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배진건 칼럼니스트] 한올바이오파마와 대웅제약은 지난 1월 21일 HL036 3상 임상 탑라인 결과를 분석하는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회사 측은 1차 유효성평가지표(ICSS, ODS)는 통계적으로 입증하지 못했으나, 2차 유효성평가지표(CCSS, TCSS)가 임상적 유용성이 있다고 발표했다. 회사 측은 임상 '실패'라고 언급하지 않았지만 추가 3상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업계와 주식시장에선 1차평가변수를 충족하지 못 했기에 '실패'한 임상이라는 의견이 강하게 나온다.
더구나 업계와 시장을 헷갈리게 하는 것은 간담회보다 먼저 나온 '안구건조증 신약 임상 3상(VELOS-2) 성공적인 Topline 결과'라는 제목의 1월 16일 보도자료다.
각막손상 개선을 측정하는 객관적 지표(Sign)와 환자가 느끼는 주관적 지표(Symptom) 모두에서 우수한 효과 확인했으며, 해외 파트너와 본격적인 라이선스 아웃 협의와 함께 미국 식품의약국(FDA) 신약허가를 위한 두 번째 임상 3상 시험도 준비한다는 것이 주 내용이었다. 그러나 이것과 1월 21일의 간담회의 발표가 다른 것이 문제다.
이번 한올과 대웅의 임상3상 결과 발표처럼 업계와 주식시장을 헷갈리게 만든 결과가 작년 9월의 헬릭스미스의 임상3상 결과 발표다. ‘성공’이냐 ‘실패’이냐 둘 중의 하나로 답하라는 것이 업계 언론과 주식시장에 투자한 일반인의 요구다.
물론 임상계획서에서 설정한 1차 유효성평가변수를 만족했다면 성공한 임상이라 표현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경우처럼 회사 측이 설명하는 대로 2차 유효성평가변수를 1차변수로 규제 당국의 허가를 받아 추가 임상을 통해 동일하게 효과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품목 허가를 받을 수 있는 찬스가 높아질 뿐이다. 임상3상이 단순히 1번으로만 끝난다고 일반인들이(심지어 진행하는 회사까지) 착각하는 것이 문제이다.
일반적으로 FDA에서 신약허가를 받으려면 항암제 외에 다른 적응증은 최소한 2개의 'adequate and well-controlled studies'로부터 약물의 유효성을 입증해야 한다. 임상3상에서 동일한(혹은 유사한) 임상 설계를 가진 replica, 두개의 별도의 실험을 하게 된다. 혹은 서로 조금 설계는 다르지만, 각각이 adequate & well-controlled인 2개의 임상실험을 해야 한다.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이 원칙에 준해 진행돼야 하는데 헬릭스미스는 반만 진행하고도 3상에서 결과가 잘못 나오자 ‘실패’한 듯이 CRO에게 잘못된 것을 전가하는 그런 Happening(일)까지 벌어졌다. 그러기에 언급하는 두 임상을 '실패'라고 단정짓는 것도 다소 성급한 판단이 될 수 있다. 왜냐하면 임상3상이 아직도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진행하는 회사들이 일반인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솔직하게 정확히 상황을 전달해야 하지만 그러지 못하였다. 정보를 제대로 전달하는 전략이 부족하다.
“우리는 약물의 유효성을 보기 위한 3상을 '세 번'으로 계획해 목표에 도달할 생각이다.”
회사 측의 생각을 듣고 보니 아직 기회가 남아 있기에 타당한 발언이다. 다시 이 말을 해석하면 (물론 이번 임상의 결과를 제외하고) 앞으로 두 번의 임상을 디자인을 잘하여 그 두 디자인의 결과를 합해 품목허가를 신청하여 받겠다는 생각이다. 이런 계획을 들으며 다른 임상 3상이 생각난다.
SK바이오팜이 존슨앤드존슨(J&J)에 라이센싱 아웃해 진행하던 ‘카리스바메이트’ 임상 3상은 4가지 다른 디자인으로 네 번 진행했지만 3상 후 두 개 임상을 합해 FDA에 2008년 제출했을 때 판매허가를 받지 못한 것이다.
물질이 애매하면 아무리 임상3상을 ‘세 번’이 아니라 네 번으로 확대해도 실패의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다. 그러기에 SK는 두 번 3상 실패가 없도록 같은 타겟이지만 더 좋은 화합물로 새로 임상1상부터 시작하여 작년 말 결국 한국 제약사 최초로 독자적인 품목허가를 받은 것이다.
왜 이렇게 최근 우리나라 회사가 스폰서로 개발하는 2개 글로벌 임상3상이 ‘실패’로 꺾이는 이유가 무엇일까? 헬릭스미스의 당뇨병성 신경병증 유전자치료제와 한올과 대웅의 안구건조증 두 타겟 질환의 공통점이 보인다. ‘Painful DPN’과 ‘안구건조증’의 평가지표가 주관적인 질문에 환자가 답하기에 평가지표와 질환 증상의 연관성이 ‘Painful’한 것이다.
HL036이라 이름 붙인 안구건조증치료제는 TNF의 작용을 억제하는 TNF 수용체 단편을 한올바이오파마가 ‘레지스테인 (Resistein)’ 이라 일컫는 특정 아미노산을 바꾸어 장기지속성(long-acting)으로 분자 개량한 바이오신약 점안액이다.
여기서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안구건조증은 흔하지만 다인성질환(multifactorial disorder)이기에 발병에 다른 여러 인자들이 작용하는 것이다. 질환 자체가 암이나 당뇨병 같은 다른 질환보다 평가지표 설정이 어려워 임상디자인 자체가 쉽지 않다. 더구나 평가지표가 주관적인 질문에 답하기에 평가 지표와 안과 질환 증상의 연관성이 높지 않기 때문 데이터 결과에 따른 평가가 더 어렵다.
안구건조증은 눈물이 부족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환자의 절반은 눈에 염증이 있다. 건조증의 증상을 지닌 환자의 눈물 속에 존재하는 염증 바이오마커인 기질 금속단백분해효소(MMP-9: Matrix Metalloproteinase-9)의 활성도를 측정해 염증의 유무를 확인하고, 결과에 따른 치료 방법을 제시해 환자에게 올바른 처방과 장기적 치료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바이오마커이다. 정상 눈에서는 3~40ng/ml로 존재하지만 이보다 높으면 염증이 있다고 진단한다.
HL036도 염증을 유발하는 TNF의 작용을 억제하는 TNF 수용체 단편이다. 이 점안액이 다인성질환인 안구건조증의 얼마나 많은 환자들을 커버할지가 관건 중에 하나다. 그렇다고 특정한 환자 그룹을 선택하는 암처럼 TNF로 기인한 염증 안구건조증 환자만을 선별하는 방법이 존재하여 환자 선택을 진행할 수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
이런 ‘실패’ 딱지가 붙여질 수 있는 글로벌 임상3상의 사례를 어떻게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을까?
역시 첫째가 타겟이 좋아야 한다. 임상의 평가지표가 바이오마커에 의존한 객관적인 타겟을 먼저 골라야 한다. 시작하는 단계부터 10년 후의 임상 단계까지 미리 추정할 수 있는 시나리오가 먼저 존재해야 한다. 아니면 시작하던 시점에서 유행하는 타겟을 골라서 후보물질을 얻고 전임상 끝내고 임상 1상을 마친 기차가 계속 탄력을 받아 질주하는 것이 되는 것이다. 매력적인 좋은 타겟으로 진행하면 PoC가 확립된 후 임상3상 전에도 라이센싱 아웃이 된다. 애매한 타겟을 가지고 진행하다 보니 움직이는 기차를 세울 용기도 없고 계속 진행하다 보니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 것 같다.
두번째 공통점은 두 임상 모두 CRO를 이용했다. 한올과 대웅의 임상3상은 미국의 안과전문 CRO인 오라(Ora)를 통해 미국내 12개 임상기관에서 진행했다. 헬릭스미스도 좋고 유능한 CRO를 골랐겠지만 약물 혼용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CRO가 환자들에게 약물을 잘못 전달했을 것이라고 스폰서가 추정했다. 이런 CRO를 선택한 것도 스폰서다. 아무리 안과전문 CRO인 Ora도 그냥 CRO이지 스폰서가 결코 아니다.
글로벌에서 임상 3상을 실패하는 한국 바이오 회사의 문제점이 무엇일까?
회사 조직안에 임상3상을 총괄하는 전문성을 가진 것과 안 가진 것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현지에 임상을 뒷받침할 자회사의 인력도 없이 CRO에만 의존해서는 어렵다.
SK바이오팜의 뇌전증 신약 '엑스코프리(Xcopri)' 임상을 총괄한 케이민 박사는 30년 넘게 편두통, 우울증, 알콜중독, 뇌전증, 말초신경장애 등 중추신경계 분야의 임상을 설계하고, 컨트롤한 CNS 분야의 전문가다. 2013년 J&J에서 영입돼 SK LSI에서 임상2상부터 총괄 지휘하면서 FDA와의 미팅을 잘 이끌며 결과를 창출했다.
같은 맥락에서 삼양바이오팜도 미국에 임상조직을 신설해 전문의인 이현정 상무를 중심으로 임상을 대비하고 있는 것도 주목해야 할 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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