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2.06.24 06:25최종 업데이트 22.08.09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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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으로 월경장애 진단·뇌전증 치료 전자약 등 8년간 K-DEM사업 340억원 투입

삼성서울병원 주축으로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참여…연구진·업계 "처방 기반 조속히" 식약처 "진행 중"

[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디지털치료제(디지털치료기기·DTx)와 전자약(EC) 시장이 대폭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8년간 340억원을 투입해 디지털헬스케어 생태계 조성에 나선다.

해당 사업을 통해 뇌전증 등 난치성 질환 극복을 위한 개인 맞춤 지능형 전자약을 비롯해 월경장애, 인지장애, 우울증, 당뇨병, 안질환 등 만성질환의 디지털 치료기기 기반 연구도 추진 중이다.

삼성서울병원 디지털치료연구센터 전홍진 센터장·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23일 열린 2022년 대한의료정보학회 춘계학술대회의 '디지털 치료제와 전자약 개발의 국내 현황' 세션에서 미래형 환자중심 K-DEM Station 구축사업을 소개했다.
 
사진 = 삼성서울병원 디지털치료연구센터 전홍진 센터장 2022년 대한의료정보학회 춘계학술대회 발표 갈무리.

앞서 지난해 7월 보건복지부는 2021년 연구중심병원 육성 R&D 지원사업의 신규 과제로 삼성서울병원의 미래형 환자중심 K-DEM Station 구축사업을 선정했다. 

해당 사업은 디지털치료기기와 전자약 분야의 신기술 개발을 위한 실용화 플랫폼으로, 병원 기반의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디지털치료연구센터를 비롯해 스마트헬스케어연구소, 임상의학연구소, 데이터사이언스연구소가 참여하며,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도 컨소시엄으로 함께 한다.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은 원주의료기기 테크노밸리 등 지역 의료기기 산업 인프라와 디지털치료임상센터, 라이프로그빅데이터플랫폼 사업단 등 풍부한 연구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 

K-DEM(Digital and Electronic Medicine)은 디지털치료제와 전자약 분야의 신기술을 통칭한다. 

디지털치료제는 근거 기반 치료적 중재를 제공하는 고도화된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를 의미하며, 난치성 질환이나 중증 만성질환의 조기 진단과 치료 효용성 극대화, 의료전달체계 접근성 보완 등의 특징을 가진다.

전자약은 전기, 자기장, 초음파 등 전자기적 자극을 통해 질병을 치료하는 전자장치로, 특정 부위와 표적 장기에 선택적으로 작용해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환자의 증상 변화를 실시간 감지하고 분석할 수 있어 개인 맞춤형 치료를 제공한다.
 
사진 = 삼성서울병원 디지털치료연구센터 전홍진 센터장 2022년 대한의료정보학회 춘계학술대회 발표 갈무리.

전홍진 센터장은 "현재 다양한 질환에서 디지털치료기기 적용이 이어지고 있으며, 향후 시장도 매우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다만 아직 시장을 주도할 기술이 부재하며, 유효성을 검증할 데이터도 부족한 실정이다. 또한 임상적 근거가 부족하고 만들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 센터장은 "보수적인 의료시장과 불명확한 규제, 임상과 혁신기술가 연계 미흡 등의 허들이 존재한다. 이 같은 허들을 극복하고 디지털헬스케어 생태계를 구현하기 위해 K-DEM사업을 추진하는 것"이라며 "오는 2029년까지 8년여간 총 340억원의 연구비를 투입해 의료법에 저촉되지 않게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모아 클라우드 기반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수십여개의 세부과제의 기술사업화를 추진, 궁극적으로 미충족 의료수요를 해소하고 사회적 가치를 실현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진행 중인 세부과제를 보면,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환자의 음성 AI 기반 중증도 예측 알고리즘 개발, 사물인터넷으로 알레르기 관리, 수면장애 지표 분석과 생체리듬 기반의 최적 수면관리 제시 웨어러블, 고혈압 관리 디지털치료기기 등 클라우드 기반의 인공지능 환자 자기관리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우울증을 치료·관리하는 AR기기, 당뇨병과 근위축증을 관리하는 디지털치료제, 월경장애 진단과 맞춤형 치료를 지원하는 웨어러블, 인지장애를 개선하는 모바일 앱, 녹내장을 비롯한 안질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점안약 모니터링 시스템 등 DTx 개발도 추진 중이다.

또한 개방형 네트워킹, 클라우드 기반의 데이터 관리 지원체계도 구축했으며, 이를 통해 리얼월드 데이터도 수집하는 한편 사용적합성 평가 지원, GMP인증 지원 등을 진행하고 있다. 상용화를 위한 세부과제도 추진 중이며, 이는 임상근거 창출, 특화규제 대응, 확증임상시험 디자인 등을 지원하는 내용이다.

전 센터장은 "스마트폰 사용 인구와 1인가구 증가, 의료에서의 자기결정권 존중, 정신질환·만성질환 관심 증가 등으로 의료접근성 강화, 사회적 의료비용 절감, 신성장 동력 산업 육성 등이 필요해 지고 있다. K-DEM 사업을 통해 미충족 의료 수요 해소, 사회적 가치 실현 등을 추진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효율성과 안전성 엄격하게 검증한다면 충분히 '게임체인저' 가능"

세부과제 중 뇌전증을 치료하는 전자약을 개발하는 삼성서울병원 손영민 교수는 "전자약 시장의 폭발적인 증가가 예상되고 있다. 2030년에는 2배 이상 시장이 성장해 있을 것"이라며 "현재 뇌전증을 비롯해 수면무호흡증, 당뇨병, 류마티스관절염 등 다양한 질환을 적응증으로 하는 전자약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손 교수는 "최근 딥러닝 등 AI 기술 발전으로 실시간 자극패턴을 조절하는 피드백 기술이 정교해졌고 크기는 더욱 소형화되고 있다"면서 "전자약은 전기적 신호로 신체를 조절하는 치료제로 치료가 필요한 국소부위에 자극을 일으키는 방식인만큼, 우선 안전성을 검증하는 게 가장 중요하고 사용자 접근도 확대해야 한다는 과제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효율성과 안전성을 엄격하게 검증하는 것은 물론, 의료기기시장 특성상 이미 검증된 제품을 쓰려는 경향이 있어 친숙도도 높여야 한다"며 "이 같은 특성을 역으로 들면 제대로 검증만 한다면 충분히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다학제 연구, 빠른 피드백, 중개임상 등을 하는 연구플랫폼 구축이 매우 중요하며 그런 의미에서 삼성서울병원 K-DEM이 핵심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진 = 원주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이산희 교수 2022년 대한의료정보학회 춘계학술대회 발표 갈무리.

스마트 기기를 이용해 월경장애 디지털치료제를 개발 중인 원주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이산희 교수는 "월경 증후군, 월경통, 월경과다, 월경불순, 무월경 등 월경장애를 앓는 환자는 많지만 이를 병원에 와서 정확히 진단을 받고 치료하려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며 "이 같은 문제를 고려해 사용자의 기록과 생체신호 등을 분석해 월경주기를 예측하고 월경장애 여부를 진단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어 "자가 진단에 따라서 적절한 솔루션을 제시하는 플랫폼은 현재 관련 기업과 연구개발(R&D)을 이어가는 중"이라며 "디지털치료제를 통해 많은 환자가 월경장애를 조기에 진단하고 적절하게 치료, 관리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불면증 디지털치료제를 개발 중인 웰트도 이날 학술대회에서 임상시험 진행 과정을 소개하고, 산학연병 등에서 개발된 디지털치료제가 실제로 사용되기 위해서는 처방, 즉 수가를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웰트 정화영 팀장은 "현재 웰트를 비롯해 국내에서 품목허가를 목표로 확증임상시험을 수행하는 기업이 11곳이 있다. 상용화가 이뤄진다면 효용성을 고려했을 때 활용도가 매우 높을 것"이라며 "다만 디지털치료제도 의약품처럼 처방을 받아야 환자들이 쓸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수가를 받을 수 있도록 조속히 관련 제도 정비가 뒤따라야 한다"고 했다.

"식약처 품목허가 지원·R&D 투자 확대…수가 등 급여도 관련 부처서 검토 중"

전자약과 디지털치료제 개발이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나, 아직까지 정부의 R&D 투자 비율이 낮고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급여 등의 법·제도도 부재한 실정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한영민 과장은 "품목허가를 위해서는 임상시험을 통한 유효성, 안전성 검증이 필수며, 반드시 임상시험은 통계적으로 유의한 피험자를 대상으로 진행하며 1차평가지표를 만족해야 한다"면서 임상시험에서 대조군에 대한 문의가 매우 많은데, 같은 앱이지만 약간의 기능이 빠진 것, 기존에 있는 치료법 등과 비교해 진행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한 과장은 "현재 식약처는 빠른 제품화를 지원하기 위해 불면증과 알콜중독, 니코틴장애 등의 허가심사 관련 가이드라인을 제정했고, 올해는 우울증과 공황장애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예정"이라며 "디지털치료제, 전자약 등 시장 활성화를 위해 R&D 투자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전체 R&D 규모에 비해서는 해당 분야 투자가 매우 적은 편이다. 앞으로 투자를 더욱 확대하는 동시에 해당 기술 적용에서 소외되는 사람들을 최소화해 수요를 확대하는 방안도 고안해 나갈 예정"이라며 "수가 등 급여 관련 제도 역시 담당 부처, 기관에서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민지 기자 (mjse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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