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주민들이 버스를 대절해 30~40명씩 병문안을 온다. 병문안 문화를 개선한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
지방의 A대학병원 내과 K교수의 지적이다.
A대학병원은 모든 병동 출입구에 스크린도어를 설치하기로 하고, 조만간 공사에 들어간다.
시도 때도 없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수십명씩 한꺼번에 병문안 오면서 감염병을 옮기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또 대학병원들은 복지부가 올해 상급종합병원 지정 평가를 할 때 스크린도어를 설치하면 가산점 3점을 부여하겠다고 발표하자 막대한 비용에도 불구하고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공사를 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하지만 A대학병원은 스크린도어 설치 이후 민원이 더 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K교수는 "스크린도어 공사가 끝나면 환자 보호자 1명에 한해 입출입카드(IC카드)를 발급해 출입할 수 있도록 하고, 면회시간에만 병동을 개방할 예정인데 고민이 많다"고 털어놨다.
그는 서울이나 대도시보다 중소도시 병원일수록 병문안을 자제 시키는데 더 어려움이 따른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마을 주민 30~40명씩 대형버스를 대절해 한꺼번에 6인실 병실에 들어가는 게 다반사"라면서 "주말에는 교인들이 단체로 와서 병실에서 찬송가를 부르고 기도를 해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털어놨다.
또 그는 "고등학생이 입원하면 친구들이 수십명 몰려와 통닭을 시켜먹기도 한다"면서 "입원할 때 면회시간을 알려주고, 단체면회를 자제해 달라고 당부하지만 허사"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스크린도어를 설치해 면회를 강하게 통제하면 왜 면회를 안시켜주냐는 민원이 급증할 것이라는 게 병원들의 우려다.
K교수는 "우리 병원은 병문안 오는 걸 강하게 통제하지 않는데도 크고 작은 민원에 시달리는데 스크린도어를 설치하고 나면 항의가 빗발칠 것 같아 걱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K교수는 보건복지부가 병문안 자제 캠페인을 병원에 떠넘긴 채 수수방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보건복지부는 2015년 메르스 사태 직후 병문안 문화 개선 민ㆍ관 합동 선포식'을 열기도 했지만 반짝 사업에 그쳤다는 게 K교수의 지적이다.
K교수는 "개별 병원 차원에서 어떻게 병문안을 막을 수 있느냐"면서 "보건복지부, 보건소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대국민 캠페인을 하고, 계도해야지 병원에 맡길 일이 아니다"고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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