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의 효과는 일선에 있는 의료진이 제일 잘 알지만, 약가 결정에 있어 의료진의 의견은 묻지 않는다."
고려대 종양내과 김열홍 교수는 최근 열린 성균관 약대와 연세 약대의 공동 심포지엄에서 이 같이 밝혔다.
이날 심포지엄은 신약의 유용성 및 혁신성이 약가에 반영되지 않는 현 문제점을 짚고, 대책을 세우기 위해 마련됐다.
김열홍 교수는 "약가를 결정 할 때 신약의 치료효과 및 어떤 약을 신약평가의 비교대상으로 선정할지에 대해서는 의사가 잘 알지만, 정부는 의사의 의견을 묻지 않는다"면서 "약의 혁신성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약가제도가 한계에 봉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의약품의 보건경제학적 연구를 수행하는 영국 '보건경제학연구소(Office of Health Economics)'의 낸시 데블린 연구소장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다양한 국가에서 현재 신약 평가 지표로 사용하는 '질 보정 수명(Quality-adjusted life year, 이하 QALY)'의 한계를 진단했다.
그는 '다기준 의사 결정 분석(Multi-Criteria Decision Analysis, 이하 MCDA)'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MCDA란 다양한 기준들 간의 상대적인 중요성을 평가할 때 일관성 있는 의사결정을 도와주는 접근법이다.
데블린 소장은 "현재 QALY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신약의 가치 평가 과정에서, 간과하기 쉬운 환자의 질병중증도나 의료불평등을 해결하고, 약의 사회·경제적 사항까지 고려하기 위해 '다기준 의사 결정 분석'이 필요하며, 이러한 논의가 활발하게 글로벌한 추세로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균관대 약대 이의경 교수는 MCDA 측면에서, 전문가와 일반인 그룹을 대상으로 약의 가치를 비교분석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교수는 마무리 발언으로 MCDA의 정책적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주요 질환 별 특성을 반영한 다양한 평가 모형 개발이 필요하다는 대안을 제시했으며 이를 위해 정부에서도 이런 분야에 대한 적극적인 연구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세대 약대 강혜영 교수는 신약의 경제성을 평가할 때 비교약제 선정 기준의 불합리성을 제약산업 종사자 대상으로 조사, 연구하여 8가지 쟁점으로 소개했다.
강 교수는 "구형차인 '포니'와 신형고급차인 '포르쉐'를 비용만을 기준으로 평가한다면 어떻게 '포르쉐'의 가치가 인정받을 수 있겠냐"면서 "10~20년 전에 허가되어 오랫동안 사용되어 온 약, 선별등재제도 도입 전의 방식으로 가격이 결정된 약과 지금의 혁신적 신약을 상대평가하는 것이 적절한 가치비교는 아닐 것"이라고 피력했다.
이와 관련 복지부 이선영 보험약제과 과장은 "약의 가치를 평가하고 지표화하는 계량화 과정에서의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 조화로운 의사결정을 위한 관건"이라며 "정부도 신약의 합리적인 가치 반영을 위해 의미있는 연구와 논의에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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