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삼성서울병원에 대해 한시적으로 전화진료를 허용하기로 했다.
이는 예외적이라는 단서를 달긴 했지만 의사-환자간 원격진료를 사실상 허용하는 것이어서 의료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삼성서울병원에 대한 의사들의 동정여론도 싸늘해지는 분위기다.
보건복지부는 17일 '메르스 대응 관련 처방 추가지침'을 공개했다.
복지부는 "삼성서울병원 재진 외래환자들이 담당 의사로부터 대면진찰을 받은 후 약을 처방받기를 요구하고 있다"면서 "이에 삼성서울병원에서 의사가 외래환자와 전화로 진찰한 후 환자가 지정하는 약국으로 처방전을 발송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건의해 왔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삼성서울병원의 요구를 수용했다.
보건복지부는 추가 지침을 통해 한시적으로 의료법상 대면진찰의 예외를 인정하기로 했다.
환자가 집이나 보건소에서 전화로 삼성서울병원 의사에게 진찰을 받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삼성서울병원 의사는 △진찰 후 기존에 처방한 의약품과 동일 의약품을 처방하거나 △환자가 호소하는 추가 증상이 있을 경우 의사의 판단 아래 기존 처방의약품 이외의 의약품을 처방할 수 있도록 했다.
이후 삼성서울병원 의사는 환자가 지정하는 약국으로 처방전을 발송하게 된다.
이 같은 방식은 상병에 대한 제한조차 두지 않은 채 의사-환자간 원격진료를 허용하는 것이어서 논란이 불가피하다.
무엇보다 삼성서울병원이 원격진료를 허용해 줄 것을 요청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메르스 국면에서 그나마 삼성서울병원에 동정적이던 의료계의 여론이 비난으로 바뀌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와 삼성이 메르스 확산 국면을 이용해 원격진료를 밀어붙이기 위해 손을 잡은 것이라는 분석까지 내놓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송재훈 병원장이 17일 국립보건연구원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90도로 사죄하는 모습. 연합뉴스 사진
여기에다 삼성서울병원 송재훈 병원장이 17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메르스 사태를 조기에 종식하지 못해 죄송하다며 90도로 머리를 숙여 사과하는 모습이 공개된 직후 복지부가 원격진료를 허용하겠다는 지침을 내놓자 의료계는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전의총은 성명서를 통해 "원격의료 통과를 가장 원하는 기업이 삼성이라는 사실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라면서 "이러한 상황에서 한시적으로 서울삼성병원에 한해 원격진료를 허용하는 것은 그 정치적 배경에 의구심이 갈 수 밖에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전의총은 "삼성은 메르스 대처 실패에 대한 책임있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이 기회를 이용해 원격진료를 통과시키려는 파렴치범이 되고 하고 있다"면서 "결국 대통령 앞에 머리를 조아리는 삼성병원장의 모습은 이러한 뒷배경을 봐주십사 하는 청탁의 인사에 다름 아니었던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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