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한 파업도 불사" 의사들이 의대정원 증가를 반대하는 10가지 이유...의사수 증가율 OECD 최고·면적 대비 의사밀도 3위
의사수 늘려도 의료취약지·필수의료 지원 부족 문제 해결안돼...교육 질 저하로 의사 수준 떨어지고 의료비만 증가시켜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의사들은 의대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 등 정부 정책을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21일부터 전공의들의 무기한 파업에 이어 26일부터 전국의사 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그렇다면 의사들이 이렇게까지 강력하게 의사수 증가를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보건복지부는 2015년 3월 공개된 보건사회연구원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자료 등에 기반해 작성된 보고서를 바탕으로 2017년 기준 우리나라 임상의사수가 인구 1000명당 2.3명으로 OECD 평균 3.3명보다 적고 OECD 회원국 중 가장 적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복지부는 2008년 OECD 평균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3.08명으로 우리나라는 1.85명인 반면 2017년 OECD평균은 3.42명으로 늘었고 우리나라는 2.34명으로 미미하게 증가했다고 해석했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2030년까지 의사 7600명이 부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달 23일 더불어민주당과 복지부, 교육부 등은 당정협의를 통해 의대 정원을 10년간 4000명 늘리겠다고 밝혔다. 현재 한 해 의대 정원은 3058명이 나오고 있는데, 매년 공공의사 300명, 역학조사관·의과학자 100명 등 400명씩 정원을 더 늘려 10년간 4000명을 추가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여러 자료들을 제시하며 의사수가 부족하지 않고 의료취약지와 필수의료 부족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사들이 의대정원 증원 정책을 반대하는 이유를 10가지로 추려봤다.
①의사수 부족하지 않고 면적 대비 의사 밀도 높아
2017년 OECD 보건의료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의 임상 의사 수는 인구 1000명당 2.3명으로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적다고 하지만 절대적인 의사 수에서도 일본(2.4명), 미국(2.6명), 캐나다(2.7명) 등의 국가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OECD 통계도 명확하지 않은 문제가 있다. 통계는 직접적으로 환자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의사로 정의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국가에서는 OECD 기준과 다른 자료를 제출해 전체 기준에 해당하는 의사를 포함하면 OECD 평균이 높아지는 오류가 있다. 다른나라는 연구와 행정, 다른 직종에서 일하는 의사나 미취업, 퇴직 의사를 제외하고 있어서 의사수 평균이 낮다.
또한 미국이나 네덜란드, 호주 등에서는 의사인력 산정에 있어 전일근무자(FTE, Full Time Equivalent) 기준을 사용한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근무시간을 고려하지 않은 단순 인력 기준을 사용하기 때문에 단순 비교는 어렵다.
2017년 기준 OECD 국가의 국토면적 대비 의사밀도에서 우리나라는 10㎢당 12.1명으로 네덜란드(14.8명)와 이스라엘(13.2명) 다음으로 3번째로 높다. 인구 1000명당 활동의사수가 가장 많은 오스트리아(5.18명)는 국토면적 대비 의사밀도가 5.44명으로 OECD 36개 나라 중 11위에 불과하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②의사수 증가율 급증, 2023년 OECD평균 의사수 도달
2017년 기준 우리나라의 최근 5년간 인구 1000명 당 활동의사 수의 연평균 증가율은 3.0%로 OECD 회원국 평균 2.5%보다 높은 수준이다.
우리나라 의사수 증가율은 2000년 대비 2013년 66.9%로 OECD 34개국 중 1위를 차지했고 2015년과 비교하면 72%에 달했다. 반면 다른 나라의 경우 우리나라 의사수 증가율에 훨씬 못미치는 11.8%~41.3%에 이르고 있다.
특히 전체 의사 중 55세 이상 의사 비율이 OECD 국가 중 영국(13%)을 제외하면 두 번째로 낮은 15%이고 OECD평균 33%보다 훨씬 낮다. 그만큼 55세 이상 의사 비율이 낮다는 것은 중장기적으로 의사 인력 부족 우려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2013년 경희대 의료경영학과 김양균 교수가 발표한 ‘향후 10년간 의사 인력 공급의 적정 수준’이라는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 1000명당 활동의사 수는 빠르면 2023년, 늦어도 2025~2026년이면 OECD 평균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최근 5년간 연평균 인구증가율이 0.49%임을 감안할 때 2028년이면 OECD 평균치를 추월한다는 연구도 있다.
특히 인구 증가율이 2016년 대비 2017년 0.15% 늘었으나 같은 기간 의사수는 11만8696명에서 12만1571명으로 2.4% 늘었다. (이철호 의장,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기고)
③건보공단 연구에서 의사수 늘면 의료비 증가 불가피 분석
국민의료비 지출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의료 인력 공급을 제한해야 한다는 연구결과가 2008년 2월 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연구원이 공개한 '국민의료비 지출구조 및 결정요인에 대한 국제비교'라는 연구보고서에서 나왔다. 보고서는 의료서비스 공급자인 의사 수의 증가는 의료비 지출을 크게 증가시킨 것으로 분석했다.
즉, 의사수를 늘리면 의료비 폭증의 원인이 된다. 의사수와 의료비 증가에 관한 연구를 보면 1990년대 말 이후부터는 총의료비(1인당 실질 의료비)의 증가요인으로 인구고령화, 의료보험의 확대, 국민소득 증가, 공급자 유발수요(의사 수 증가), 의료기술 발전 등이 주요 요인으로 나타났다.
의료비 지출을 절감하기 위해서는 의료전문 인력 공급의 제한과 함께 의료정보 공개가 필요하며, 장기적으로 의료전문 인력을 적정한 수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1990년대 들어 의대생 정원을 대폭 증가시켰고 전문의의 양성을 위해 보통 10여년 이상의 시간이 요구된다는 사실과 의사 수의 증가가 일정 시간 후에 의료비 지출을 증가시킨다는 사실을 감안해야 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보고서)
④산부인과 의사 부족하지 않은데 분만병원은 부족
2020년 분만취약지는 전국적으로 33개 지방자치단체에 이른다. 산부인과의사가 부족해서 분만 취약지가 발생한 것이 아니다. 인구수 감소, 분만취약지 의사 부족, 부실 교육 우려 등에서 정부 정책이 부당하기 때문이다.
매년 산부인과 전문의가 매년 100여명씩 배출되지만 이들이 전부 분만병원에서 일하는 것은 아니다. 산부인과 개원의들은 분만병원을 접고 미용성형에 집중하고 있는 형국이다.
응급실·중환자실·분만실 등 필수의료 영역에 정책가산 강화와 응급·중증소아·외상·감염 등 건강보험 수가 개선과 농어촌 등 필수의료 취약지에는 지역 가산을 즉시 시행하는 것으로 먼저 해결해야 한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⑤의사수 많은 국가도 대도시 집중 현상은 여전
2002년부터 2017년 사이에 15년간 4만6000명의 의사가 배출됐지만 대도시의 인구 1000명당 의사수는 2003년 2.2명이던 것이 2017년에는 4.7명으로 급증했다. 하지만 농어촌 지역 의사수는 2003년 1.1명에서 2017년 2.2명으로 별로 증가하지 않았다. 의사수가 아무리 늘어난다고 해도 대부분의 늘어난 의사들은 대도시로 갈 것이다. 공공의대 졸업생 또한 10년 복무라고는 하지만 수련 기간 5년을 제외하면 5년이 지나면 그틀 또한 대부분이 대도시로 가게 될 것이다.
그리스는 1000명당 의사 수가 5.35명이나 된다. 그러나 일반의사(GP) 비중은 OECD에서 가장 낮다. 대도시에 의사들이 집중돼 있어 다수 의료 취약지가 발생하고 있다. 그리스는 전공의 배출인원 조절도 불가능하고 낮은 공공의료기관 질적 신뢰도로 인해 공공병원 의사직이 6000명이나 공석에 있다.
스웨덴의 경우 의사 수가 4.3명이지만 환자의 3분의 1이 90일 이상 대기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역간 불균형을 해결하지 못하고 주치의 대기 기간이 너무 길어 1주일로 법적 제한을 뒀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안덕선 소장, 의대정원 증원 정책 토론회)
⑥현재 의료 취약지 문제부터 해결 필요
대한의사협회 설문조사 결과, 의료 취약지역에 근무하는 의료 인력의 71%가 자녀 등에 대한 교육(73%)과 거주 여건(15%) 문제 등으로 의료기관이 있는 근무 지역이 아닌 다른 시·도나 시·군·구 지역에 거주하고 있었다. 또한 근무 지역과 거주 지역과의 거리가 30km 이상 되는 비율이 62%에 달해 의료 취약지역의 열악한 교육과 정주 여건 등 생활 인프라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에 답한 시·군·구의사회 중 94%는 소속 지역에 국·공립의료기관이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해당 국·공립의료기관이 응급환자, 소아청소년환자와 분만환자를 진료할 충분한 여건을 갖추고 있냐는 질문에는 65%가 그렇지 않다고 했다.
의료 취약지 사업(응급의료, 소아청소년과 및 분만 환자 진료)이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89%가 그렇지 않다고 답해 의료 취약지 제도와 의료 취약지역의 민간 및 공공 인프라에 대한 신뢰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 취약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설문자의 43%는 민간 의료기관 경영을 위한 보상 기전 마련돼야 한다고 봤고, 의료취약지 의료인력에 적정 보수 제공이 필요하다는 답변은 27%였다. (대한의사협회 설문조사)
⑦전문의 비율이 높아 의료지표 최고 수준
우리나라 의료접근성과 각종 의료이용 관련 지표가 세계 최고다. 기대수명, 영아 사망률, 자살을 제외한 연령표준화 사망률 등에서는 OECD 최고 수준이며, 의료이용 관련 지표에서도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다. 다른 OECD 국가들보다 의사 수가 적은데도 최고의 의료 수준과 의료 이용률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의사 수가 적은데도 의료 수준과 이용률이 높은 이유로 ▲높은 전문의 비율 ▲최고 수준의 의사 노동 시간 ▲낮은 수가 ▲높은 의료 접근성 ▲많은 외래 및 입원 환자 수 등 복합적인 요소가 있다. 2017 의료서비스 경험조사에 의하면 당일 예약환자의 외래 대기시간은 21분밖에 되지 않고 환자들은 10분만 대기해도 참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의사와 국민의 전문의 선호 현상이 강해 개원의도 전문의의 비중이 월등히 높고, 낮은 수가로 인해 국민은 언제 어디서든 쉽게 병·의원을 방문해 높은 수준의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
⑧OECD평균 대비 저수가 문제 해결이 더 시급
정부가 애써 진실을 말하지 않는 것은 의사수가 아니라 OECD 평균에도 못 미치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의료비다. GDP대비 의료비는 한국(8.1%)의 비율은 OECD평균(8.8%)에 비해 아직도 저조한 수치이며, 미국(16.8%), 스위스(12.2%), 독일(11.2%), 프랑스 (11.22%), 일본(10.9%), 영국(9.8%)등 의료수준이 비슷한 주요국가에 비해서 턱없이 부족하다.
의사수만 OECD 꼴찌 수준일 뿐 우리나라의 의사 1인당 진료 횟수는 OECD 1위인 16.6회(OECD 평균 6.8회), 인구 1000명당 병상수는 일본(13.1병상)에 이어 2위(12.3병상), 환자1인당 입원일수는 일본(28.2일)에 이어 2위(18.5일) 등으로 모든 지표가 OECD 최상위권으로 결코 의료 서비스가 부족하다고 할 수 없다.
한 마디로 적은 의사수와 적은 비용의 의료서비스에서도 OECD 최고 수준으로 국민들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는 살인적인 의사들의 노동을 갈취한 결과로 이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의 진찰료를 달러로 환산하면 우리나라가 8달러인데 반해 미국의 메디케어는 72달러다. 미국에서 가장 비싼 지역은 진찰료가 151달러이고, 미국에서 가장 저렴한 지역도 59달러다. 일본은 48달러, 독일 22달러, 프랑스 32달러, 호주 75달러 등으로 우리나라의 저수가는 OECD국가들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전라북도의사회 김재연 정책이사)
⑨의사수 많은 쿠바, 북한 등 무상의료 실상 파악부터
1000명당 의사 수가 많은 순으로 정렬하면 1위가 8.2명으로 쿠바이다. 의료인력을 중남미에 수출해서 앵벌이시키는 무상의료의 천국이 바로 쿠바다. 쿠바의 해외의사 파견은 지난 50년간 최소 13만5000명에서 최대 40만명 수준에 이를 것이고 추산된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지난 2006~2016년 사이 10년 동안 7000여명의 쿠바의사가 망명했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북한은 3.7명으로 우리보다 높지만 의료 수준은 열악하다.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많은 쿠바와 북한이 제대로 된 의료시스템을 갖추고 있는지, 1000명당 의사 수 중에 전문의 대비는 누가 제일 많은지. OECD 평균 의료수가는 어떠한지 아무도 관심이 없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김효상 재활의학과 전문의)
⑩의대 교육과 수련 질 저하로 의사 수준 떨어져
의대정원이 증가하면 의사수는 늘어도 의대 교육 질이 낮아져 의료 질은 더 떨어질 수 있다. 이미 1990년대 의대가 8개에서 36개로 늘어날 당시 교수 부족으로 강의를 못하고 실습병원이 부족한 문제가 생겼고, 이로 인해 2004년 의학교육평가원이 설립돼 의대신임제도를 논의하게 됐다. 최근 서남의대가 제대로된 교육환경을 준수하지 않아 폐교된 사례도 있는 등 의대정원 증원 정책은 실패할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수련과 교육의 질은 생각도 하지 않고 의사 수가 늘어나면 문제가 다 해결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보건의료인력 양성과 관련된 정책은 전문가가 참여해 우리나라 국민 건강 향상을 목표로 논의하고, 종합적으로 계획해야 한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가 회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의료 인력의 질 관리 어려움으로 인한 의료의 질 저하가 예상된다고 가장 많이 응답했다. 그 외에 필수 의료에 대한 기피 증가, 교육 자원의 부족으로 인한 교육의 질 하락이 이유로 꼽혔다.
현재 의대들은 대부분 교원 임용을 다 못 채워 교수진도 부족하고 수백명이 한 강의실에서 공부하는 상황이다. 의대 교육 질을 보장하지 않은 상태에서 의대 정원만 무분별하게 확대하면 결국 의사 수준도 낮아진다. (한국의학교육평가원, 대한전공의협의회,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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