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인유두종 바이러스(HPV) 백신의 국가필수예방접종(NIP) 도입을 앞두고, 2가 백신과 4가 백신 간 비용효과성 입증 경쟁이 치열하다.
보건복지부는 내년 중 HPV 백신을 NIP에 포함시켜 무료접종할 계획인데, 2가 백신(GSK의 '서바릭스')과 4가 백신(MSD의 '가다실') 중 어떤 것을 포함시킬지, 혹은 2개 다 넣을지에 대해선 확정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HPV 백신 개발사인 GSK와 MSD는 최근 국가필수예방접종을 염두한 비용효과성 평가 자료를 발표했다.
각 사가 자체 진행한 연구 결과는 모두 자사 백신의 비용효과성이 높다는 결론.
먼저 2가 백신(HPV 16·18형 관련 질환 예방) 개발사인 GSK가 한국의 12세 25만명을 대상으로 2가 백신 및 4가 백신(6·11·16·18형)의 2회 접종 효과를 연구한 결과, 2가 백신이 4가 백신보다 더 비용효과적이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 연구에서 2가 백신은 4가 백신보다 자궁경부암 증례를 244건, 사망건수를 99건 더 예방했고, 자궁경부암 전 단계에 대해서도 4가 백신 보다 자궁경부이형성증 1단계 2776건, 2단계 및 3단계를 718건 더 예방했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미래의 편익 및 사회적 의료비용을 현재가치로 환산해 비용 대비 효과를 분석한 결과, 2가 백신이 2억 9310만원을 더 절약했다.
4가 백신 개발사인 MSD의 연구에서는 4가 백신의 경제성이 더 우수하게 나왔다.
이 연구 역시 12세 대상 2회 접종을 가정으로 했지만, 4가 백신만 예방할 수 있는 '생식기 사마귀'가 평가 지표에 포함됐다는 점에서 다르다.
연구 결과, 4가 백신 접종의 ICER값은 1370만원으로 2가 백신(2400만원) 보다 낮게 나와 더 비용효과적이었다.
ICER는 점증적 비용효과비를 나타내는 수치로 값이 낮을수록 비용 효과적이다.
또 2가 백신과 직접적으로 비교했을 때 4가 백신을 NIP에 도입할 경우 ICER가 약 470만원으로 집계돼 2가 백신보다 높은 경제성을 보였다.
한국MSD 의학부 김진오 이사는 "4가 백신이 더 비용효과적이라고 나온 것은 생식기 사마귀 발병에 따른 비용을 감축한 영향이 컸다"면서 "4가는 2가 대비 여성에서 290만건, 남성에서 230만건의 생식기 사마귀를 추가 예방했다"고 설명했다.
김 이사는 "국내 생식기 사마귀 유병률은 0.72%에 불과하지만, 20대에서 유병률이 높고 감염력이 강하며 40% 이상이 재발하기 때문에 예방이 중요하다"면서 "생식기 사마귀를 예방하는 6, 11번의 영향력이 크다"고 강조했다.
자사의 백신이 더 비용효과적이었다는 이번 연구 결과는 경제성 지표를 객관적으로 판단하기에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A의대 산부인과 교수는 "각 사에서 발표만 했을 뿐, 연구결과가 논문으로 나오진 않았다. 자체 분석으로만 어떤 제품의 경제성이 높다고 속단할 수 없다"면서 "좀 더 객관적인 데이터를 위해서는 두 회사 및 제3기관이 함께한 연구 결과가 도출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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