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슐린 저항성이 당뇨병 치료의 새로운 키워드로 주목되면서 억울한 누명을 썼던 글리타존 계열 약물이 재조명 받고 있다.
16일 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김성래 교수(사진)에 따르면, 김 교수팀이 당뇨병 약물을 복용한 적 없는 당뇨병 환자 13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SURPRISE 연구(DMJ 10월호 발표 예정) 결과, 국내 당뇨병 환자의 패턴은 더이상 인슐린 부족이 아니라 인슐린 저항성이 주요 병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슐린 저항성은 인슐린에 대한 민감도가 떨어져 인슐린이 분비돼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인슐린 저항성이 높으면 우리 몸은 너무 많은 인슐린을 만들어 내고, 인슐린을 만드는 췌장이 지쳐 분비 기능이 점점 떨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특히 비만해지거나 체질량지수가 늘면 인슐린 저항성이 증가하는데, 국내 당뇨병 환자의 74.7%가 비만‧과체중으로 조사되면서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한 약물이 꼭 필요한 상황이다.
그리고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한 대표적인 약물이 글리타존 계열(Thiazolidinedione, TZD)이다.
TZD는 사연 많은 약물이다. TZD의 대표적인 약물인 '아반디아(로지글리타존)'가 2007년 심혈관 질환 사망 위험을 높인다는 누명을 쓰면서 시장에서 퇴출됐고, 같은 계열 약물의 처방도 뚝 떨어졌다.
6년 후인 2013년 11월에야 '아반디아가 심장 마비 위험을 높이지 않는다'는 FDA의 발표로 누명을 벗었지만, 처방을 조심하는 분위기가 남아 있었다.
그러나 최근 인슐린 저항성 개선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TZD 약물의 처방도 느는 것이다.
종근당의 '듀비에(성분명 로베글리타존)'는 지난해 71억원의 매출로 출발(같은 해 2월 출시)했지만, 올해는 9월까지의 누적 처방액이 90억원에 달하며 작년 매출을 뛰어넘었다.
다케다제약의 '액토스(성분명 피오글리타존)' 역시 2012년 78억원, 2013년 106억원, 2014년 136억원으로 꾸준한 성장세에 있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권혁상 교수는 "TZD 약물은 인슐린 저항성이 있거나 비만한 환자에게 혈당 강하 효과가 더 뛰어나기 때문에 잘 쓰면 명약"이라며 "국내 비만 환자가 점점 늘고 있기 때문에 TZD 약물이 주목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심혈관 질환 발병, 오히려 낮췄다"
특히 TZD는 심혈관 질환 위험 관련 오명이 꼬리표처럼 따라 다녔지만, 오히려 발병률을 낮춘다는 연구 결과는 우려를 불식시키는 요인이다.
'액토스'는 유럽 19개국에서 5238명의 당뇨 환자를 대상으로 4년간 진행한 'PROactive' 임상 연구 결과, 2형 당뇨병 환자의 심혈관질환 합병증(뇌졸중‧심근경색) 발병 및 사망률을 대조군(기존 당뇨치료요법과 위약 병행군)보다 16%까지 낮췄다는 것을 입증했다.
'듀비에' 역시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임수 교수팀이 최근 진행한 연구에서 심혈관질환 감소 가능성을 확인했다.
인위적으로 죽상동맥경화증을 유발시킨 동물 모델에서 경동맥의 신생내막형성(neointimal formation)을 유의하게 감소시켰고, 대표적인 죽상동맥경화 동물 모델인 Apo-E 유전자 결핍 마우스에서 대동맥의 혈전 생성을 유의하게 감소시켰다.
임수 교수는 "듀비에의 항동맥경화 효과를 발견한 것은 심혈관질환 가능성이 높은 당뇨 환자들을 위한 의미있는 결과"라며 "향후 대규모 임상시험을 통해 효과를 더욱 정확하게 입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래 교수는 "글리타존 계열 약물은 심혈관계 질환을 줄이는 기전이 있는데, 위의 2개 연구는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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