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0.06.06 22:16최종 업데이트 20.06.22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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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적 불안에 사회적 낙인, 경제 위기, 의료진 번아웃까지…‘코로나블루’ 어떻게 대처하나

코로나19 장기화로 국민 47.5% 우울감…심리지원 전국민 대상 확대, 지자체도 심리치료 지원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60대 여성 A씨는 지난 3월 말 거주지역 내 온천을 이용했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A씨는 이후 경남도 내 음압병실에서 치료를 받고 완치돼 퇴원했지만 지난달 극단적 선택을 했다. A씨로 인해 가족 일부도 확진 판정을 받았으며 이에 따라 A씨는 우울감을 겪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30대 남성 B씨는 법무부 비상안전기획관실 소속으로 코로나19 대응 업무를 맡아왔다. 그러던 중 지난 2월 25일 한강에서 극단적 선택을 해 한강대교 인근 강물 속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코로나블루(Covid Blue)의 시대, 국민의 절반 우울감 느낀다
 
코로나19가 우리의 몸 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병들게 하고 있다. 최근 코로나19와 우울감의 합성어인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할 만큼 상황은 심각해 보인다. 19일 경기연구원에 따르면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우리나라 국민 47.5%가 불안과 우울감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17개 광역시도 15세 이상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코로나19로 인해 ‘다소’ 불안하거나 우울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45.7%에 달했다. ‘매우 심하게’ 느끼는 비율은 1.8%로 나타나 전체적으로 절반 가까운 국민이 불안감이나 우울감을 호소했다.
 
연령대가 증가할수록 비율은 높아졌다. 50대 52.2%, 30대 46.5%, 10대 40.0%가 불안과 우울을 경험한다고 응답했다. 직업별로는 전업주부가 59.9%로 가장 높았고, 자영업자(54.3%), 계약직 근로자(53.4%), 중고등학생(46.8%), 무직자(46.7%)가 뒤를 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한 불안과 우울감 여부 조사. 사진=경기연구원

지역별로 대구시민의 불안과 우울감은 전국 평균보다 약 20% 높은 65.3%로 나타났다. 부산은 55.4%, 대전은 54.5%이었으며 경기도는 47.6%로 평균 수준이다.

조사를 총괄한 경기연구원 이은환 연구위원은 "코로가19가 국가적 차원에서 전 국민적 트라우마를 안겨주고 개개인의 정신건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된다"며 "이는 메르스의 1.5배, 세월호 참사의 1.1배 등 타 재난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정도도 5점 척도 기준으로 4.1점으로 매우 높았다"고 말했다.
 
드러난 우울은 빙산의 일각…보편적 우울감 상승 이유는?
 
재난 상황에서의 불안과 우울감 상승은 흔히 있는 일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특히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상황은 자가격리가 이뤄지거나 일상적 생활이 중단될 수 있어 그 위험이 더 크다. 또한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로 인해 공포심이 더욱 조장될 수 있어 심리적 불안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박용천 이사장(한양대 구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은 현재 사회 내부적으로 드러난 마음의 병은 빙산의 일각이라며 우려는 표했다. 그는 "병에 감염되면 심리적 공포심과 더불어 사회로부터 격리됐다는 두려움와 불안이 함께 발생할 수 있다"며 "사회적으로 격리돼 있거나 병에 걸렸던 이들에게 전화를 하거나 의사소통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자살율을 낮출 수 있는 효율적 방법"이라고 말했다.
 
감염병 상황에서 자주 발생하는 또 하나의 현상은 사회적 낙인이다. 이번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신천지 집단이나 이태원 클럽 방문자 집단 등 일부 인원에 대한 무차별적 공격이 이뤄졌다.
 
이에 더해 일부 사람들은 확진자를 슈퍼전파자라고 부르며 몰지각하고 부도덕한 사람으로 낙인 찍는 경우도 발생했다. 그러나 이 같은 사회현상은 일부 집단과 개인에게 씻을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남길 수 있다.
 
박 이사장은 "특수한 사람과 집단에 대한 집단적 적개심 발산은 물리적 살인은 아니지만 사회적 살인과 같다"며 "도가 지나친 개인정보 유출이나 집단에 대한 공격은 또 다른 사회문제를 양산한다. 되도록 지양하는 것이 좋다"고 제언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박용천 이사장(한양대 구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어려워진 경제 사정으로 인한 자살률 증가도 우려된다. 1998년 IMF 당시에도 전년도 대비 자살률이 2.5배 증가했다. 박 이사장은 "코로나19는 특히 자영업계에 큰 타격을 준다"며 "OECD 자영업 평균이 19%인 반면 우리나라는 25%로 매우 높은 상황이다. 경제적 충격을 가장 먼저 강력하게 받는 자영업자들에 대한 추가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전했다.
 
이번 코로나19 상황에서 확진자들에게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특이점은 이들 대부분이 일정 이상의 죄책감을 갖는다는 사실이다. 사회구성원을 포함한 가족들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했다는 심리적 부담과 전파 시키지 않았더라도 전파 가능성으로 불안과 동시에 죄책감이 늘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죄책감은 스스로를 사회적으로 고립시키는 악순환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아 특히 위험하다. 박용천 이사장은 “자가격리 시 느낄 수 있는 외로움과 소외감, 스트레스 상황과 맞물릴 경우 최악의 상황이 연출될 수 있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심리적 고위험군 집단은 학생과 공무원 등이 꼽혔다. 이 중 특히 학생들에 대한 심리방역 차원이 중요하다는 문제제기로 대한신경정신의학회와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는 교육부와 지난 15일 업무협약 맺고 상담사업을 시작했다.
 
박 이사장은 "학생들은 시한폭탄과 같다. 학업 스트레스가 심한 상태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추가적인 심리적 동요가 발생할 경우, 동급생 간 불화 등 또 다른 문제가 파생될 가능성이 높다"며 "학생에게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심리 문제를 조기에 발견해서 치유하자는 차원에서 이번 업무협약이 이뤄지게 됐다"고 소개했다.
  
그는 "학생 뿐만 아니라 선생님들도 원격수업 등 새로운 환경에 직면하면서 큰 스트레스를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코로나19로 인해 상당수의 공무원들도 심리적 탈진 상태인 번아웃(Burn out)을 경험하고 있어 이들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하는 캠페인이나 실질적 휴식 보장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대책에 대해 “전국에서 일정하고 표준화된 심리지원 등 관련 정책이 진행되는 것이 중요하다”며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은 큰 문제가 없지만 의료취약지 등 일부 지역에서 단계별 심리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고 전했다.
 
정부, 확진자·가족 한정 심리지원 전 국민으로 확대
 
기존 코로나19 통합심리지원단 운영 개요. 사진=보건복지부

정부도 기존에 확진자와 격리자, 이들의 가족에 한정돼 있던 심리지원을 대폭 확대할 방침이다. 앞서 중앙사고수습본부는 확진자와 가족의 심리 지원을 위해 지난 1월 29일부터 통합심리지원단을 운영하고 있다.
 
심민영 코로나19통합심리지원단장은 "현재 통합심리지원단이 확진자, 격리자, 가족 중심으로 운영돼 왔다"며 "그러나 최근 워낙 사회 전반에 걸쳐서 피로감이나 무력감, 우울감 등이 확산되서 대국민 지원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강화된다"고 말했다.
 
이에 통합심리지원단은 지난달 18일부터 심리지원반을 설치해 기존 통합심리지원단을 포함해 각 부처, 관련 전문가와 협업해 기존 사업에 더해 단계적 심리지원체계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심 단장은 "여가부, 행안부, 의료계 등과 함께 확대된 상담 서비스를 준비 중에 있다"며 "고위험군에 대해서 학회나 민간전문가들과 협업해 상담을 진행하고 사회기관으로 연계해 일상생활로 원활히 복귀시키는 단계적 심리지원체계를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심 단장에 따르면 코로나19 통합심리지원단은 심리지원을 통해 코로나19로 치료받은 사람들과 그 가족들의 심리적 어려움이 상당히 호전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재감염에 대한 우려, 무력감, 낙인과 관련된 스트레스는 계속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초기상담 시, 초기상담에 동의한 127명 가운데 확진자 68%, 확진자 가족들 53%가 정신건강 및 일상생활을 수행하는데 어려움을 보였다.
 
코로나19로 인한 번아웃을 호소하는 의료진, 공무원 등이 늘어나며 이들에 대한 대책도 마련된다. 심 단장은 "최근 국가트라우마센터와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는 감염병 심리사회방역 지침을 마련해 배포했다"며 "이와 함께 코로나19의 장기화에 따른 의료진과 관련 업무자들의 소진을 완화하기 위한 프로그램도 시행한다. 향후 프로그램 강화와 보급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코로나블루 이기려는 각 지자체들 노력 이어져…'릴레이 챌린지'부터 '반려식물' 키우기까지

이와 별도로 코로나 블루를 극복하려는 각 지자체들의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청북 청주시는 코로나19로 인한 우울증 진단을 받은 환자들에게 소득 기준에 관계없이 심리치료를 지원하고 있다. 이와 함께 고위험군 병원 연계 등 지속적인 우울증 치료 관리도 이뤄진다. 경기도 파주시도 코로나19 종식 때까지 모든 시민을 대상으로 심리상담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반려식물을 통해 코로나블루를 극복하자는 취지의 의왕시 마음건강 반려식물 나눔. 사진=의왕시

온라인을 통해 시민들이 마음건강문제를 상담받을 수 있는 이색 프로그램도 눈길을 끈다. 경기도 안산시는 지난달 온라인에서 자신의 스트레스 요인, 부정적 감정 등 고민을 접수하고 정신건강상담사가 24시간 내 맞춤 답변을 제공하는 '마음건강 로켓처방'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이를 통해 발굴된 고위험 대상자는 조기치료연계와 치료비 지원 등이 이뤄져 증상악화를 예방할 수 있다.

대규모 확진자가 나왔던 대구시는 코로나19로 인한 스트레스와 우울감을 이겨내자는 의미의 '힘내라바 챌린지'를 진행하고 있다. 대구 수성구자원봉사센터는 지난달 애니메이션 라바의 주제곡 '힘내라바송'을 활용해 코로나19로 인한 우울감, 고립감을 느끼는 시민들에게 힘든 시기를 함께 이겨내자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의왕시는 우울감을 치유하자는 의미에서 지난달부터 반려식물 250세트를 정신건강 취약계층에게 순차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시는 반려식물 지원행사를 통해 시민들이 식물을 키우는 과정에서 작은 행복을 느껴 심리적 안정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경대 기자 (kdha@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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