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정신보건법(정신건강복지법)이 시행된 만큼 일단 준법 진단을 하겠지만 법 재개정을 위한 논의도 병행하겠다."
정신건강의학과봉직의협회 핵심 관계자의 설명이다.
30일부터 개정 정신보건법이 시행됨에 따라 정신의료기관에 비자의(강제) 입원한 정신질환자를 계속 입원시키기 위해서는 보호의무자 2인의 동의와 함께 다른 정신병원에 소속된 정신과 전문의 2인(1명 이상 국공립 정신병원 소속)의 일치된 소견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법이 개정되기 이전에는 보호의무자 2인의 동의와 해당 병원 소속 정신과 전문의가 입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됐지만 헌법재판소가 해당 법 조항이 환자 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며 위헌 결정을 하자 이렇게 절차를 변경한 것이다.
이에 따라 정신질환자의 계속입원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2인 교차진단이 원활하게 이뤄지기 위해서는 정신과 전문의들의 자발적 참여와 엄정한 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하지만 정신과 전문의들은 법 개정안이 발의된 이후 사실상 '민간 위탁식' 2인 교차진단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으며, 집단 진단거부 움직임까지 감지됐다.
세계적인 흐름에 맞게 정부가 사법입원제도를 도입, 입원 여부를 결정하지 않고 무책임하게 민간에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는 게 정신건강의학과봉직의협회의 지적이다.
여기에다 보건복지부가 교차진단 업무를 전담할 국공립 정신병원 정신과 전문의가 절대 부족하자 민간 정신병원 전문의도 함께 투입하기로 하고, 민간 정신의료기관에 압력을 행사해 대거 참여토록 유도하자 봉직의들은 집단 진단카드를 꺼낼 수 있다며 경고하고 나섰다.
그러나 정신과 전문의들이 당장 진단거부에 들어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신건강의학과봉직의협회 핵심 관계자는 31일 "정부가 민간의관에 교차진단을 떠넘기는 것에 반대하지만 환자 인권을 보호하자는 게 법 취지인 만큼 진단업무 자체를 거부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면서 "지정의료기관에 소속된 봉직의들은 최대한 성실히 업무를 수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 관계자는 "보건복지부가 바라는 것처럼 과도하게 많은 환자들을 교차진단할 경우 단순 서류심사에 그칠 수 있어 충분한 시간을 할애해 보호자와 환자 면담 등을 해 나갈 방침"이라며 "일종의 준법진료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차진단에 참여하는 전문의들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가 미흡한 것도 조속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 관계자는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 최종 진단 결과를 환자 측에 통보하기 때문에 형식상 국가가 책임지는 구조이긴 하지만 진단에 참여한 의사의 이름과 면허번호가 기재된다는 점에서 책임을 완전히 면하긴 어려울 것 같아 우려스러운 점이 없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준법진료를 하긴 하지만 내부적으로 법을 재개정하기 위해서는 교차진단을 거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여전히 높다"면서 "진단 업무를 수행하면서 사법입원제도 도입을 위한 노력을 병행하겠다"고 말했다.
댓글보기(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