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윤 의원 7번째 문신사법 발의…"법안 통과 자체는 시대적 흐름, 의료체계 안에서 논의돼야"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비의료인에게 문신시술을 허용하는 문신사법이 또다시 발의돼 향후 국회 법안 논의 과정이 주목된다.
지금까지 문신사법이 발의된 적은 많이 있지만 이번엔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평가가 많다. 반영구화장 등이 보편적으로 시행되면서 법률과 현실의 괴리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의료계 등 전문가들은 여전히 비의료인의 문신시술을 안전성 측면에서 염려하고 있다. 이에 법안을 통과시키더라도 문신사들이 의료기관 내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강기윤 의원, 최근 7번째 문신사법 발의…문신사협회 설립까지 명시
21일 국회에 따르면 이번에 발의된 법안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강기윤 의원(국민의힘)이 총대를 멨다. 강 의원은 지난 8일 문신사와 반영구화장사의 자격과 업무범위 등을 정한 '문신사‧반영구화장사법안'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문신사와 반영구화장사의 면허 요건과 등록, 결격사유 등이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특히 국민 건강의 위해를 방지하기 위해 이들의 위생과 안전관리 교육을 매년 받도록 하고 영업관련 시설과 장비의 안전관리 규정도 신설된다.
또한 법안은 부정한 방법으로 면허를 받은 경우 보건복지부 장관이 면허자격을 정지시킬 수 있도록 하고 문신사와 반영구화장사 관련 협회도 설립할 수 있도록 했다.
강기윤 의원은 법안 제안이유서를 통해 "실제로 미용의 목적으로 문신이나 반영구화장 시술을 받고 있어 의료인에게 시술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그러나 대법원은 문신시술행위를 의료행위로 보고 처벌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 의원은 "2019년 보건사회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 중 15.3%는 문신, 30.7%는 반영구화장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나 이용 인구가 상당할 것으로 여겨진다"며 "이에 따라 법체계와 현실의 괴리가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문신사법 5년간 83억 소요 추계…“추가 재정 투입 불가피”
만약 법안이 통과된다면 어느 정도 재정이 필요할까.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문신사법 제정 비용 추계는 향후 5년간 총 83억6500만원이 소요된다.
다만 이는 면허발급과 면허 등록, 위생과 안전관리 교육 등만이 추계된 것으로 문신사 등의 개설신고와 업무 추진에 따른 지방자치단체의 전담인력 인건비, 사업비 등을 포함하면 재정 소요액이 증가할 수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제정안에 따른 추가재정소요는 추계가 곤란한 조문을 제외하고 일부 사항에 대해서만 추계한 것으로, 제정안의 전체적인 재정소요액은 추계된 금액을 상회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21대 국회엔 강기윤 의원안을 포함해 7개의 안이 발의돼 있는 상태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과 최종윤, 송재호 의원, 국민의힘 엄태영, 홍석준 의원이 각각 발의했고 정의당 류호정 의원은 문신 대신 타투업법이라는 이름으로 법안을 내놨다.
문신사법이 나온 것은 이번 국회가 처음은 아니다. 17대 국회에선 당시 대통합민주신당 김춘진 의원이 일정한 요건을 갖춘 비의료인에게도 문신시술을 허용하는 내용의 ‘공중위생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이후 김춘진 의원은 18대, 19대 국회에서도 문신사법을 발의했고 20대에선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문신사의 면허와 업무범위, 위생관리 의무 등을 규정하는 법안을 내놨다.
그동안 문신사법이 제정되지 못한 이유는 사회적 논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못했다는 점이 주요했다.
앞서 보건복지위 전문위원실은 법안의 제정 취지가 타당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문신행위는 의학적·사회적으로 부작용 발생 우려가 있고 안전성 확보 방안 등에 대한 체계적 연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문신행위를 법제화하는 데 있어선 종합적인 연구, 사회적 논의가 선행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문신‧반영구화장 시술 허용 움직임 본격화…헌재 위헌 의견 2명 늘어
그러나 이번엔 분위기가 좀 다른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국무조정실은 규제혁신을 위한 ‘규제심판회의’를 열어 민간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기로 했고, 보건복지부 소관 과제로도 ‘비의료인의 반영구화장 시술 허용’이 논의될 예정이다.
헌법재판소는 여전히 의료법에 의해 문신을 의료인만 시술할 수 있도록 한 법률 내용이 합헌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헌재 내에서도 위헌 의견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지난 3월 31일 헌재는 문신 시술과 관련된 의료법과 보건범죄단속법 조항에 대해 합헌 의견 5명, 위헌 의견 4명으로 최종적으로 합헌 결정을 유지하긴 했지만, 과거 헌재 판단에서 2명만이 위헌 의견을 냈던 것에서 2명이 늘어 달라진 사회 분위기를 반증했다.
4인의 위헌 의견은 문신시술이 일반적인 의료행위와 다르다는 점과 해외에선 문신이 의학적 시술과 다른 독자적 직역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박승현 변호사(법률사무소 더윌‧반영구화장사중앙회 고문)는 “반영구화장시술 등으로 인한 감염이나 면역관련질환 위험은 현대에와서 극히 낮아졌다. 일정한 교육을 거쳐 자격을 갖춘다면 이런 부분을 충분히 통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진 변호사(법무법인 세승)는 "문신은 모르겠지만 반영구화장 같은 경우 워낙 사회 전반적으로 퍼져서 보편적으로 받고 있다 보니 법률과 현실 사이의 괴리가 나타나고 있다. 이 때문에 법안도 지속적으로 발의되고 있는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어떤 방식이든 법안 통과를 막긴 어려워 보이고 어떤 방식으로 법제화 시킬 것인지가 고민돼야 한다"고 전했다.
정치권, 법안 제정에 드라이브…의료계 우려 여전, "안마사 제도 참고해야"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정치권도 법안 제정을 위해 바삐 움직이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8월 2022년 정기국회 대비 국회의원 워크숍에서 문신사법을 정기국회 22대 민생입법과제로 선정하고 법안 제정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특히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대선 후보시절부터 타투합법화를 대표 공약으로 내걸었고 윤석열 대통령 역시 지난 1월 국회에서 열린 ‘반영구화장타투문신 합법화 정책 간담회’에서 문신 합법화에 힘을 실었다.
간담회 당시 원희룡 윤석열 캠프 정책본부장은 축사를 통해 “문신 행위는 법적 근거가 없어 불법의료행위지만 이는 법과 현실이 일치하지 않는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는 소비자 보호 관점에서 합법화하겠다. 다만 의료계 우려를 고려해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문성 재고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의료계의 우려는 여전하다. 문신과 반영구화장이 신체에 직접적인 침습을 수반하는 행위라는 점에서 문신염료와 시술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정책이 우선 시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대한의사협회는 인체를 침습하는 문신행위가 출혈, 감염, 급만성 피부질환 등 의학적 위험성이 상존하며, 합병증 유발로 환자 건강에 치명적 위협을 초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피부 안에 인위적으로 화공약품을 주입함으로써 신체에 비가역적인 변형과 염증반응을 일으킨다는 취지다.
대한의사협회 황지환 기획이사는 "갈수록 태산이다. 우리 몸에 들어와서 하루 이틀 만에 배출되는 약물도 위험하다고 하면 난리가 나는데 문신염료는 한번 투입되면 50~60년 이상 배출되지 않는다. 관리도 전혀 이뤄지지 않아 중금속과 유기용제 덩어리가 포함돼 있다는 보도가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황 이사는 "내 가족이라면 머리채를 잡고 절대 하지 말라고 막고 싶은데 이걸 패션 혹은 사회적 현상이라고 지속적으로 접근하니 난감하다. 의협 이외 피부과학회, 피부과의사회 모두 같은 의견"이라고 설명했다.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이얼 책임연구원도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문신염료를 의약품 수준으로 엄격히 관리하고 문신시술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정책을 우선 개발해야 한다"며 "별도의 문신사 자격을 만드는 정책은 엄격한 면허제도를 바탕으로 하는 현행 의료법 체계와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법률적으로도 문신사법이 현행 의료법과 상충하는 부분이 분명히 존재한다. 이에 현행 안마사 제도를 참조해 법안을 시행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한진 변호사는 "간호사, 간호조무사, 의료기사 등도 의료행위를 할 수 있지만 독자적으로 시설을 개설할 순 없다. 문신사나 반영구화장사들만 개설을 허용할 경우 현행 의료법 내 여러 직역과의 마찰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개인적으로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의사의 지도감독 아래 의료기관이라는 틀안에서 문신사들이 시술행위를 하도록 하는 것이 적절하다"며 "시각장애인에게만 안마사를 제한적으로 허용한 선례도 있는 만큼 법률과 현실의 괴리는 맞추되, 기존 의료체계를 지킬 수 있도록 적정선을 맞추는 것이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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