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이원재 컨설턴트와 인터뷰(
기사 - [딴짓하는 의사들3] 컨설턴트 이원재 )를 마치고, 의사 출신 컨설턴트들에 관한 얘기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중 한 명이 바로 오늘의 주인공 배지수 원장이었다.
이 컨설턴트는 배 원장이 운영하는 요양병원과 그가 조직한 '한국헬스케어혁신포럼'에 대해 얘기를 나누다 보면 뭔가 재미있는 기사가 나올 거라고 귀띔해 줬다.
배 원장과 연락이 닿아 그에게 인터뷰를 부탁했고, 흔쾌히 허락해 약속을 잡고 진행했다.
배지수 원장은 서울의대를 졸업하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취득한 후 DUKE 대학에서 MBA 과정을 수료했다.
수료 후 베인앤컴퍼니에서 컨설턴트 근무하다 MSD를 거쳐 다시 임상으로 돌아왔다.
현재는 '서울와이즈요양병원'을 공동 경영 중이고, '한국헬스케어혁신포럼(HIF)'을 만들어 오는 10월에 첫 오프라인 심포지엄을 연다.
그가 운영하는 요양병원과 MBA 경험, 그리고 포럼에 대해 약 90분간 인터뷰를 했는데, 생각보다 내용이 길어져 인터뷰 내용을 두 편으로 나눠 담았다.
#요양병원 #마케팅 #비용절감 #공동개원
메디게이트뉴스 : 컨설팅까지 하신 경험이 있으셔서...
왠지 병원 이름까지 신경써서 지으셨을 것 같은데요.
특별한 의미가 있나요?
- 의미를 붙이자면, '와이즈(wise)'는 치매를 똑똑하게 고쳐준다는 의미고요.
그것도 그렇지만,
제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거든요.
전에 제가 개원했을 때 Brain Fitness Center라고 해서 BFC라고 지었어요.
저는 나름 공들여서 지었는데, 사람들은 기억을 못 하더라고요.
그때 느낀 거죠. 쉽고 편한 이름을 못 이기는구나!
아무리 멋있는 이름이더라도…
사랑의 병원, 온누리 병원 이런 이름을 쭉 나열해봤는데,
이미 다 있어서 저작권을 못 지키겠더라고요.
좋은 이름은 사람들이 다 생각했더라고요.
그래서 기존에 안 나온 이름에서 고른 게 '와이즈'입니다.
메디게이트뉴스 : 두 분이 경력도 특이하시고요. (현재 배 원장은 와이즈요양병원을 김치원 원장과 공동 개원 중이다)
그래서 그런지 (개원가에선 수입이 우선이지만) 나름대로 개원하신 다른 이유가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개원 형태를 요양병원으로 정하신 이유가?
- 큰 규모로 하기에 제일 쉬웠죠, 개원 당시.
CT나 MRI 안 사들여도 되고요.
"병원을 좀 만들어보자.", "개인 클리닉에서 한 단계 더 도약해보자." 할 때 진입하기 좋았고요.
제 나름대로 계획이 있어요.
더 좋은 병원으로 성장하고 싶은 생각이 있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 : 두 분 중 누가 먼저 제안을 했나요?
- 제가 했습니다.
"도약을 해보고 싶은데 방법이 무엇일까?" 1년 정도 스터디를 했죠.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지...
그게 일단은 임상병원이었어요.
병원 건물 전경
메디게이트뉴스 : 병원의 컨셉이랄까요? 그런 게 있을까요?
- 우리병원의 마케팅 문구가 '젊고 열정 있는 의사들'이에요.
무슨 얘기냐면, 요양병원들을 돌아다녀 보면 나이 드신 의사들이 많아요.
65세 이상 의사들을 고용하면 인건비가 적게 들어가죠.
저희는 그렇게 안 했죠.
(요양병원 봉직의 중) 한 친구는 서울아산병원 전임의, 다른 친구는 삼성서울병원 전임의를 마치고 왔어요.
사실 이렇게 하면 운영하기 힘들어요.
요양병원은 정액수가여서 액팅(Acting)을 안 할수록 비용이 덜 들지만,
젊은 의사들은 자꾸 하려고 하죠.
뭔가 배운 것을 써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하지 말라고 하면 떠나죠.
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선생님들이 봉직의로 와야지 원장이 원하는 걸 잘 알지만, 젊은 의사들은 안 그래요.
(그들이 근무하면) 비용이 높아져요. 그래서 우리 병원은 다른 병원보다 비용이 높을 거에요.
대신에 젊은 친구들은 회진을 하루에 두 번씩 돕니다.
다른 요양병원은 회진 매일 돌기가 쉽지 않아요. 1주일에 한 번 도는 병원도 있죠.
간호사들도 풀(Pool)이 많지 않아서 와주면 고마운 상황인데요.
그래서 요양병원에 입장에선 선별해서 뽑기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젊은 봉직의처럼) 의사가 자주 병동에 나타나면 간호사들이 긴장하게 돼 있습니다.
그러면 간호사 퀄리티가 높아지죠. 의사가 한마디라도 더 하고 자꾸 나타나면 (퀄리티가) 올라가겠죠.
그래서 우리 병원은 의사, 간호사(퀄리티)가 괜찮은 것 같아요.
누가 이런 얘기를 하더라고요.
"인테리어는 어떻게 해야 하냐?", "간병의무 서비스는 어떻게 해야 하냐?"
이런 거를 물어보던데요.
저는 별로 신경 안 쓴다고 했습니다.
'보바스병원'처럼 진짜 좋은 병원은 하나하나 다 신경을 써야 해요.
근데 그게 다 비용이에요. 여력이 있어야 하고요.
하지만 우리 정도 규모의 병원이라면 그런 걸 다 신경쓸 수가 없어요.
비용이 올라가 버리고 환자들의 비용에 맞는 서비스를 만들 수가 없게 되죠.
그렇다면 환자나 보호자들이 병원을 볼 때 고려하는 몇 가지 팩트를 찾죠.
의사의 수준은 어떨지, 간호사의 수준은 어떨지 볼 거고, 병동 수준은 어떨지 보고,
인테리어가 어떤지도 볼 거고 다 볼 거 아니에요?
그중에서 몇 가지만 (골라서) 만족을 시킵니다.
그것을 다 만족하게 하는 병원은 가격이 올라갈 거고
근데 우리랑 경쟁하는 병원들은 그걸 다 만족을 못 시키거든요.
우리가 두 가지를 붙들고 가면, 나머지 세 개가 못마땅해도 환자들은 용서해줘요.
그게 우리 병원의 특성일 거 같고요.
(결국 요지는 효과적인 곳에 '몰방'한다는 말이었고, 그것의 핵심이 '의사 수준'이었다.)
메디게이트뉴스 : 일반적인 요양병원 아니면 일반병원에서는 찾을 수 없는 병원 특징 좀 설명해 주세요.
- 대부분 사람은 평소에 요양병원에 관심이 없어요.
언제 관심을 갖냐면요.
아버지가 암을 진단받았는데, 수술을 받고 병원에서 "해줄 것 없습니다"라고 하면,
그때부터 부랴부랴 2~3일 정도 검색하고 요양병원을 찾아서 가요.
'저관여 상품'인거죠.
그러면 (시장에게) 가장 핵심적인 메시지를 던지는 게 중요한데,
"대부분이 요양병원은 나이 많은 병원이고요.
우리는 젊은 사람이 하는 병원이에요."
그게 키(KEY)입니다.
그것을 가지고 '두 군데'에 전달을 해요.
마케팅에서 말하는 '고객'이라 하면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그들이 누구냐면, 하나는 대학병원에서 우리를 소개해주는 사람들.
의사들이나 병원 대외협력실 같은 곳이 있겠죠.
그리고 다른 하나는 환자 보호자들이죠.
<출처 : http://ogmenter.com/>
마케팅에 있어 고객이 두 군데인 거죠.
환자 보호자는 인터넷이나 입소문을 보고 올 거고요.
소개해 준 대학병원 사람들에게는 무엇을 줘야 하느냐면,
"요양병원들은 가격 아끼려고 안 좋다. 그런데 얘네들은 좀 다르네?"
이런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이런 메시지를 확신시켜 주는 게 핵심이에요.
다시 말하면 우리가 응급실에 환자를 보내고 돌려받고 이런 상황에서 의사들과 커뮤니케이션을 밀접하게 할 거면 신뢰가 올라갈 거고요.
그래서 가끔 대학병원 선생님들을 탐방 오시게 하고요.
이런 과정들을 통해 신뢰를 쌓고 인정을 받아서 빨리 성장할 수 있었고요.
그리고 일반 환자들이나 보호자들에게는 한가지 메시지만 계속 전달하는 거죠.
"젊은 의사들!"
누가 저한테 그러더라고요.
"배 원장님! 환자들이 젊은 의사들 안 좋아해. 경험이 많고 연륜이 있어야 좋아하지!"
그래서 제가 뭐라고 했냐면,
"내공 있는 사람들을 원하면 딴 병원으로 가세요. 그 사람들은 내 고객이 아니에요!
우리는 젊은 의사들을 원하는 사람들에서만 일등 할 거에요!"
그게 키 메시지죠.
메디게이트뉴스 : 비용절감 사례 같은 게 있으실까요?
- 비용절감 했었어요.
우리병원도 처음에 손익분기가 안 좋더라고요.
보통 많은 원장님이 비용절감 하라고 하면 뭐부터 할 것 같으세요?
메디게이트뉴스 : 인건비나 재료비를 먼저 생각하지 않을까요?
많은 직원은 비용절감 한다고 하면 구조조정 당할까 봐 걱정하고, 월급 깎일까 봐 걱정합니다.
비용절감의 키는...
(그는 슬라이드를 보여주기 시작했고, 기자는 약 15분간 수업을 들어야 했다.)
서울와이즈병원의 비용항목을 세 가지 형태로 구분한 슬라이드(왼쪽)
비용을 쭉 나열을 해보면 상위 몇 가지가 비중이 되게 높아요.
비용절감을 하자고 하면 사람들은 첨엔 구조조정 할까 봐 걱정하고요.
가장 쉬운 것부터 아껴요. A4 이면지 쓰고 이런 것을 하죠.
하지만 이것은 아껴봤자 아무 도움이 안 돼요.
왼쪽 비용 비중(상단 오른쪽 슬라이드 참조)이 높은 부분에서 승부를 봐야 해요.
우선 비용을 세 가지로 나눕니다.
첫 번째는 건드리지 말 항목, 직원급여, 임차료, 4대보험 이것은 건드릴 수도 없고, 개원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구조조정을 한다고 하면 좋은 인재 다 놓치고…
이것은 안 건들죠.
두 번째는 매출과 연결된 항목. 광고비 같은 경우 함부로 줄이면 매출이 떨어지니깐 건드리지 않습니다.
세 번째가 나머지 항목, 비용 절감 대상입니다.
과정 하나는, 일단은 업체들을 불러 비딩(입찰)을 시키는 게 있고요.
시스템을 바꿔서 업무를 바꾸는 게 있고, 또 모니터링을 하게 하는 거죠.
병동물품 전달을 위해 만든 내부몰(왼쪽)과 모니터링 화면(오른쪽)
이게 내부 몰(MALL)입니다.
내부에다가 일종의 ‘지마켓’같은 것을 만든 거죠.
가상코인을 줘서 창고에 주문하면 창고에서 물품을 가져다줍니다.
그러면 이게 축적되어 데이터로 나타나고, 한 달에 한 번씩 병동 별로 얼마씩 나왔는지를 보여주면 신경을 쓰게 돼 있습니다.
또 요양병원협회 병원 100개 정도를 묶어서 공동구매할 계획을 하고 있습니다.
직원 인건비 같은 것은 안건드립니다.
함부로 건드리다가는 좋은 직원들 다 나가죠.
병원이 망할 상황이다.
그럴 때는 건드릴 수도 있겠지만, 웬만해서는 안 건드리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전에는 이런 것(슬라이드 자료)을 해야죠.
"제가 컨설팅을 해보면 대부분의 의사 선생님들이 'Go'나 'No Go'아니면,
'그냥 뭉개는 것'이에요. 뭉개는 게 거의 80%에요.
'Go'든 'No Go'든 설령 그것이 잘못된 의사결정이더라도,
'뭉개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갔다가 되돌아오면 되니깐요.
그게 빠릅니다."
메디게이트뉴스 : 공동개원 장단점이 있을까요?
- 공동개원을 잘하는 방법은 잘 싸우면 됩니다.
우리 둘 다 컨설턴트 출신이어서 피 터지게 싸우고 설득하는 과정에 익숙합니다.
문제가 있을 때 말 못하고 넘어가지는 않아요.
"이건 아닌 것 같습니다."라고 수시로 말할 수 있고요.
인신공격성이 아니라 이슈에 포커스해서 이야기할 수 있고,
토론이 끝난 이후에 감정이 안 남는 트레이닝이 돼 있었던 것 같아요.
저희도 처음에 힘든 부분이 있었는데요,
시간이 지나면서 핏(Fit)이 잘 맞았어요.
지금은 훨씬 편해요.
많은 분들이 공동개원 하시고 한 1년 지나서 서로 말을 안 하게 될 정도로 감정이 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면 직원들이 줄 서게 됩니다. 라인 타고요.
둘이는 논쟁을 심하게 하더라도, 직원들 앞에서는 일관된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메디게이트뉴스 : 운영하시면서 요양병원 정액수가제에 관해 많은 생각이 있으실 것 같습니다. 한 마디 부탁합니다.
- 지금 협회와 정부가 협상 중이라 조심스럽습니다. 노코멘트 하겠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 : 일반적인 의사들이 놓치기 쉬운 요양병원 혹은 일반적인 운영 팁 하나만 부탁합니다.
- 의사 결정에는 세 가지가 있습니다.
할까? 말까?
예를 들어 "저 사람을 자를까? 아니면 말까?" "투자를 할까? 아니면 말까?"
'Go'가 있고,' No Go'가 있죠.
세 번째는 뭔 줄 아세요?
메디게이트뉴스 : 글쎄요. "나중에?"
- '나중에'가 최악의 결정입니다.
보통 의사결정을 지금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왜 못하게 되는 것 같으세요?
메디게이트뉴스 : 확신이 없거나, 지금 당장 생각하기 귀찮거나.
- 당장 생각을 못 하는 이유는 정보가 부족해서 그래요.
지금 확신을 할 만큼 정보가 적어서 그런 거죠.
그래서 세 번째 결정은 '나중에' 대신에 "무슨 정보가 더 필요하지?"가 돼야 해요.
"내가 지금 결정하려면 무엇을 더 해야 하지?", "어떤 노력을 해야 결정할 수 있지?"
세 번째 의사결정은 그것이 돼야 합니다.
제가 컨설팅을 해보면 대부분의 의사 선생님들이 'Go'나 'No Go' 아니면 '그냥 뭉개는 것'이에요.
뭉개는 게 거의 80%에요.
'Go'든 'No Go'든 설령 그것이 잘못된 의사결정이더라도 '뭉개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갔다가 되돌아오면 되니깐요. 그게 빠릅니다.
근데 대부분은 뭉갭니다.
답답한 문제인데요. 그것이 안 되는 사람은 비즈니스 하면 안 되는 거죠.
(인터뷰 내용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대답이다.)
3대 컨설팅 회사 중 하나인 베인앤컴퍼니(Bain and Company)
#MBA #컨설턴트 #의약분업
메디게이트뉴스 : 김치원 원장님과는 서로 어떻게 인연이 되신 겁니까??
- 제가 '베인앤컴퍼니'에 있을 때 김민영 선생님(외과전문의, 맥킨지 컨설턴트)한테 전화가 왔었어요.
"후배 하나가 맥킨지에 지원했는데 똘똘하다. 자기가 트레이닝을 직접 시켜주면 내부적인 문제가 생기니 네가 좀 트레이닝 시켜줘라."
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그 친구를 만났고, (말처럼) 상당히 똑똑하더라고요.
나중에 맥킨지에서 근무하게 되더군요.
메디게이트뉴스 : 김치원 원장님은 MBA를 마치고?
- MBA 안 했죠. 그래서 더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배 원장과 공동개원 중인 김치원 원장의 프로필
메디게이트뉴스 : 그렇군요. 원장님께서 컨설팅 회사에서 근무하시게 된 배경은요? MBA 하시면 기회가 많이 찾아온다고 하던데요.
- MBA 한다고 제안이 많이 들어오지 않습니다.
취업하기 진짜 힘들어요.
메디게이트뉴스 : 아, 그런가요?
- 저는 인터뷰(면접)만 대략 60군데 정도 떨어졌습니다.
제가 의사를 하다가 MBA를 가서 보니 완전히 미국인들 취업하는 곳에 ‘내동댕이’ 처진 거에요.
그렇게 (면접을) 60군데 떨어지면서 내공이 생겼죠. 깡도 생기고.
나를 어필할 수 있는 능력도 생기고요.
준비 잘하는 게 중요합니다. (많이 떨어지면) 상처받죠.
저도 면접은 (병원) 인턴 들어갈 때 혹은 레지던트 들어갈 때, 교수님이 뭘 물어보셨냐면,
"너희 아버지 뭐하시니?", "의과대학 때 가장 감명 깊은 책이 뭐냐?"
이런 거 질문받았거든요.
컨설팅 회사 면접 갔더니
"네가 이 회사에서 뭘 기여할 건데?", "우리가 너를 왜 뽑아야 하는데?"
이런 질문부터 시작해서
"의사가 왜 이걸 할 건데?", "어떤 회사가 수익이 안 나는데 이걸 해결을 어떻게 할 거냐?"
이런 질문을 하는 거예요.
저는 되게 힘들었어요.
"내가 왜 MBA를 했을까?"라는 생각도 했죠.
메디게이트뉴스 : 그러면 도대체 MBA를 왜 하신 거죠?
- 의약분업 때문이었죠.
되게 암울했어요 그때.
선배들은 다들 "의사 망했다." 이러고 있었고...
그러니깐 정말…
뭐랄까요? 열 받았었죠.
자존심의 상처를 많이 받았죠
아마 다들 그랬을 거에요.
의사들이 그때 역사를 통틀어 제일 크게 자존심의 상처를 받은 때였을 거에요.
백날 넘게 파업을 했는데 언론에서 한 번도 안 떠들어주고 우리한테 나쁜 놈이라고 하는 거예요.
지금은 안 그렇죠. 지금 언론만 해도.
그때는…
나는 그 담부터는 누가 파업을 한다고 하면…
누가 파업하는 사람을 나쁜 놈이라고 하면…
‘저렇지 않은데… 쟤네들은 할 얘기가 있는데...’라고 생각하죠
의사 2만명이 파업을 나가면 사무관 2명을 못 이기더라고요.
그래서 든 생각이…
잘못 결정해서 욕먹더래도…
의사 결정할 수 있는 큰 그림을 볼 수 있는 곳이 더 나은 거에요.
그런 곳에 가자고 생각을 한 거죠.
너무 무기력했던 거죠.
2만명이 나와서 100일 동안 파업을 하는데 세상은 전혀 반응도 안 하고. 결국은 2명의 사무관 뜻대로 움직이는 거에요.
(뭐랄까? 당시 수련의였던 지금의 40대 의사들에게 의약분업은 많은 영향을 줬던 것 같다. 당시 학생이었던 기자 주위의 30대 의사들보다 더 '찐한' 정서를 가지고 있었다.)
DUKE MBA : 미국 10위권 내에 랭크된다. <출처 :http://amitkpandeyece.blogspot.kr>
메디게이트뉴스 : MBA 수료가 단순히 타이틀 외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신 거 같습니까??
- MBA는요. 진짜 좋은 거에요.
제가 다녀와서 보니 마이너스 2억이었는데요. 하하하
사람들은 저한테 그랬어요.
"이게 남느냐?"
하버드를 가든 어디를 가든 그 쓰는 돈 이상으로 남길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 있고요.
어떤 사람은 하버드 MBA를 해도 그것을 못 활용해 먹고 학벌에 기대는 사람이 있죠.
배운 것을 정말 잘 써먹는 사람이 있어요.
그런 동기들을 보면 확연히 달라요.
MBA한 것을 정말 잘 활용해 먹는 사람이죠.
반면 "쟤는 정말 돈 낭비였구나!" 하는 사람도 있고…
선생님은 본과 때 안과 수업받은 것 중 기억 남는 게 하나라도 있나요?
메디게이트뉴스 : 하하하하하하하 (오늘 질문 참 많이 받는다.)
- 제가 MBA를 2005년도에 수료했는데 수업받은 게 지금도 기억나요.
우리 의과대학 교육은... 정말 반성해야 합니다.
듣든 말든 쏟아내는 수업을 하죠.
MBA는 그렇지 않아요.
"어떻게 해야 학생들 머릿속에 이것을 박아 넣어줄까?", "그것을 어떻게 깨닫게 할까?"를
한 수업 한 수업 고민이 들어가 있어요.
그게 지금도 생각이 나요.
저는 누가 간다고 하면 빚내서 가라고 해요.
메디게이트뉴스 : 특별히 어떤 의사에게 MBA를 추천해주고 싶으신가요?
- 저는 "Why Not?"인 것 같아요.
메디게이트뉴스 : 말씀은 알겠지만, 아시다시피 비용도 만만치 않게 들어가니 가성비도 따져야 할 것 같아서…
- 인생에서 정말 능력 있는 사람은 2억이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보기에는 추진력 있는 사람이 가야 할 것 같아요.
의사결정 할 줄 알고.
MBA간다는 자체가 '리스크 테이킹(위험감수)'이거든요.
리스크 테이킹을 기꺼이 할 수 있는 사람이 가야죠.
최소한 영어라도 느니깐, 학벌이라도 따니깐 이런 마인드 말고요.
"지금이라도 인생을 정말 크게 한 번 해보겠다!"
이런 사람이 가야죠.
메디게이트뉴스 : MBA 수료 후에 컨설팅 회사에 근무하시다가 퇴사하신 이유도 궁금합니다.
- 컨설팅 회사는 2년 정도 있으면 돼요.
2년 정도 근무하면 많이들 나옵니다.
오래 하는 분들도 있지만, 반절 정도는 나와서 자기 비즈니스를 하죠.
메디게이트뉴스 : 어떤 생각으로 나오신 거죠?
- 저는 컨설팅 회사 들어가서 하는 일이 은행 일이었어요.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니 금융전문가가 돼 있더라고요.
하지만 점점 메디컬에서 멀어지니 이게 아닌데 싶고…
마케팅은 충분히 경험했다 생각했고,
마침 제약회사에서 오퍼(제안)가 왔죠.
그래서 옮겼는데, 옮겨서 보니깐 아니다 싶어 빨리 관뒀죠.
(제약회사를 관둔 이유는 비밀에 부치기로 했다.)
-2편에서는 포럼에 관한 인터뷰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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