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2.03.19 09:23최종 업데이트 22.03.19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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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문제 심각...임신∙출산은 정부가 책임지고 지원하자"

산부인과학회 22개 정책 제안...불가항력적 의료사고 정부 100% 보상∙난임 지원 확대 등도 포함

대한산부인과학회 박중신 이사장.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저출산과 분만 인프라 붕괴 등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지목되고 있는 가운데 대한산부인과학회가 윤석열 당선인에게 22개의 정책을 제안했다.

산부인과학회는 18일 코리아나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임신부와 여성 건강을 위한 2022년 대통령 선거 정책 제안서’을 설명하는 자리를 가졌다.

해당 제안서는 학회가 지난해 12월 출간해 윤석열 당선인을 비롯한 각 대선후들에게 전달한 것으로 임산부 건강을 위한 정책(10개), 여성 건강을 위한 정책(10개), 지속가능한 산부인과학 발전 정책(2개) 등 총 22개의 정책으로 구성됐다.

임신∙출산 비용 국가 보장제 도입 필요..."임신 원하는 사람들은 국가가 책임지고 지원"

해당 공약집에서 학회가 임신과 관련해 첫 번째로 강조한 것은 ‘임신 출산 비용 국가 보장제’다.

학회는 그 중에서도 먼저 질식분만에 대한 지원 확대 필요성을 언급했다. 질식분만은 지난 2017년부터 분만 의료비 전액이 지원되고 있다. 하지만 질식분만을 시도하다 제왕절개수술로 출산하거나, 분만을 위해 입원했지만 분만이 이뤄지지 않은 경우 본인부담금 5%가 발생한다.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않은 젊은 부부들로선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에 학회는 의료진의 의학적 판단에 의해 시행된 제왕절개술을 포함한 분만 의료비의 본인 부담금을 면제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외에도 고위험 임신 의료비 전액 국가 지원, 선천성 기형 태아 진단 및 치료비 전액 국가 지원, 임산부 의료비 지원사업 등을 제안했다.

대한산부인과학회 박중신 이사장(서울대병원 산부인과)은 “임신과 출산과 관련해선 국가에서 책임을 져주길 바란다. 임신을 하고 싶은데 못하는 사람이 없도록 해야하고, 가장 먼저 경제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가 오랜기간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음에도 상황은 점차 악화되고 있다”며 “임신 출산 비용 국가보장제에 들어갈 예산이 그동안 저출산 문제에 투입됐던 비용에 비하면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한산부인과학회는 윤석열 당선인을 포함한 각 정당 대선후보들에게 정책 제안서를 전달했다.

불가항력적 의료사고 정부가 100% 보상해야...난임 부부 지원은 출산율 올릴 실질적 대책

지속적으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불가항력적 의료사고에 대한 정부의 100% 보상 방안도 이번 정책 제안서에 담겼다.

저출산 기조에 더해 불의의 사고 위험이 따르는 분만을 기피하는 경향이 늘면서 분만 기관은 빠르게 줄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07년 1027개였던 분만 의료기관은 2019년 531개로 반토막이 났다.

학회가 지난 2019년 실시한 전국 산부인과 의사 대상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문의 취득 후 분만을 담당하다 그만 두게 된 가장 중요한 이유로는 의료사고에 대한 우려 및 분만 관련 정신적 스트레스(38%), 실제 의료사고 및 소송 발생 건의 영향(17%) 등이 가장 많이 꼽혔다. 동일한 설문조사에서 산부인과 전공의의 57%는 전문의 자격 취득 후 분만을 담당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이처럼 분만을 담당하는 의사들이 줄면서 지난 2020년 5월 기준 전국 분만취약지역(준분만지역 포함)은 105곳에 달한다.

이에 학회는 무과실 의료사고에 대해서는 정부의 100% 보상 방안 마련, 의료과정과 직접적 연관성을 밝히기 어려운 신생아 뇌성마비, 출산 관련 모성사망 등에 대해선 과실 유무와 상관없이 국가에서 보상하는 ‘공적보상제도’ 도입을 주장했다.

학회는 공적보상제도의 경우 보상금 지급 액수는 뇌성마비 발생 시 건당 3억원, 출산 관련 모성 사망 시 1억원으로 책정하며, 이 제도를 위해 임산부 1인당 30만원의 보험금을 국가에서 지원받아 병원이 가입하는 형태를 제안했다.

박 이사장은 “산부인과 의사가 되더라도 분만을 하지 않겠다는 이들이 굉장히 많은데 이는 의료사고에 대한 부담 때문”이라며 “교과서대로 진료를 하더라도 나쁜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는 경우들이 있는데 이런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되돼 있다보니 분만을 하겠다는 의사가 줄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곧 임산부가 안전한 환경에서 임신과 출산을 하는 것이 어려워짐을 의미한다”며 “이 같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여성건강과 관련해선 난임 부부에 대한 지원 확대를 강조했다. 장기적으로는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사회 구조 전반의 변화가 필요하지만 당장 출산율 제고에 도움이 되는 방안으로는 난임 부부 지원이 유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학회는 건강보험급여 적용 시술의 경우 본인부담률을 일괄적으로 10%로 인하할 것을 제안했다. 2020년 요양급여비용 중 보조생식술 관련 총 진료비가 약 3000억원 정도임을 감안하면 난임 부부 지원을 위한 추가 재정 지출 여유는 충분하다는 게 학회의 판단이다.

학회는 이 외에 임산부 건강과 관련해 ▲임산부 태아 보호 시스템 구축 ▲고위험 임산부 건강권 보장 ▲차별 없는 임산부 건강권 보장 ▲임산부 약물 및 기형 물질 상담 환경 조성 ▲임신 출산 정책 통합 거버넌스 구축 ▲안전한 임신과 출산을 위한 재원 확보 ▲임신과 출산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 및 개정 ▲임신 및 출산 친화적인 사회적 환경 구축 등을 정책 제안서에 담았다.

여성 건강과 관련해서는 ▲소녀들의 건강권 보장 ▲생애주기별 여성건강검진 ▲폐경 여성을 위한 생애전환기 상담 ▲취약 여성 의료 접근성 보장 ▲성폭력 피해자 지원 강화 ▲임산부 및 여성 건강을 위한 약제 공급망 안전성 확보 ▲여성암으로부터 여성 보호 정책 ▲여성 암환자의 생존율 향상 위한 정책 ▲미혼 여성 암환자를 위한 가임력 보존 보장 등이 제안서에 포함됐다.

박민식 기자 (mspark@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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