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입장에서 그려본 의약품의 유통과정은 단순하다.
본인이 처방한 약물을 직접 만드는 제약사, 그리고 환자가 처방받은 약물을 찾아가는 약국만을 떠올릴 뿐 그 사이에서 의약품이 어떻게 전달되는가는 관심 밖이다.
그러나 수백 개의 제약사와 수천 개가 넘는 약국 및 의료기관이 직접 연결되기는 쉽지 않아, 중간에서 유통을 담당할 업체가 꼭 필요하다.
이런 역할을 하는 게 의약품 유통업체다.
오늘 인터뷰 주인공인 주호민 외과 의사는 국내 한 의약품 유통업체의 대표다.
주 대표는 전문의 취득 후 임상 대신 가업을 물려받아, 세화약품이라는 의약품 유통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그의 말마따나 일정 수익이 나고 비즈니스가 되는 업이라면, 분명히 그 사회적 역할이 있을 터.
의약품 유통업체의 역할과 그의 생존 방식을 물어봤다.
경영을 시작하기까지
메디게이트뉴스: 안녕하세요, 선생님.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 회사를 경영하기 전까지 선생님의 간단한 프로필 소개 부탁합니다.
-저는 인제대 의대를 93학번으로 들어갔어요.
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백병원에서 외과 수련을 하고 전문의를 땄죠.
그리고 그 후엔 바로 군 복무를 했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 군대는 공중보건의를 하셨나요?
-아니요, 군의관을 했습니다.
강원도에서 1년 근무하다, 2년 차 땐 UN PKO(UN Peace Keeping Operation, 유엔평화유지활동)를 다녀왔어요.
메디게이트뉴스: 보통 PKO는 지원을 하는 건가요?
-네, 하지만 군의관 때 가족과 자주 못 보다가 PKO를 지원하면 더 보기 힘들어져서, 지원을 많이 하지는 않아요.
(PKO 과정도 흥미로웠지만, 시간 관계상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다)
메디게이트뉴스: 군대 다녀오신 후 임상은 전혀 안 하셨나요?
-네, 전혀 안 했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 '어쩌다가' 회사를 경영하시게 됐을까요?
-사실 원래 가업이기도 했고,
마침 제가 군의관 전역하고 고향인 부산에 있었는데, 부친께서 건강이 안 좋아지셔서 저에게 당신 건강 관리도 하고, 회사 좀 파악하라고 하시더라고요.
그게 2007년 5월쯤이었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 군 복무 마치고 바로 회사 일을 시작하신 거군요?
-네, 저희 아버지가 간경화에 걸리셔서, 당시 간이식을 해야 했어요.
2007년 말쯤 이식을 하셨는데 마침 결과가 좋아서, 저는 비즈니스에 관한 개념을 익히고자 2008년에 미국 뉴욕으로 유학을 갔죠.
메디게이트뉴스: 뉴욕에서는 어떤 공부를?
-특별히 어떤 학위를 취득하러 간 것은 아니었고요, 경영에 관한 여러 과정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아버지가 다시 암에 걸리시더라고요.
당시 면역억제제를 복용하셨는데, 그것 때문에 빨리 진행이 된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2011년에 다시 귀국했고, 그해 5월에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회사를 맡게 됐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 본격적으로 일하신 거는 5년 정도 되신 거네요?
-네, 그렇습니다.
그때부터 회사 총괄을 맡게 된 거죠.
메디게이트뉴스: 경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전, 그러니깐 임상에서 환자를 보실 때도 "내가 언젠간 저 회사를 맡게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셨나요?
-어릴 때부터 항상 그런 생각을 하면서 살아온 것 같아요.
남자 의사들은 군 복무 말기 때 보통 진로 걱정을 많이 하잖습니까?
펠로우를 알아보거나, 개원이나 봉직 자리를 찾지요.
하지만 저는 특별히 그런 것을 구체적으로 하진 않았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 선생님의 아버지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당신이 평생 헬스케어에서 종사하셨거든요.
선생님이 의사를 선택하는 데, 아버지의 강력한 바람이랄까? 혹은 의지 같은 게 있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도 되는데요
-그런 건 없었습니다.
그런 걸 특별히 강요하시진 않았어요.
메디게이트뉴스: 회사가 정말 잘못돼서 쫄딱 망하지 않는 이상, 힘들게 취득하신 전문의 자격증이 장롱 면허가 되는데요.
아쉬움은 없나요?
-있죠!
이제는 뭐 임상 접은 지 10년 가까이 됐는데요.
가끔 의료봉사를 통해 간단하게 수술할 일이 있습니다만, 일을 다시 제대로 하려면 트레이닝을 또 받아야 할 정도죠.
가끔 병원 가게 되면 살짝 아쉬움은 있습니다.
기자님은 그런 거 없습니까?
(방심하다 공격당했다.)
메디게이트뉴스: 저는 뭐 하하하!! 넘어가도록 하죠.
-저는 한편으론 조직을 운영하는 일을 해보고 싶긴 했어요.
이쪽 일의 본질을 알고 난 나중에 돌이켜보면, 그때 비즈니스에 뛰어든 게 너무 성급하지 않았나 생각도 들지만요.
메디게이트뉴스: 사실 의사도 결국 병원이나 의원을 운영해야 하는 거죠.
-그렇죠
저는 직접 환자를 보기보단 병원 운영 쪽에 많은 관심이 있습니다, 지금도요.
메디게이트뉴스: 아버지가 살아계실 때 선생님께서 회사를 물려받기를 원하지 않으셨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버님 의지는 어땠나요?
-병원을 하고 싶으면 하고, 이것을 하고 싶으면 하라고 말씀을 하셨죠.
저는 제 아버지가 좋아서 회사를 이어가는 면도 있습니다.
아버지가 이 업계에선 많은 이바지를 하셨더라고요.
약품 도매(X), 약품 유통(O)
메디게이트뉴스: 의사들은 사실 의약품 유통업(도매업에서 이름이 바뀌었다고 한다)을 정확히는 모르거든요?
"약물을 유통하는구나!" 정도만 추정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런 의사들에게 의약품 유통에 관해 간결하게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의료 안에서 이쪽 업계의 본질적인 개념은 '의약품의 안전한 유통'입니다.
국내에 제약사가 몇백 개가 되고, 약국이나 병·의원이 수천 개가 넘는데, 실질적으로 의료기관이나 약국에서 모든 의약품을 개별적으로 구매하기가 쉽지는 않거든요?
그래서 의약품 유통업체가 그런 기능을 맡은 거죠.
메디게이트뉴스: 약국이나 병·의원 입장에선 종류가 많은 의약품을 개별적으로 구매하기가 쉽진 않다는 말씀이시죠?
-네, 품목도 많고 제약사도 많으니 병원에서 그것을 한 번에 구매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제약사도 마찬가지로 약품을 의료기관이나 약국에 한 번에 공급하기 쉽지 않고요.
그리고 의약품이라는 게, 보관에 있어 식품보다도 손이 더 갑니다.
의약품 유통 업체는 그런 역할을 하는 거죠.
메디게이트뉴스: 주로 어떤 형태로 수익을 올리는 구조인가요??
-의약품에서 처방약 같은 경우 약가라는 게 있잖습니까?
제약업체는 정해진 약가 안에서 유통 비용을 지급합니다.
약값에는 사실 처음부터 유통 비용이 포함돼 있거든요.
이쪽에서는 그 비용을 과거엔 유통마진이라고 하다가, 최근엔 유통비용이라고 표현합니다.
메디게이트뉴스: 완벽히 이해되진 않는데요,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을…
-(웃음) 사실 저도 처음엔 시장을 이해하는 데 상당히 애를 먹었습니다.
예를 들어 제약회사가 100원짜리 약을 판매하고자 하면, 저희(유통업체)에게 10% 할인해서 90원에 공급하는데, 그 10%가 유통마진이 됩니다.
하지만 약가라는 것은 이미 100원이라고 정해졌기 때문에, 유통업체는 90원에 공급받은 약을 무조건 100원에 약국이나 병원에 넘겨야만 하는 상황이고요.
10%인 10원 안에서 어떻게든 해당 약물을 유통하고 마진을 남겨야 하는 상황인 거죠.
메디게이트뉴: 이익률 자체가 높을 수 없는 구조겠네요???
-네, 굉장히 낮습니다.
사실 저도 처음엔 깜짝 놀랐어요.
이렇게까지 낮을 수 있을까 싶었죠.
메디게이트뉴스: 아까는 10%를 예로 드셨습니다만, 그 유통마진이 보통 몇 %에서 형성되나요?
-우리 회사 같은 경우 이익률이 5%가 안 나와요.
일반적으로 단독제품의 경우 유통비용이 2~3%인 경우도 있고, 높으면 9~10% 정도까지도 됩니다.
메디게이트뉴스: 보통 어떤 경우가 유통비용이 높죠?
-아무래도 경쟁이 치열한 제품이죠.
여러 제약업체가 같은 치료영역에서 과다하게 경쟁하면, 저희 같은 유통업체가 또 유통마진의 여력이 생깁니다.
보통 시장이 과열되면 상품 가격이 내려가거나 올라가는 게 정상이지만, 이쪽에선 결국 약가라는 게 정해져 있어서 가격 대신 유통비용(마진)에 대한 차이가 발생합니다.
제약회사가 치열하게 경쟁할 때는 자기 마진을 줄이면서(즉, 유통마진을 높여주면서)까지 어떻게든 유통업체를 뚫어야 하는 입장이니깐요.
메디게이트뉴스: 작년에 나온 시알리스 제네릭 같은 경우가?
-네, 그런 경우가 마진이 좋죠.
순간적으로 많은 제품이 풀려서 제약사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유통업체를 잡아야만 하는 상황이니깐요.
생각보다 안 팔려서(처방이 안 돼서) 문제가 되긴 하지만요.(웃음)
메디게이트뉴스: 그럴 땐 순간적으로 제약사가 을이 되는?
- 그 부분만 보면 그렇게 보일 순 있습니다만, 일반적으로 흔하진 않죠.
메디게이트뉴스: 보통 약국이나 큰 병원이 주요 고객인가요?
-크게 약국과 병원으로 나뉩니다.
병원도 대학병원, 준종합과 클리닉(의원)으로 나뉘고요.
메디게이트뉴스: 의사들에게 일반적인 제약사원의 영업은 익숙합니다만, 약국 영업은 생소합니다.
약국에서 일하는 약사를 상대로 영업하실 텐데요.
일반적으로 약국영업은 어떻게 이뤄지고 어떤 게 핵심인가요?
-우리 영업부가 병원과 약국으로 나누어져 있는데요.
약국영업은 약국에 의약품을 공급하는 데 있어, 많은 도움을 주려고 하죠.
예를 들어 약품 배송이 잘 되는지 확인하고요.
약국에 필요한 약이 갑자기 생기면 빨리빨리 공급해 준다든지,
요즘엔 법적으로 의약품 유통 외엔 다른 서비스를 공급할 수 없는 상황이라, 약사분의 편의를 높이는 여러 방법이나 서비스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반품 처리를 빨리 해주는 것도 그 하나고요, 재고가 있나 확인해주기도 합니다.
메디게이트뉴스: 많이 바뀌긴 했습니다만, 여전히 리베이트를 무기로 영업을 하는 제약사들이 많이 있습니다.
앞으로 리베이트 쌍벌제, 김영란법 때문에 위축될 거라 추정되지만, 어쨌든 여전히 있죠.
선생님이 경영하는 의약품 유통에서도 리베이트 혹은 덤핑의 형태로 이런 행위가 있을 것 같기도 한데요. 어떤가요?
-글쎄요. 어려운 얘기입니다만…
(기자는 최근 일어났던 외국계 제약사 N사, 부산발 P사 등의 뉴스와 여러 매체 등의 압수 수색 얘기를 꺼내며 답변을 유도했지만, 그는 끝내 말을 아꼈다.)
메디게이트뉴스: 병원과 약국 각각 매출 비중이 어떻게 됩니까?
-저희 같은 경우, 약국과 병원이 각각 6:4 정도입니다.
메디게이트뉴스 : 의약품 유통업체 입장에선 매출이 많이 나오는 품목을 제약사로부터 따내기 위해 공을 들여야 할 것 같은데요.
인기 품목을 따내기 위해 경쟁이 붙으면 입찰하게 되나요? 아니면 회사와의 이전 사업 관계가 결정에 중요한가요?
-입찰이 있습니다만, 우리 회사는 최근 많이 줄였고요.
제약사도 국내사, 외자사 할 것 없이 여러 종류가 있잖습니까?
제약사 입장에선 자기 약물을 제대로 공급할 수 있는 업체를 먼저 선택하는 게 중요할 거고요.
유통업체가 자주 망하기도 하는데, 제약사 입장에선 유통업체가 망해버리면 의약품 대금을 못 받으니 안정적인 회사를 원하기도 합니다.
최근엔 많이 줄었습니다만, 국내사의 경우 이전 사업 관계가 중요했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엔 유통업체의 시스템을 많이 강조하는 것 같아요.
제약사는 의약품을 전국적으로 커버해야 하는데, 그런 시스템을 갖춰진 회사를 우선적으로 선정하죠.
재정적으로 안정적이고, 자기 회사 제품을 서비스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는 유통업체 말입니다.
메디게이트뉴스: 유통업체 입장에선 의료기관이나 약국뿐만 아니라 제약사의 눈치도 봐야 하는, 결국 양쪽의 갑질을 다 버텨야 하는 상황이네요?
-유통업체 스스로가 그렇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유통업체가 현재 2,000개 이상이기 때문에, 제약업체 입장에선 "너 아니어도 상대할 곳은 많아"라고 생각할 수 있죠.
그래서 병·의원이 아무리 많더라도, 치고 들어갈 빈틈이 없습니다.
(비즈니스 하기) 쉽지 않은 영역 같아요.
매출 상위 3개 업체의 시장 점유율조차 얼마 안 될 정도로 전체적으로 다 영세하죠.
메디게이트뉴스: 뭔가 굉장히 치열한 느낌이네요.
-네, 맞습니다.
굉장히 무서운 곳이에요. (웃음)
'세화약품 경영'
메디게이트뉴스: 의사가 전문의 따고 개원가로 나오면, 의료기관에서 의료인 혹은 비의료인 직원과 서로 기능적으로 엮입니다만, 회사는 좀 다른 것 같습니다.
회사는 경영자를 바라보는 수많은 직원이 피라미드처럼 엮여있단 말이죠. 선생님만을 바라보는 많은 시선을 느끼실 겁니다.
그러다 보면 사내 정치란 게 생기고, 선생님 입장에선 누구 하나 서운하지 않게 동기부여를 해줘야 하는 입장이신 거고요.
회사를 경영하게 되면서 경험하는, 기존과는 전혀 다른 이런 관계에 대한 부담은 없었나요?
-이건 2세 경영자들이 대부분 겪는 일인 것 같아요.
우리 회사가 42년 됐는데요, 아무래도 그동안 여러 조직이 부친의 뜻대로 배치가 돼 있었는데,
그 상황에서 갑자기 2세 경영자가 나타나면, 다시 자연스러워지기까진 굉장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죠.
저 역시 겉에서 보는 것과 달리 쉽지 않은 과정을 겪었고요.
돌이켜보면 기어 올라온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고, 정치라든지 트러블이 전혀 없지는 않았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 선생님이 경영을 해야겠다고 결정하신 순간, 본인에게 당장 필요한 게 무엇이라고 생각하셨나요?
-제가 의사 출신이다 보니, 초반에는 교과서적인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뭔가 좀 이론이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을 많이 했죠.
지금은 그렇게까진 필요하나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오히려 창의력이나 지혜 혹은 요령이 필요한 것 같아요.
결국은 사람들에게 동기를 부여해서 잘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니깐 말입니다.
최근엔 이쪽 업계 자체가 워낙 앞이 깜깜하니깐, 투자하는 일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그런 게 제 능력 밖이면 사람을 고용하기도 하고요.
메디게이트뉴스: 회사의 직원 규모가 어떻게 되죠?
-부산에 130명이 있고요, 창원에 15명, 그리고 서울 60명 해서 전체 약 200명 정도입니다.
법인은 각각 세 개로 이뤄져 있고, 제가 전체의 총괄을 맡고 있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 세화약품은 의약품 유통업에서 대략 어느 정도 위치입니까? 시장 전체에서 말씀하셔도 좋고 지역에서 위치를 말씀하셔도 좋습니다.
-전통적으로 의약품 유통업 순위는 매출 기준으로 잡는 경우가 많은데요,
매년 매체에서 나오는 순위를 보면 전국에서 10~20위 사이 왔다 갔다 하는 것 같습니다.
부산으로 한정하면, 2~3위 정도 되고요.
저희 부친의 역할이 크셨죠.
메디게이트뉴스: 말 나온 김에 아버님 얘기 좀 부탁드립니다.
-아버지가 이 업을 시작해서 한국유통협회 회장도 하고 직원관리도 잘하셨던 것 같아요.
그래서 회사가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많이 성장한 것 같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 아버님 창업하실 때 유통업체가 많이 있었나요?
-많이는 없었던 것 같고요.
아버님은 1세대에선 젊은 축이셨던 것 같아요, 1.5세 정도?
의약품 유통협회 협회장을 하시면서 나름 이쪽에선 업적도 있으신 것 같아서, 저는 아버지가 하는 일이 굉장히 좋아 보이더라고요.
메디게이트뉴스: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죠?
-지역 사회에서 좋은 일도 하시고요.
의약품 유통이란 걸 사업화하려고 노력도 많이 하셨고요.
메디게이트뉴스: 세화약품의 종착점은 무엇일까요? 지오영처럼 이쪽에서 탑이 되는 겁니까? 아니면 유통업을 초월하는 다른 구상이라도?
-제가 서울에 만든 회사의 법인명을 세회헬스케어라고 지었어요.
저는 개인적으로는 국민 건강을 증진하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 형태를 가리지 않고?
-네, 제 개인적으로는 병원을 운영한다든지, 아니면 제약사도 생각해 볼 순 있지만, 의약품 유통만 가지고도 할 일이 많은 것 같아요.
선진화해야 하는 게 있습니다. 의약품 유통업 자체가 다른 나라에 비해 많이 떨어져 있거든요.
국민 개인 건강에도 좋은 영향을 줘야 하지 않나? 의사로서 그런 생각도 하고 있고, 헬스케어에선 의약품을 주력으로 하겠지만, 건강 증진을 위한 다른 비즈니스라면 해보고 싶은 의향이 있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 회사 경영이 우선이겠지만, 선생님 개인적으로 추구하는 삶, 혹은 이렇게 살고 싶다는 게 있나요? 소소해도 좋습니다.
-막상 회사에서 사람들과 일하다 보니 적성에도 맞고 재밌어요.
제 열정을 쏟을 수도 있고요.
메디게이트뉴스: 어떤 점이 구체적으로 재밌던가요?
-성취감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직원에게 동기를 부여하면서 제가 모자란 부분을 채워나가기도 하고요.
제가 병원에 있을 땐 만날 수 없던 사람을 만나기도 하고, 세상 구경도 많이 합니다.
업계는 힘들지만, 살아남으려고 노력하면서 많이 배우는 것 같아요.
제가 앞으로 추구하는 제 모습은 퍼스널 미션이 헬스케어니깐, 다른 사람에게 건강에 도움이 되는 모습으로 알려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공명심은 아니고요,
(잠시 생각하다가) 사실 요즘에는 의료분야에서 너무 금전적인 것을 바라는 게, 좀 안타깝지만 시류하고는 안 맞는 것 같아요.
의약품 유통이나 병원을 하면서 돈을 많이 벌면 좋겠지만 우리나라 정서와는 맞지 않는 게 아닌가 라는 고민도 듭니다.
메디게이트뉴스: 그게 구체적으로 무슨 뜻일까요?
-최근 엄격한 리베이트 수사를 보면서 역시 의료는 공공재적 성격이 강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정부가 엄격하게 관리하는 것 같고, "역시 이쪽에선 돈을 많이 버는 게 맞지 않는 건가?"라는 고민도 듭니다.
메디게이트뉴스: 혹시 앞으로 특정한 집단을 경영할지도 모르는 의사들에게, 뭔가 한마디 해주실 수 있을까요?
-의사들이 나와서 많이 일을 해주면, 여러 분야에서 현장 경험을 살려 합리적인 결정을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처음 유통업계에 왔을 때, 경악을 금치 못한 일이 있었거든요.
회사 처음 들어왔을 때 직원들이 의약품을 함부로 다루길래 그것을 자꾸 뭐라 했더니 영업 사원들이 낄낄거리며 웃더라고요.
"원래 다 이렇게 한다"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습니다.
의사는 의약품이 사람 몸에 들어간다는 것을 먼저 생각하는 것 같아요.
제가 의사나 되니깐 "네가 먹는 거라고 생각해보라!"고 호통도 치면서
그런 점을 잡는 데 노력했습니다만, 잘 몰랐으면 "그런가 보다"하고 넘어갔겠죠.
의사가 병원 밖을 나와서 다른 일을 한다면, 저는 굉장히 잘할 거라고 봐요.
물론 다양한 경험치는 일반적인 비즈니스를 시작한 사람보다는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죠.
하지만 의대 다니면서 밤샘 공부하고, 오랫동안 ICU에서 환자를 보는 일을 버텨내는 일을 겪어냈기 때문에 어떤 일이든 잘해낼 겁니다.
진심으로 자기가 하고 싶은 일, 남이 뭐라고 하더라도 안 변하는 일을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의료서비스라는 게 임상 밖에서 보니, 생각보다 포괄적인 면이 있습니다.
레지던트 때는 귀찮은 일로만 느껴져 잘 안 보이던 일들이, 나와서 보니 그게 왜 필요하고 해야 하는 지를 이해할 수 있었고요.
메디게이트뉴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라도?
-개인적으로 의약품 유통업체의 사회적 기능에 대해서 어필하고 싶은 바람이 있습니다.
이게 의료에서 실제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하고요, 그래서 한 분야로 존중받았으면 좋겠습니다.
경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2세 경영자' 하면 늘 따라다니는 '금수저'나 '이지고잉(Easy-going)'이란 선입견을 기자 역시 인터뷰 전부터 가지고 있었지만, 이쪽 업계의 만만치 않은 상황은 그런 생각을 희석했다.
치열한 의약품 유통업의 현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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