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터당 예산 790억원 지원해도 연간 42억원 적자 예상
실제지원은 100억원 남짓…적은 인력으로 적자 폭 줄인 셈
의사 최소 24명 필요하고 4교대시 65명 필요…아주대병원, 15명이 간신히 버텨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꼭 아주대병원이 아니더라도 단 1곳의 권역외상센터라도 제대로 운영해야 한다. 그래야 죽어가는 외상 환자(교통사고, 추락사고, 다발성 골절 등)를 살릴 수 있다.”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 이국종 교수는 각종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외상센터 운영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리고 더 이상 권역외상센터에 희망이 없다고 강조했다. 대체 그 이유는 무엇일까.
보건복지부는 권역외상센터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 2010년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김윤 교수팀에 의뢰해 ‘한국형 권역 외상센터 설립 타당성 및 운영모델 연구’를 수행했다. 복지부는 2011년에도 김윤 교수팀에 의뢰해 ‘외상진료체계 분야별 구축연구 결과보고서’를 냈다. 그 결과 2011~2015년 총사업비 6161억원을 들여 전국에 6개소에 권역외상센터를 설치한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웠다.
김윤 교수의 연구용역 결과보고서를 보면 6개 권역외상센터에 최소 790억원을 집중 투자해야 한다고 했다. 센터 1곳당 의사 인력은 24명에서 4교대를 할 때 65명, 간호인력은 230명이 필요하다고 했다. 반면 현재의 외상센터에는 처음 설치할 때 80억원을, 매년 의사 인건비 등으로 7억~27억원을 지원한다. 의사 인건비 지원 최대 규모인 20명을 채운 병원은 한 곳도 없었다.
이렇게 된 배경에는 예산이 줄어든 데 있다. 기획재정부는 2011년 권역외상센터 예비타당성조사에서 총비용 대비 총편익 비율이 0.38~0.58로 경제적 타당성이 매우 낮다는 결론을 냈다. 권역외상센터 사업 예산은 2000억원으로 원래의 3분의 1로 줄었다.
게다가 복지부는 권역외상센터 선정의 어려움마저 느끼면서 외상센터 선정을 6곳에서 17곳으로 늘렸다. 전체 예산은 줄었지만 더 쪼개진 것이다. 권역외상센터가 외상 환자 치료에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 병원의 예산 지원 사업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당시 정부 관계자는 “2011년 석해균 선장 사건 이후에 외상센터 설립이 급물살을 탔다”라며 “해당 병원들은 물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의원들이 본인 지역 병원을 외상센터 선정에 넣어달라는 압력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기재부의 예비타당성 보고서에서는 “복지부는 예산확보 이전에 병원 간 경쟁을 부추길 우려가 있고 정치적 부담도 있다고 했다"라며 "복지부는 6개 병원을 선정할 수 없고 16개를 선정하겠다고 했다”라고 쓰여 있다.
한 권역외상센터의 전담 전문의는 “병원은 외상센터를 제대로 운영하려면 시설은 물론 일할 사람이 턱없이 모자란다”라며 “외상센터를 제대로 해보려고 하면 병원 내의 반대에 부딪힌다. 정부 지원금 때문에 멋모르고 떠맡거나 아니면 그만두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외상센터가 잘못 세워진 원인을 찾기 위해 연구용역 결과보고서를 하나하나 살펴봤다. ①외상센터 전국 6개 권역에 설치, 실제는 17곳
보고서는 전국 6개 권역에 권역외상센터를 1개씩 배치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6곳은 서울·경기북부·강원, 인천·경기남부, 대전·충남·충북. 대구·경북, 광주·전남·전북·제주, 부산·울산·경남 등이다.
보고서는 6개를 지정하면 예상 환자는 권역외상센터당 2만1500명이며 이중 중증 외상환자는 1500명으로 추정했다. 6개 권역외상센터에서 담당할 것으로 예측되는 외상 환자수는 12만9000명으로 조사됐다. 이는 응급실에 방문하는 중증 외상환자 61만3392명의 22.0%에 해당한다.
현재 광역시도별로 전국 17곳의 권역외상센터가 지정되고 9곳이 문을 열었다. 2014년 2월 전남 목포한국병원 권역외상센터가 개소하고, 같은 해 7월 인천 가천대 길병원, 11월 천안 단국대병원이 문을 열었다. 2015년 2월에는 강원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같은 해 9월 전남대병원과 울산대병원, 11월 대전 을지대병원과 부산대병원 등이 개소했다.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는 2012년 외상센터 1차 선정에서 탈락하고 2013년 추가로 지정할 때 선정됐다.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는 2016년 6월에 개소했지만 이전부터 이미 권역외상센터의 기능을 하고 있었다.
권역외상센터가 늘어났지만 아직 중증 외상환자의 예방 가능한 사망률은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하고 제자리를 맴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윤 교수팀이 올해 2월 발표한 ‘예방가능한 외상사망률 평가 및 외상센터 운영 활성화'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예방가능한 사망률 35.2%에서 2015년 예방가능한 사망률은 30.5%로 크게 개선되진 않았다. 복지부는 외상센터를 설립하면서 2020년 예방가능한 사망률을 20%(기재부 제출은 10%)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복지부의 목표를 달성하려면 병원 전 이송단계에서 외상환자가 외상센터로 제대로 이송되고 응급센터가 아닌 외상센터가 제 기능을 해야 한다. 김 교수 조사결과, 2015년 외상 사망자 6988명이 전국 355개 병원에 흩어져서 이송된 다음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
②외상센터 전담전문의 최소 24명, 15명도 간신히
보고서는 권역외상센터 전담인력이 최소 24명이 필요하다고 했다. 외상의학과(외상외과, 응급의학과) 12명, 정형외과 2명, 내과2명, 신경외과 2명 마취통증의학과 3명 영상의학과 2명 재활의학과 1명 등이다. 이들은 다른 진료 업무에 투입되지 않은 상태로 무조건 권역외상센터에 전담하도록 하고 있다. 또 외과, 흉부외과, 응급의학과 전공의는 외상의학과 전문의와 함께 외상센터에 근무해야 한다고 했다.
보고서는 주말 근무가 필요한 외상센터 특성상 4~5교대가 필요하다고 했다. 보고서는 “권역외상센터 1곳당 연간 2만1500명을 진료를 해야 한다. 주당 40시간 근무를 위해 의료진의 4~5교대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외상센터 전담전문의에서 필요한 숫자는 4교대를 할 때 65명, 5교대를 할 때 81명이었다.
2008년 당시 미국 메릴랜드주의 외상센터(레벨1)는 연간 내원환자 7521명을 대상으로 외상외과 16명, 정형외과 10명, 신경외과 1~3명, 마취통증의학과 9명, 중환자의학 8명 기타 15명 등 전문의는 총 61명이다. 이밖에 전공의 34명, 전임의 17명을 더 두고 있었다. 외상센터 전담 의사만 100명이 넘은 것이다.
권역외상센터의 간호 인력은 의사보다 훨씬 더 많은 숫자를 필요로 한다. 보고서는 외상소생팀 17명, 중환자실 81명, 수술실 22명 등 권역외상센터 1곳당 필요한 간호사는 무려 230명이라고 했다.
반면 아주대병원의 전담 전문의는 15명, 간호사는 125명으로 나타났다. 전공의는 지원자가 없었다. 의사는 연간 기준으로 손에 꼽힐 정도로 집에 가지 못했고 간호사는 하루에 13시간 이상 근무하고 있었다. 이들에게 법정 근로시간 40시간은 요원한 일이었다.
③외상외과 인력 편차 심하고 양성도 안돼
권역외상센터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365일, 24시간 수술에 대기하는 외상수술팀이다. 외상 환자는 1시간 이내 이송해 수술을 받아야 생명을 살릴 수 있어서다.
보고서는 외상외과 의사가 12시간 근무 3교대, 외래 4시간, 1회 근무당 응급수술을 평균 2회 시행한다고 가정하면 권역외상센터 1곳당 최소 8명의 외상외과 전담 의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진료실, 응급실, 중환자실까지 고려하면 외상외과 인력이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외상외과 수술이 필요한 경우는 2006년 연간 3953건이었고 권역외상센터 6곳으로 나누면 하루에 10.56건의 수술이 이뤄져야 했다.
아주대병원의 연간 수술 실적은 개소 후 1년간 2422건에 달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상희 의원실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외상센터 수술건수를 조사한 결과 아주대병원 1173건, 부산대병원 565건, 단국대병원 348건 등으로 병원간 편차가 컸다. 아주대병원은 외상외과 인력이 7명이었고 전공의는 1명도 없었다. 이 때문이 이국종 교수는 하루에 쉴새없이 몇 차례 연속으로 수술을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보고서는 6개 외상센터에 충분한 외상외과 인력을 배출하려면 매년 센터당 5명씩 외상외과 의사를 양성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복지부는 권역외상센터가 아닌 세브란스병원과 고대구로병원에서 외상외과 세부전문의를 양성하고 있다. 이때 제대로 된 외상수술을 배우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권역외상센터의 한 관계자는 “여기서 배운 의사를 채용하면 금방 그만두거나 힘들어한다”라며 “오히려 권역외상센터에서 실제로 환자를 보는 일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④헬기 12대 운영계획, 현재는 6대
권역외상센터가 쪼개지면서 헬기 이송사업도 지지부진해졌다. 보고서는 전국 6개 권역외상센터를 세운 다음 센터당 헬리콥터 2대씩 총12대를 운영할 것을 권고했다. 이 경우 하루에 8.4회 출동해도 이송할 수 있는 환자는 17.0%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외상센터에서 30km 반경 이내 환자는 구급차로 이송하고 '골든 아워'인 60분 이내에 이송해야 한다. 30km 반경 밖이면서 120km 이내에 있는 환자는 헬기 이송 대상 환자로 60분 이내에 이송하게 된다. 보고서는 외상센터 6곳이 헬기 34대를 운용하면 전체 이송 대상 환자의 54.6%을 기준시간(60분) 이내 이송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렇게 되면 하루 평균 헬기당 출동횟수는 4.6건이었다.
복지부가 지원하는 닥터헬기는 6대가 있다. 닥터헬기는 2011년 인천 가천대 길병원과 전남 목포한국병원이 선정됐다. 2013년 강원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경북 안동병원이 선정됐다. 2016년 단국대병원과 원광대병원의 닥터헬기 운행이 시작됐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닥터헬기 출동횟수를 보면 2016년 1196건이었다. 병원별로 따지면 연간 300건 정도였다. 한달 평균으로 보면 20건이 조금 넘는 수준으로 이송 목표치에 미치지 못했다. 또 닥터헬기 이송 비율을 보면 중증 외상환자는 27.8%이었고 뇌혈관질환 17.1% 심혈관 질환 14.1% 기타 응급질환 41.1%이었다. 가벼운 응급 질환 이송도 있었다.
아주대병원은 닥터헬기를 지원받지 못하고 경기도청의 지원으로 경기소방본부와 함께 외상환자 신고를 받을 때 출동한다. 아주대병원은 2016년 외상환자만 166건(월 14건)의 환자 이송이 있었다. 올해는 6월까지 117건(월 20건)을 이송했다.
보고서는 닥터헬기로 의료인 인건비, 헬기 리스비 등으로 헬기 1대당 연간 50억3500만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헬기 1대당 출동팀은 응급의학 전문의 1명, 응급구조사, 간호사 등 2팀, 운항팀은 조종사 2명이 대기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복지부는 의료인 인건비 등은 제외하고 헬기 운영비만 30억원을 지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운영비도 일출부터 일몰 시간으로 한정되며 야간 운영은 고려되지 않고 있다.
⑤외상센터 운영비 800억원과 100억원의 차이
외상센터 운영비도 보고서와 실제 운영에서 큰 차이가 있었다. 보고서는 외상센터가 제대로 된 기능을 하기 위해 운영에 필요한 예산을 전부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부 예산은 시설, 인력, 장비 등 외상센터 운영에 고정적으로 투입되는 비용, 고정비를 보전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외상센터 설립에 필요한 비용은 입원병상 220병상, 중환자실 50병상 등 총사업비는 789억 24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인건비는 255억4843만원으로 전체의 3분의 1에 해당했다. 인건비 지원은 전문의, 전임의, 전공의, 간호사, 의료기사, 사무직, 기능직 등을 모두 포함했다. 보고서는 “정부 지원으로 운영하더라도 병원에는 42억1000만원(4교대시)~70억2900만원(5교대시) 적자를 내게 된다”라며 “외상센터는 진료 수가를 가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복지부가 지원하는 외상센터는 중환자실 20병상, 입원실 40병상 등으로 축소했다. 초기 지원금은 80억원이며 인건비 지원은 규모에 따라 7~27억원에 이른다. 이 마저도 의사 인건비에 한정되고 나머지 간호사 등의 인건비는 병원이 부담해야 할 몫으로 남겨졌다. 아주대병원도 인력이 힘들게 버티면서 진료하지만 10~20억원의 적자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⑥외상센터 운영평가 기준 마련
보고서는 권역외상센터의 평가기준을 마련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부족한 측면이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보고서는 병원 전 구급차 이송단계부터 병원간 이송이 중요한 과제라고 했다. 소방대원이 외상센터와 관련한 교육을 이수하고 이에 대한 숙지 여부, 적절한 이송과 처치 여부를 평가 지표에 넣었다. 권역응급센터의 한 교수는 “소방방재청이 가지고 있는 병원 전단계의 정보를 공개하고 소방청과 권역외상센터, 권역응급센터가 연합한 대응이 필요하지만 아직 소방청과 병원간 연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지난해 9월 전북대병원, 전남대병원, 을지대병원 등 응급실을 돌다 사망한 소아환자 사건에서도 전남대병원 권역외상센터 지정 취소 외에 외상센터의 평가 기준을 엄격하게 마련하지 않았다. 심지어 6개월만에 전남대병원을 재지정했다. 복지부는 “만일 외상센터 지정이 취소되면 그나마도 환자가 갈 곳이 사라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복지부는 권역외상센터 운영지침을 가지고 있지만 강제성은 없다.
영국의 NHS(National Health Service, 국가보건서비스)는 모든 구급차 이송단계부터 병원까지 NHS의 통제 하나로 일원화한다. 외상치료와 관련한 모든 내용을 공개하고 이를 의사 동료들과 함께 평가한다. 권역외상센터의 한 전담 전문의는 “외상센터 운영도 수시로 평가하고 있지만 외상센터로 지정받은 병원조차 외상센터 인력으로 다른 진료를 해야 한다거나 장비를 다른 진료에 사용하자고 한다”라며 “예산도 예산이지만 예산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병원 내부의 문제가 크다”고 말했다.
댓글보기(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