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대표, 의대인력 확대 이어 '지역의사제' ·'지방의대' 신설 추진에 '모순' 지적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이재명 대표의 피습 사건이 우리나라 응급의료와 지역의료체계에 대한 논란으로 옮겨붙고 있다.
부산에서 사고를 당한 이 대표가 부산에서 410km 떨어진 서울대병원으로 헬기 이송된 것이 '특혜'인지 여부를 놓고 정치권에서도 공방이 벌어지는 가운데 근본적으로 '지역의료 살리기'를 주장해 온 더불어민주당의 대표가 지역의 부산대병원을 외면한 것을 놓고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그간 민주당은 '응급실 뺑뺑이' 문제 해결을 위해 의대 정원 확대를 요청하는 동시에 의사가 아무리 늘어나도 지역에 의사들이 남아있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며 '지역의사제'와 '지역의대' 신설 등을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의료계는 정치권의 이율배반적 태도에 대한 비판과 더불어 아무리 의사 인력이 늘어도 한정된 자원을 배분하는 응급의료체계를 갖추지 않는 한, 지방이 아무리 중증외상환자를 치료할 충분한 실력과 경험을 가진 의료진을 갖추더라도 '서울'로 가길 원하는 환자들이 있는 한 우리나라 의료는 살아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최고 수준 '권역외상센터' 갖춘 부산대병원 외면…'응급의료체계' 무시하고 서울로
5일 정치권과 의료계를 중심으로 2일 부산 가덕도 신공항 부지에서 흉기에 찔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부산이 아닌 서울에서 최종 치료를 받은 것에 대한 특혜 논란과 함께 응급의료체계와 지역의료의 민낯이 드러났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응급상황에 처한 이 대표가 '응급의료'의 기본인 '골든타임'을 뒤로한 채 부산대병원이 아닌 서울대병원으로 향한 것이 우리나라 의료쇼핑에서의 전형적인 서울‧수도권 만능주의 행태를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대표가 사고를 당한 것은 2일 오전 10시 27분경으로, 119 응급차량을 타고 모처 축구장으로 이송된 이 대표는 헬기를 이용해 곧바로 부산대병원으로 이송됐다. 그 시각이 오전 11시 4분이다.
부산대병원은 우리나라 최고 수준의 권역외상센터를 보유한 병원이다. 경남 권역의 중증외상 환자들의 최종치료센터로서 기능하며 전국에서 알아주는 의료진과 의료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이날 이 대표는 부산대병원에서 응급처치만 받은 채로 가족의 요청에 따라 부산대병원에서 410km 거리에 달하는 서울로 이송됐다. 이송 수단은 헬기였다.
오후 1시께 부산을 출발한 헬기는 오후 3시 노들섬에 착륙했고, 이 대표는 119 응급차량을 타고 종로구에 위치한 서울대병원에 도착했다. 그때 시간이 오후 3시 19분이다.
응급의료체계는 응급환자가 발생하였을 때, 현장에서 적절한 처치를 시행한 후, 신속하고 안전하게 환자를 치료에 적합한 병원으로 이송하고, 짧은 시간에 최상의 응급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된 체계다.
응급상황에 있던 이 대표에게 최선의 선택은 짧은 시간에 최상의 응급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였다는 것이 의료계의 중론이다.
만약 이 대표가 응급하지 않아서 멀리 있는 서울대병원을 간 것이라면 비응급 환자를 헬기에 태운 것도 문제가 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부산대병원 관계자에 따르면 이 대표는 부산대병원에서 응급처치를 받은 후 해당 병원에서 수술을 집도하기로 했으나 민주당 측에서 반대 의사를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대병원 관계자는 "부산대병원에서 충분히 수술이 가능한데 서울대병원을 택한 것은 유감이다. 부산대병원은 경남권역 중증외상 최종치료센터로 부산대병원은 환자를 태운 헬기를 받기만 하는 병원인데 환자를 태운 헬기가 나가는 일은 이번이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료계 관계자도 "정말 상황이 응급했다면 부산에서 수술을 하는 것이 맞다. 이 대표는 헬기를 타고 2시간이 걸려서 굳이 서울로 이송됐다. 2시간은 버틸만 했다는 거다. 초응급이 아닌데도 헬기를 탄 것이다"라며 "가족이 원한다고 서울로 헬기를 타고 서울로 이송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지역의사제, 지역의대 신설 주장한 민주당…"지역에 남아 진료하는 의료인 늘리기 위한 제도 필요"
이번 사건이 더욱 반발을 받는 것은 이재명 대표가 지역의료와 필수의료 살리기를 강조했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이 대표는 직접 개인 SNS를 통해 "의대정원 확대가 공공의료와 지역의료를 살리는 방향으로 이어지려면 지역의사제와 국립의전원법이 반드시 함께 논의돼야한다"고 밝히며 지역의사제와 공공의대법안 통과에 대한 의지를 시사한 바 있다.
민주당 보건복지위 소속 의원들 역시 12월 기자회견을 통해 "추가 양성하는 의사가 필요한 곳으로 유입되지 않으면 정원 확대는 의미 없는 대책이 될 게 뻔하다. 늘어날 정원이 지역이나 필수의료에 종사할 수 있게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며 "수억원의 연봉을 제시해도 비수도권이나 정주 여건이 열악한 지역 소재 공공병원 근무를 기피하는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정부는 지역인재 특별전형을 확대하고 수가 인상 등 보상을 강화해 자발적 유입을 독려하겠단 입장이지만 지역의대 졸업생을 많이 배출한다고 지역에 남아 진료하는 의료인이 자연스레 늘 거라 판단한다면 이는 순진한 기대"라며 "지역에 의사가 정착할 수 있는 보다 적극적 제도로서 지역의사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결국 민주당은 지난해 12월 다수 야당의 힘을 이용해 지역의사제와 공공의대법안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통과시켜 버렸다.
우리나라 의료 쇼핑 문화 단적으로 보여줘…"정치인들 정작 본인은 서울로, 이율배반" 비판
이런 상황에서 이 대표가 부산을 외면한 채 서울에서 치료를 받은 사실이 알려지며 민주당의 모순을 비판하고 있다.
의료계 관계자는 "환자들의 서울 쏠림 현상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지방 보건의료 공무원들도 정작 자기 가족이 아프면 서울로 간다. 환자들이 서울로, 서울로 이동하는데 의사들이 지역에 남아있길 바란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다"라며 "지방 의사들을 이류, 삼류 취급하는 것과 다름 없다"고 반발했다.
그는 "민주당도 정작 본인이 아프고, 가족이 아프면 지방에서 서울을 찾으면서 지역의사제도로 10년간 의사들이 지방에 의무 복무하도록 하는 법안을 내놓은 것을 보면 답답하다"고 비판했다.
미래의료포럼 주수호 대표는 "부산에서 다쳐 중상을 입은 사람이 서울에서 응급수술을 받는 것은 누가 봐도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다. 그러나 이는 시스템의 부재에서 발생한 일"이라며 "현재 한국의 응급의료에는 체계라고 부를 만한 것이 없다. 환자는 누구나 자신이 제일 중환자라고 생각하고 있고 스스로 병원을 지정해 가는 것이 너무도 당연시되고 있다"고 문제를 지적했다.
주 대표는 "비단 응급의료체계뿐만 아니라 환자가 스스로 의사와 의료기관을 제약 없이 맘대로 선택하는 시스템은 이제 더 이상 가능하지 않다. 의료는 무한 자원이 아니다.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려면 환자의 경중을 의료진이 개입해서 선별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닥터쇼핑, 병원쇼핑이 일상인 나라에서 의대만 증원하고 지역의사제를 실시해 의사를 지방에 묶어 놓는다고 환자들이 지역의료기관에만 가겠는가?"라며 "부산에서 다쳐도 서울대병원에서 수술 받는 것을 온국민이 다 보았는데 지역의료를 살리자는 구호는 공염불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미래를 생각하는 의사 모임 임현택 대표(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 역시 "지방에도 좋은 병원이 많다. 지역의사제와 지역의대 신설을 주장하는 국회의원들이 솔선수범해서 그 병원을 안 다니면 누가 그 병원을 다니겠나"라고 꼬집었다.
임 대표는 지난해 민주당 김원이, 소병철, 신정훈 의원이 전라남도 의과대학 유치를 촉구하며 삭감을 감행한 용산 대통령실 앞을 찾아 "민주당 의원 가족은 서울병원 다니는지, 지역병원 다니는가"라고 물으며 "국회의원들은 본인이나 가족‧지인이 아플 때 빅5병원에서 진료 받으려고 하면서, 지역구 주민들은 수준 낮은 지역 신설 의대에서 치료받으라고 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1인 시위를 진행했다.
임 대표는 "국회의원들 본인이 의료를 이용할 때는 지방의료, 공공의료를 외면한다. 그래놓고 지방에서 서울역으로, 수서역으로 몰려오는 환자들을 어떻게 막겠나"라며 "앞으로 가장 큰 문제는 이제 지방에서 문제가 생기면 다른 환자들도 헬기를 부르려고 할 것이다. 무슨 명분이 있어서 이를 막을 수 있겠는가"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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