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5.03.25 12:18최종 업데이트 25.03.25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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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증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기각한 재판부, 법 왜곡 가능성 제기…이유는?

정원 감축 의미하는 '대학구조개혁' 개념 왜곡해 '대입 사전예고제' 위반한 의대 증원 방치…300개 육박하는 증거 제출도 외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법원의 의대 증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기각 판결, 남아있는 의문]

지난해 의대 재학생과 수험생 등이 일방적인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해 한국대학교육협의회를 상대로 '대학입시계획 변경승인 효력정지 가처분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5월 대교협의 대학입시계획 변경승인은 법에서 정한 '대입 사전예고제'를 위반한 것인 만큼 법원이 제동을 걸어줄 것이라는 기대가 컸으나 해당 소송은 대법원을 포함해 1, 2, 3심 재판부 모두 '기각' 판결을 내리며 끝이 났다.

해당 소송의 쟁점은 '대입 사전예고제'의 예외 사유인 '대학구조개혁'에 따라 의대 정원을 증원한 것인지 여부로, 법조계는 유일한 예외 사유인 '대학구조개혁'이 20여년전부터 진행돼 온 정부의 대학 정원 감축을 의미함에도 재판부가 이를 외면한 채 '기각' 판결을 내린 데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의대 증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기각 판결은 정말 받아들일 수 있는 판결일까?

① 의대증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기각한 재판부, 법 왜곡 가능성 제기…이유는?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지난해 윤석열 정부의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발표가 1년이 넘도록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며 의료는 물론 교육과 사회 전반에 큰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

의료계는 객관적인 제 3자인 법원을 통해 해당 문제가 일찍이 해결됐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표하고 있는 가운데, 법조계 일각에서는 의료계가 제기한 '의대 증원 변경 효력 정지 가처분 소송'을 기각한 법원의 결정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정부의 의대정원 증원 과정에는 석연치 않은 점들이 여럿 발견됐으나,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관여하며 강력하게 추진하는 정책이었던 만큼 법원도 관련 판결을 뒤로 미루는 등 정권을 의식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사실상 법적으로 명백한 하자가 있는 대학입시계획 변경승인에 대한 의료계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에서도 법원이 '기각' 판결을 내리면서 이러한 의혹은 점차 확증이 되고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전예고제' 어긴 의대증원…예외적 변경 사유인 '대학 구조개혁' 해당 된다?

25일 메디게이트뉴스는 지난해 의대 재학생 5명과 수험생 3명 등 총 8명의 신청인들이 '대학입학전형시행계획' 변경을 승인하는 주체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를 대상으로 제기한 '대학입시계획 변경승인 효력정지 가처분소송'의 판결문과 제출된 증거를 입수해 재판부의 판결 근거를 분석했다.

지난해 4월 정부는 의대를 보유한 각 대학에게 2월에 발표한 의대정원 2000명 증원분의 50~100% 범위 내 모집인원을 결정할 수 있도록 조치했고, 이에 따라 대교협은 그해 5월 24일 의대 총장들이 조정한 의대 정원 1509명으로 증원한다는 대학입시계획 변경을 승인했다.

고등교육법 제34조의5(대학입학 전형계획의 공표)에 따르면 교육부장관은 대학 입학 전형계획을 변경할 경우, 해당 입학 연도의 전 학년도가 개시되는 날로부터 10개월 전, 약 2년 전까지 공표해야 한다는 '사전예고제'를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입시계획을 공표한 대학의 장은 원칙적으로 학생정원을 변경할 수 없는데, 단 같은 법 시행령 제33조 제3항 제2호에서 예외적 변경사유로 정한 '대학 구조개혁'에 의해서만 변경이 가능하다.

문제는 '의대정원 증원'이 사전예고제의 예외적 변경 사유인 '대학 구조개혁'에 해당되는지 여부다.

신청인들은 '대학 구조개혁'은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대학의 학생정원을 줄이는 것'을 의미함으로, 의대정원 증원이 예외적 변경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사전예고제'를 위반한 대교협의 대학입시계획 변경승인은 효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대학 구조개혁'…김대중 정부 말기부터 문재인 정부까지 '정원 감축' 유도 정책 추진

이에 따라 신청인들이 제출한 증거는 300개에 육박한다. 1심에서만 80개 이상의 증거가 제출됐고, 그 이후에도 수능 이전에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조속한 판결을 촉구하며 200개 이상의 증거를 제출했다.

그 증거에는 입시계획 수정이 가능한 '예외적 변경사유'인 '대학 구조개혁'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그리고 의대 정원 증원이 왜 '대학 구조개혁' 사유에 포함되지 않는 지를 뒷받침하는 근거가 대다수를 이뤘다.

'대학 구조개혁'의 정의는 다수의 논문과 감사원의 감사 보고서, 교육부의 브리핑, 보도자료, 정책 참고자료 등을 통해 그 실체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 이들은 모두 일관되게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대학의 대규모 미충원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대학의 정원 감축을 유도하는 정책을 의미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러한 대학 구조개혁은 이미 김대중 정부 말기부터 정원감축에 대한 정부 차원의 논의가 본격화됐고, 노무현 정부때부터 대학정원감축이 본격화돼 자체 구조조정 시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등 과감한 대학구조조정을 진행했다. 

이명박 정부는 대학정원 자율화 정책기조를 보다 강화해 국립대는 자율적 구조조정을 유도하고, 사립대는 부실대학의 자발적 퇴출을 촉진하는 것을 기분방향으로 삼아 국립대 통폐합, 유사·중복학과 통폐합 등을 추진했다.

박근혜 정부는 2014년 '대학구조개혁 추진계획'을 통해 2014년부터 2022년까지 3주기로 나눠 구조개혁을 진행하며, '대학구조개형 평가'에 따라 등급별로 차등적으로 정원감축을 권고받고, 하위 대학은 정부 재정지원 사업과 장학금 및 학자금 지원을 제한하는 등 강력한 정원 감축 정책을 추진했던 것이다.

대학 교육개혁은 문재인 정부에서도 이어졌다.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정부의 '대학구조개혁 평가'를 '대학 기본역량 진단'으로 변경하고 박근혜 정부때 보다는 완화됐으나 여전히 정원감축을 진행했다.

이러한 역대 정부의 대학 구조개혁의 배경에는 대학 학령인구의 감소로 인구구조가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는 점, 출산율 저하로 한국 인구구조가 급격히 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 지역 불균형이 심각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점 등이 꼽힌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해 1월 교육부의 '2024 주요정책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윤석열 정부도 대학 구조조정 추진…사립대학 구조개선 지원법안 제정에도 앞장

놀라운 것은 이러한 정부의 정원감축을 방점에 둔 대학구조개혁이 윤석열 정부에서도 이어진다는 점이다.

실제로 윤 정부가 내놓은 사립대학 규제 제거,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라이즈) 구축, 글로컬대학 육성, 첨단분야 인재양성 방안 등은 모두 부실 대학의 구조조정을 촉발하기 위한 정책으로, 현 정부에서도 국립대학 간 통합 논의로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기조에 따라 제 20대 국회 국민의힘 정경희 의원 등 11인은 '사립대학 구조개선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사립대학 재정 악화 등을 우려해 매년 사립대학 재정진단을 통해 경영위기대학의 지정 및 해제, 구조개선 필요한 사립대학에 대한 재무구조 개선, 학부·학과 통폐합, 사립대학 통·폐합 등의 구조개선 명령을 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 역시 2023년 5월 "대학 구조조정은 더 이상 늦출 수 없으며 지금이 대학 혁신을 위한 마지막 기회"라며 "경영이 어려운 대학에 회생의 기회를 주고, 회생이 어려운 한계 대학의 퇴로를 마련해 대학 스스로 자구책을 마련할 수 있게 지원하는 '사립대학 구조개선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을 위해 당정이 함께 노력하겠다"고 발표했다.

해당 법안은 해산장려금을 둔 논란으로 21대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했으나, 유사 법안이 현 22대 국회에서도 재발의된 상태다.

'정원 감축' 명백한 '대학 구조개혁', 의대 증원도 해당된다 판단한 법원 "법 왜곡" 비판

이 같은 증거를 토대로 신청인 측은 정부의 이번 의대 2000명 증원이 고등교육법령상의 대입 사전예고제를 위반한 잘못된 정책이라는 점과 의대 2000명 증원은 고등교육법령상의 대입 사전예고제를 위반한 잘못이 있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정부가 '대학구조개혁'의 의미가 이처럼 '정원 감축'을 의미함에도 이를 무시하는 등 실체적 절차적으로 명백히 위법한 정책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신청인 측이 제출한 증거의 내용만 읽어보더라도 '대학 구조개혁'이라는 개념이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해 대학 정원을 감축하기 위한 정책'을 의미함을 직접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판부는 학령인구 감소와 아무런 관계가 없고, 대학 전체 정원을 오히려 순증방식으로 늘리는 정부의 이번 의대 2000명 증원이 대입 사전예고제의 예외사유인 '대학 구조개혁'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이는 이는 심각한 법 왜곡이 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정부가 '대학 구조개혁'과 상관 없이 대입 사전예고제에 맞춰 대학 입학 전형계획을 발표하고 2년 뒤 의대 정원을 늘렸으면 법적 하자 없이 의대 정원을 늘릴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이를 무시한 채 2난해 2월 의대 정원 증원을 발표한 뒤 5월 대교협을 통해 대학정원 변경을 승인하도록 하고, 당장 2025학년도부터 의대 정원을 대폭 늘렸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처럼 재판부가 명백한 대학구조개혁의 개념을 의도적으로 왜곡했다는 비판과 함께 재판관들을 직권남용으로 고발해야 한다는 지적마저 제기되고 있다.

가처분 소송을 담당했던 법무법인 동인 이상준 변호사는 "대입 사전예고제의 예외사유인  대학 구조개혁은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대학들 정원을 감축하기 위한 정책을 의미한다. 따라서 작년 의대 증원은 대학 구조개혁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고등교육법령상의 대입 사전예고제를 위반한 것"이라며 "가처분 소송에는 이를 밝히기에 충분한 증거들이 제출됐다. 모든 사람을 잠시 속일 수도 있고, 또 일부 사람을 영원히 속일 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을 영원히 속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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