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0.06.05 13:30최종 업데이트 20.06.05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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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는 의료진 덕분에,정작 수가협상은 거부…'덕분에 배지'의 금색빛이 바래보이는 이유

[만화로 보는 의료제도 칼럼] 배재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겸 만화가

#103화. 3년째 의협 수가협상 결렬 

대한민국 의료는 크게 필수의료와 비필수의료로 구분된다. 국민 건강과 직결된 필수의료 영역의 비용을 정부는 의료급여 ‘수가’로 통제하며 관리한다. 이 수가는 매년 의료단체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협상을 해서 결정하는데, 이 협상이 결렬되면 사실상 보건복지부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거쳐 일방적으로 수가를 정할 수 있게 구조화돼있다.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의원급 의료기관의 수가협상은 모두 8번이나 결렬됐고 정부는 일방적으로 수가를 결정했다. 이렇게 한국의 고질적인 ‘원가 이하의 저수가’ 체계가 지속됐다.

의료계는 올해 수가협상에서 이전과는 다른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코로나19 사태에 맞선 의료진들의 노고에 정부는 ‘덕분에 캠페인’을 시행하며 감사를 표했고, 대한의사협회도 협상에 최대한 협조하기로 임하면서 수가 협상이 전에 비해 비교적 수월하게 타결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결국 협상은 또 결렬됐다. 3년 연속 결렬이다. 결국 정부가 의료계의 인상 요구를 묵살하고 또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쥐게 됐다. 

의협 박홍준 수가협상단장은 "처음부터 끝까지 신의와 성실로 임했으나 협상장 안에서 벼랑 끝으로 내몰린 기분을 받았다.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인상률을 제시한 건보공단에 끝까지 최선을 다해서 협상을 지속하자고 했으나, 일방적으로 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한개원의협의회는 “30년 전 전국민 건강보험이 도입된 이래, 우리나라 의료기관들은 원가에도 못 미치는 살인적인 저수가를 국민건강을 위한 희생이라는 미명 하에 감내해 왔다. 최근 수년간 최저시급의 급격한 상승으로 인건비 부담 고통을 겪고 올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수많은 일차의료기관들이 존폐의 위기에 처해있다. 하지만 건보공단은 작년보다도 무려 1000억원 이상 줄어든 추가 소요재정으로 의료기관들의 숨통을 조였다. 의료진의 헌신에 보답하겠다는 정부의 약속은 공수표가 돼 날아갔다”고 비판했다.

의료계는 코로나19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에 맞서 싸웠으며 이에 따른 깊은 상흔으로 붕괴 직전으로 내몰리고 있다. 특히 큰 타격을 입은 곳은 소아청소년과, 내과 등의 필수의료 진료과들이다. 의료계는 힘을 합쳐 코로나19를 극복해왔지만, 정부는 형식적인 감사를 표할지 몰라도 실질적인 구제를 할 생각은 없어 보인다. 정부가 제작한 ‘덕분에 배지’의 반짝거리는 금색 빛이 너무나도 바래 보이는 날이다. 

메디게이트뉴스 (news@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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