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신약개발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시점인 만큼 제약·바이오 산업 육성 차원에서 종합적인 고려와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 또한 미국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미-중 견제, 고환율 등 불안정한 상황 속에서 기업은 경쟁력을 갖춰야 살아남는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노연홍 회장은 21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위치한 한국제약바이오협회 4층 대강당에서 '도전과 혁신의 80년, 100년을 향한 도약'을 주제로 신년 기자간담회를 개최해 이같이 밝혔다.
이날 노 회장은 2024년 성과와 국내외 제약·바이오 산업 현황을 공유하고, 창립 80주년 기념 사업 추진 계획과 '제약·바이오 비전 2023'을 소개했다.
불안정한 정국 속 한국 제약·바이오 산업의 필요 전략은? "국내 상황 고려한 제도 개선 필요"
노 회장은 미국 정책 변화, 국내 저성장 기조에 따른 대응과 함께 한국 제약·바이오 시장 특성을 반영한 국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특히 신약 선진국 도약을 위한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노 회장은 "미국 트럼프 2기 정부 출범과 맞물린 자국 산업 보호주의 강화, 글로벌 공급망 재편 기조 심화 등 국제 통상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도전과 불확실성의 시기다. 국내적으로도 이어지는 저성장 기조, 고환율, 투자심리 위축 등 경제 지표와 산업 환경이 어느 때보다 높은 위기감을 갖게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노 회장은 "여러 가지 중요한 정책이 있지만, 산업계에서는 약가 정책이 특히 중요하다. 지난해 7월까지 정부와 산업계가 10차례 대화했고, 해외약가 비교와 관련해 우려되는 입장을 전달했다"며 "가장 핵심적인 것은 각국의 보건의료 체계가 다른 점이다. 제도와 상황적 차이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어떤 시점에서 가격을 비교하는 것에는 논리적으로 모순이 있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예로 제약 선진국의 높은 신약개발 동력을 꼽았다. 제약 선진국은 제네릭 비중이 낮으며, 제네릭이 처음 출시될 때 약가를 우대한다. 이후 약이 지속적으로 나오면 떨어진다.
노 회장은 "우리나라는 제약·바이오 산업은 제네릭을 기반으로 하지만, 신약개발 국가로 도약하려 한다. 이런 상황에서 신약 중심 국가의 제네릭 가격을 단순 비교한다는 점은 우려된다. 특히 우리나라는 주로 인하 기전을 가지는데 이런 제도와 같이 공존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며 "제약 선진국은 제네릭이 처음 나오면 우대하고 나중에 떨어지는데, 이런 시간적 차이 등을 반영하지 않을 위험이 있다"고 부연했다.
이어 그는 "보험 재정 안정화 측면에서 정부의 입장을 이해하지만, 신약개발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중차대한 시점인 만큼 제약·바이오 산업 육성 차원에서 종합적인 고려와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R&D, 수출 지원 확대와 원료의약품 자급화를 위한 제도 개선 역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노 회장은 "선진시장 들어가기 위해서는 R&D 자체 노력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또 산업계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규제 혁신과 공정한 약가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생물보안법이 상원을 통과하지 못했다. 현재 단계에서 당장 중국 기업과의 관계를 중단해야 하는 상황은 아니다. 다만 예측이 되는 만큼 중단 등 상황은 도래할 것이다. 그러면 CMO나 CDMO에 경쟁력을 가진 우리나라로 전환될 것"이라며 "결국 기업은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정부와 협회는 R&D 지원이나 수출 지원, 제품 품질 혁신을 가져갈 수 있는 부분을 지원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는 "원료의약품 자급도가 최근 20%로 증가했다. 증가한 원인 중에는 국산 원료의약품에 대한 약가 우대 정책 등이 있다. 하지만 필수의약품에 한정돼 있어 실질적으로 산업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지적했다.
그는 "미국의 약가 인하 정책 기조는 유지되고, 중국 견제는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CDMO 등 사업은 이득을 얻겠지만, 중국과 인도로부터 원료의약품의 80% 이상을 들여오는 만큼, 공급망 재편으로 인한 원료의약품 수급 문제는 더 심각해질 것이다. 앞으로 중국에서 수입한 원료의약품으로 만들어진 의약품을 미국에 진출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노 회장은 필수의약품에 대한 범위를 '국민 생활 건강을 불편하게 하는 부분'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미국과 WHO가 정의하는 필수의약품의 정의는 우리나라와 조금 다르다. 우리나라의 필수의약품 범주도 넓힐 필요가 있다. 원료의약품 생산하는 기업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책도 고민해야 한다. 인도의 경우 직접적인 인센티브 제도가 있다"고 말했다.
80주년 맞은 제약바이오협회 '신약개발 선진국 도약' 등 신년 비전 제시
노 회장은 대외적인 어려움 속에서도 지난해 한국 제약·바이오 산업은 저력을 발휘했다며 2024년 성과를 발표했다. 국내 의약품 시장 규모는 사상 처음 30조원을 돌파했으며, 세계 3위의 신약 파이프라인 보유국으로 올라섰다. 기술수출 계약은 9조원에 달한다.
노 회장은 "국내 개발 신약이 미국, 유럽 등 선진 시장에서 잇따라 승인받았다. 기업은 현지 공장 인수, 글로벌 파트너십 체결 등 적극적으로 해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며 "AI 융복합 디지털화 등 산업 패러다임의 대전환에 부응해 신약 연구개발 역량을 증대하고, 지속적이고 합리적인 규제개혁의 촉진자가 돼 국민 편익과 산업 역량을 극대화하겠다. 또한 제약·바이오 혁신 생태계를 구축하고 공격적인 맞춤형 해외 시장 공략으로 산업 경쟁력과 미래가치를 증명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K-Pharma, 대한민국의 건강한 미래'를 비전으로 제시하고, 혁신, 협력, 신뢰를 핵심가치로 꼽았다. 이와 함께 ▲신약개발 선도국 도약 ▲다양한 협력 모델로 글로벌 성과 증대 ▲제조역량 강화로 국민건강 안전망 구축 등의 목표를 제시했다.
노 회장은 '신약개발 선진국 도약'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오픈 이노베이션을 활성화하고, 디지털 전환AI 등 신기술의 융합을 촉진한다고 밝혔다. 또한 규제 혁신과 공정한 신약가치 인정화, R&D 인프라 확대, 인재 양성 확대 등을 다짐했다.
그는 "정부 주도 K-바이오·백신 펀드 조성 협력과 벤처투자조합펀드 결성으로 제약·바이오 기업 간 협력 생태계를 구축하겠다. 연합학습 기반 신약개발 가속화 츠로젝트인 K-멜로디 사업을 지속 추진하고, AI 신약융합연구원 기능 활성화를 통해 신기술 융합에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
이어 블록버스터 창출을 위한 전략적 R&D 투자를 증진하고, 기업의 R&D 비중을 12.5%에서 15%로 확대하겠다고 언급했다.
제약·바이오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선진시장 진출 지원 체계를 구축하고, 네트워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글로벌 생산과 교육의 허브로 도약하고, 글로벌 규제 조화와 규제당국자간 협력 촉진도 수행하겠다고 약속했다.
의약품 접근성을 높이고,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제조·품질의 혁신과 안정적 공급 체계를 확보하고, 원료·소부장 산업을 육성하고, 공급망을 다변화한다. 백신 개발을 촉진하기 위한 투자와 제조 환경 개선에도 나선다. 또한 CSO 교육의 체계적 수행을 통한 의약품 판매 질서 확립, 지출보고서 작성과 공개제도 안착 등 제약·바이오 기업의 윤리경영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제약바이오협회 미래관 증축도 예고했다. 올해 9월 중순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10월 24일 80주년 기념식과 미래관 개관식을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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