의 지표인 루이소체(Lewy body)가 형성되지 않는 점이다. 이런 약점으로 이 모델이 파킨소니즘을 대변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최근의 중론이다. 저용량의 MPTP 투여를 만성으로 진행해 루이소체를 형성하고 점진적인 퇴행을 시도한 결과가 보고된 바는 있으나 여러 논란의 소지가 있다.

이를 극복할 파킨슨병 동물 모델은 다양한 유전자 변형 모델(Transgenic Mouse Model)들이고, 대표적인 것이 시누클레인의 과발현 모델과 A53T, A30P 등의 돌연변이 모델이다. 이 모델은 마우스에서는 질병의 조기발병을 보이며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점진적으로 뇌의 각 병변에 시누클레인의 엉킴과 루이소체 유사체를 보인다.

Thy-1 모델이라는 닉네임을 가지고 있는 시누클레인 과발현 모델 및 A53T 돌연변이 모델에서는 점진적인 시뉴클레인 축적으로 인해서 신경퇴행, 행동장애 등 인간의 루이소체 질병과 유사한 증상을 재현해낸다. 시누클레인의 병리학적인 기전 연구에 매우 유용한 동물모델이다. 특히 운동능력이 12개월 만에 감소함에 따라 충분한 α-synuclein의 축적이 흑질 도파민 신경계의 교란에 필요조건으로 추정된다.

이 일련의 동물모델에서 한 가지 미스터리는 파킨슨에서 가장 중요한 병변인 선조체에서의 도파민 뉴런의 퇴행이 관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행동장애와 도파민 뉴런의 감소도 관찰되지 않는다. 이러한 이유로 이 일련의 유전자 변형 모델은 엄밀하게 말하면 루이소체 질병의 동물모델이라고 얘기할 수도 있다. 이는 사람과 마우스의 생리학적인 차이에서 근거한다고 추측된다.

파킨슨병 환자의 뇌에서 관찰되는 바, 기형적 시뉴클레인이 한 뉴런에서 또 다른 뉴런으로 퍼져 나간다. 이렇게 병리적인 시누클레인이 쌓이고 퍼져 나가는 비정상적인 현상이 PD의 중요한 기전 및 운전자(important driver)로 간주된다. 이런 기전과 유사한 동물모델의 구현은, 이러한 기형 형태의 시누클레인을 쥐의 중뇌에 직접 주사해 발병시킴으로서 가능하다.

이 모델의 가장 큰 장점은 파킨슨 질환의 가장 중요한 병변인 중뇌 내의 흑질과 선조체에 점진적인 루이소체 형성이 가능하며, 이에 따른 도파민 뉴런의 점진적인 퇴행이 재현된다는 점이다. 파킨슨과 가장 유사한 병리학적 현상을 재현해 내면서 운동능력과 근육능력의 감소를 성공적으로 유발한다.

행동실험의 예로 극(pole) 검사는 질병이 유발된 마우스가 극에서 바닥으로 내려오는 행동 검사를 통해 운동 장애를 측정한다. 이러한 병변의 변화와 증상적인 변화에 약물을 수개월 간 투여해 증상의 완화와 흑질 내의 루이소체의 변화 및 도파민 분비 신경세포의 회복도를 측정함으로써, 인간의 파킨슨병과 매우 유사한 상황에서 효능, 안전성 및 기전 연구를 할 수 있게 된다.

즉 신약 후보물질로 치료한 마우스가 정상적인 신체 기능을 유지하고 도파민 신경 세포의 손실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면 파킨슨병 치료제로서의 가능성을 입증할 수 있다.

질병 연구자들은 음악의 장르를 다르게 선호하듯이 실험동물을 선택할 때도 본인이 배웠고 경험한 실험동물을 선택하는 경향이 많다. 어떤 연구자는 유전자 조작 모델만이 옳다고 주장하기도 하고, 반대의 경우는 흑질에 루이소체가 형성되지 않는 모델은 파킨슨 모델로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모든 논란을 아우르는 연구라고 한다면 결국 여러 다양한 모델에서 후보물질이 모두 골고루 치료제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그 기전을 증명할 수밖에 없다. 결국 연구자의 역량과 시간과 비용이다. 그리고 승부의 결판은 임상에서의 효능일 수밖에 없다.

결국 인간의 질병에 작용하는 약으로의 증명이 성공했을 때 과거를 되돌아보고, 그 실험동물 모델에서 좋은 효능을 보였으며 약동학/약력학 적으로 인간에서의 데이터와 일치했는지 역으로 증명해 볼 수 있다. 그것이 그 동물 질환모델이 옳았음을 밝혀내는 유일한 길이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메디게이트뉴스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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