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에게 약을 조제한 후 의사에게 조제내역을 알려주면서 처방전을 발행하게 한 약사. 이에 대해 대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했다.
약국을 운영하는 임 모 약사는 A의원 장모 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의원에 직접 갈 수 없는 환자가 먼저 약부터 달라고 하는데 일단 약을 조제한 뒤 조제내역을 보낼 테니 그대로 처방전을 발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임 약사는 장모 원장이 동의하자 수시로 전화를 걸어 선조제, 후처방을 했다.
임 약사는 많게는 일주일에 10건 이상 이런 방식으로 조제했다.
결국 임 약사는 약사법 위반 내지 장 원장의 의료법 위반을 방조한 혐의로 기소됐고, 1심 법원은 1백만원 벌금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 법원은 1심을 파기하고 임 약사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렸다.
2심 법원은 약사가 환자들을 대신해 의사에게 진찰 없이 처방전을 작성해 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렇다면 결과적으로 의사가 직접 환자들을 진찰하지 않고 처방전을 작성해 환자들에게 교부한 다음 약을 조제 받아 가는 순차적인 행위가 약사를 매개로 해 동시에 이루어진 것과 다름없다"고 환기시켰다.
재판부는 "약사가 의사에게 직접 환자들을 진찰하지 않고 처방전을 작성하게 하고, 그에 따라 환자들에게 약을 조제해 준 행위는 의사의 처방전 교부행위에 대한 대향범 관계에 있는 환자들의 행위에 가담한 것에 지나지 않으므로, 환자들을 처벌할 수 없는 이상 환자들에게 가담한 약사 역시 처벌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대법원은 최근 2심 법원의 무죄 판결을 다시 파기했다.
대법원은 "피고인인 약사가 의사에게 직접 진찰 없이 처방전을 작성하도록 요청하고, 그에 따라 환자들에게 약을 조제해 준 행위는 의료법에 따라 처벌 대상이 되는 의사의 처방전 작성행위에 가담해 이를 용이하게 한 것으로 평가함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약사의 의료법 방조혐의가 인정된다는 것이다.
약사는 의사의 의료법 위반행위에 대한 대향범의 관계에 있는 환자들의 행위에 가담한 것에 지나지 않아 의료법 위반행위를 방조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한 2심 법원의 판단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이에 대법원은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다시 심리하라고 2심 법원으로 환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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