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8.12.01 04:33최종 업데이트 18.12.03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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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명의료결정법 시행 10개월..."법적 해석 아닌 환자의 자기결정권 존중받는 제도로 정착해야"

의료윤리학회, 연명의료법 시행 1년 앞두고 개선안 모색…2차병원·요양병원 확대 필요성도

사진: 한국의료윤리학회 2018년 추계학술대회.

[메디게이트뉴스 정다연 기자] 지난 2월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된 이후 10개월이 지났다. 의사들은 그동안 의료현장에서 느꼈던 소회를 밝혔다. 이들은 한 목소리로 "갈 길이 멀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들은 법적 해석을 위한 연명의료결정이 아니라 진료 현장에서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존중받는 제도로 거듭나야 한다는 한목소리가 나왔다. 또한 연명의료를 결정할 수 있는 공용윤리위원회가 2차 병원, 요양병원 등 대학병원이 아닌 병원으로 확대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국의료윤리학회는 30일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1년을 되돌아보며'를 주제로 2018년 추계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시민사회와 의사 등 연명의료에 대한 사회적 합의 도출해야

서울아산병원 내과 고윤석 교수는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후 환자의 의사결정권과 연명의료중지 가능 시점에 대한 판단에 대해 보완이 필요하다. 연명의료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 교수는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됐지만 의료현장에서 환자의 연명의료를 결정할 때 가족의 협의는 여전히 환자 자신의 의견보다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환자가 스스로 자신의 연명의료 여부를 결정하는 일은 아직도 드물다"고 말했다.

고 교수는 "연명의료결정에 대해 논의는 1997년 12월 4일 보라매병원 중환자실에 넘어져서 입원한 환자가 환자 부인의 요청에 따라 퇴원 후 사망한 사례에서 시작됐다. 담당교수와 3년차 의사가 이 사례로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로 형사처벌을 받았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고 교수는 "당시 대한의학회가 회복불능환자의 진료중단지침을 처음 발표했다. 하지만 시민과 언론의 반응은 연명의료결정을 소극적 안락사라고 봤다. 복지부는 실정법에 저촉된다고 했고, 국긴건강보험공단은 소생불능환자에 대한 진료비 거부 입장을 밝혔다"며 "이렇게 상당히 어긋난 메시지가 사회로 쏟아져 나왔지만 아무도 눈여겨 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고 교수는 "그런데 왜 연명의료에 대해 논의해야 할까. 그 이유는 한국에서는 환자의 73%가 의료기관에서 임종하기 때문이다. 이 수치는 점점 증가하고 있다"며 "이런 가운데 2009년 5월 의식 회복가능성을 상실한 환자에게 연명치료를 하는 것이 오히려 인간의 존엄성을 해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보라매병원과 다른 판결이 나온 것이다"고 말했다.

고 교수는 "2009년에 대한의학회,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가 주관해 연명치료 중지절차에 관한 지침을 발표했다"며 "하지만 행위에 대한 판단을 주로 했고 환자의 상태에 따라 단계별 행위를 제한했다. 임종기는 임종기가 다가오는 자연사에 가까운데 지침은 이마저도 절차를 밟도록 했다. 개인적으로 2002년에 비해 후퇴했다고 봤다"고 지적했다.

고 교수는 "법조계 반응은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중요하다는 입장이었다. 연명치료 중지는 회복가능성이 없을 때만 인정된다고 했다"며 "이후 국회에서 '호스피스·완화치료에 관한 법률안'이 제출됐고 이어 '존엄사법'이 발의됐다. 그리고 지난 2016년 2월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다"고 말했다.

고 교수는 "법 제정으로 절차적으로 정당성을 얻게 됐다. 하지만 두 가지 숙제가 생겼다. 하나는 환자 본인의 의사인지 가족에 의한 대리 결정인지 여부다. 다른 하나는 환자의 상태를 말기인지 임종기인지 무슨 기준으로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에 있다"며 "법이 임종기에만 연명의료중지가 가능하다고 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고 교수는 "의학의 발전에 따라 임종기의 개념이 지금보다 훨씬 더 좁혀질 것"이라며 "임종기에만 가능한 연명의료중지에 대한 논쟁이 끊이지 않을 것이고, 의사들 사이에서도 환자의 상태에 대해 의견이 다를 경우 어떻게 할 것인지 의료현장에서는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고 교수는 시민사회와 의사들의 논의가 활발해져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민사회가 보는 나쁜 연명의료가 무엇인가. 의사가 생각하는 최선의 연명의료가 무엇인가 끊임없이 대화하고 합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 서울성모병원 혈액종양내과 이명아 교수.

사례집 배포와 교육 등으로 의료문화 바꾸고 제도 보완해야

서울성모병원 혈액종양내과 이명아 교수는 대학병원에서 연명의료결정법이 적용되는 의료현장을 지켜보며 겪었던 문제점과 개선사항을 밝혔다. 그는 "연명의료와 대상자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필요하고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실질적으로 존중받기 위해서는 의료문화가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연명의료법 통과 이후에 비암성 환자의 급성기 악화, 사전 연명의료 의향시 적용의 문제점, 환자 본인의 의사와 가족·보호자의 의사 불일치, 상태 변화에 따른 연명치료 계획시 적용 문제, 연명의료의 범위, 임종기 판단 등을 진료현장에서 겪는 문제점으로 꼽았다. 

이 교수는 "법이 시행된 이후에 확실히 사례가 늘고 있다. 수가도 큰 영향을 미친 것 같다. 다만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이 법이 만들어졌는데 연명의료 중지는 대부분 환자의 가족들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환자 본인의 의사가 잘 반영되지 않는 것이 원래 법의 취지였을지 묻게 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연명의료를 사전에 미리 계획해 죽음에 대한 환자의 의사를 존중하기로 한 의도가 무색해진다. 의료현장에서는 임종기에 닥쳐서 환자 보호자의 의견이 강조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의료현장에서 겪으면서 제일 고민이 많았던 점은 연명의료중지 대상이 되는 환자가 어떤 환자인지에 있었다. 환자 상태 변화에 따라, 환자와 가족의 의사가 불일치하는 경우에 따라 어떻게 연명의료결정법을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기준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암환자를 보는 의사로서 차라리 나의 경우는 나았다. 암은 임종기를 구분하는 일이 비교적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며 "하지만 암이 아닌 질환은 법에서 적용가능한 임종기를 구분하기가 어렵다. 의사들끼리는 이를 두고 사각지대라고 표현한다. 임종기 판단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연명치료에 대한 해석도 명확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연명치료와 기본적인 돌봄을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이에 대해 해당 전문의도 판단하기 어려운데 전공의, 2차 요양병원에서 해당 분야를 전공하지 않은 담당의는 더욱 판단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말기 상태에서 환자의 치료계획을 상담하는 과정에서 충분히 의사와 환자가 대화하고 연명의료를 결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사회적으로 본인에게 죽음을 알리고 준비하도록 하는 의료문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의료진에게 필요한 것은 연명의료결정법에 대한 홍보나 인프라 구축이 아니라 교육과 사례집이라고 밝혔다.

그는 "환자의 자기결정권 존중 의미에서 갈 길이 멀었다. 하지만 환자, 환자가족, 일반인, 의사가 연명의료에 관한 교육으로 스스로의 죽음을 준비하는 의료문화를 함께 만든다면 충분히 바꿔나갈 수 있다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사진: 전남제일요양병원 지승규 대표원장.

요양병원 패싱이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어렵게 만든다

전남제일요양병원 지승규 대표원장은 요양병원에서 연명의료 결정 사례를 보면 모든 연명의료를 대학병원에서 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공용윤리위원회가 2차 병원, 요양병원 등 대학병원이 아닌 병원까지 확대돼야 한다고 밝혔다.

지 원장은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 92곳 중 11곳이 요양병원이다. 전남제일요양병원도 그 중 한 곳으로 의료기관윤리위원회가 설치돼 있고, 호스피스완화의료 시범사업도 하고 있다"며 "하지만 요양병원으로서 연명의료결정 사례는 지금까지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 원장은 "연명의료 결정법 관련해서 어려웠던 점은 요양병원 '패싱' 정책이 많았다. 요양병원은 말기암 진단을 할 수 없다. 그간 요양병원이 스스로 신뢰를 갉아먹은 측면이 있지만 요양병원 의사의 진단은 이용해주지 않아 요양병원에서 쭉 치료를 받은 말기암 환자는 다시 대학병원으로 가서 소견서를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 원장은 "요양병원 패싱 정책으로 요양병원은 연명의료결정법 적용에 대한 필요성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고 동기부여도 되지 않는다"며 "환자와 보호자도 불신한다. 매일 요양병원에서 환자를 보는데도 요양병원 의사가 '상태가 안좋아지고 있다'고 말하면 환자나 보호자로부터 '대학병원 교수님이 몇 개월 남았다고 했다'고 답한다"고 말했다. 

지 원장은 "안타까운 점은 요양병원에서는 보호자를 만나기 어렵다. 요양병원서 보호자의 동의를 얻기 위해 부르면 즉시 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만나더라도 보호자들이 요양병원의 의견을 따르지 않는다. 환자들은 큰 병원을 다시 거치고 돌아와서야 요양병원 의사의 의견에 귀를 기울인다"며 이어 "요양병원에서는 그런 점이 현실적으로 연명의료결정법을 시행할 수 없는 이유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요양병원에 오는 환자라고 해도 임종환자라고 보장할 수 없다. 암 환자의 경우 4기 암환자인데도 대학병원에 다니면서 희망을 가지고 치료를 받는다. 그런 환자들에게 서류를 받는 일이 쉽지 않다"며 "하지만 요양병원 환자는 언제든 악화될 수 있다. 갑자기 악화됐을 때 대처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지 원장은 2차 병원, 요양병원을 위한 공용윤리위원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용윤리위원회 지정 현황을 보면 대학병원 등 큰 병원 위주다. 대학병원만 공용윤리위원회 해야하는지 생각해볼 문제다"고 지적했다.

지 원장은 "광주의 한 병원에서 일어난 일이다. 한 말기 위암 환자가 급성으로 폐렴이 와서 응급실로 실려왔다. 자녀가 총 일곱 명이라서 오는 데 시간이 걸렸다. 병원은 기관내삽관(intubation)을 했다. 응급실에 도착한 자녀들이 연명의료 중단 의사를 밝혔지만 이미 늦었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병원은 규모가 크지 않아 윤리위원회가 없어 중단할 수 없었다. 그런데 인공호흡기(ventilator)를 떼기 위해서 대학병원 보내는 일이 정말 맞는일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지 원장은 "공용윤리위원회가 잘 됐다면 연명의료를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공용윤리위원회가 좀더 낮은 등급의 병원에서도 확대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정다연 기자 (dyjeong@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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