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의존증 환자가 쓰러지자 단순 금단증세로 판단, 치료 시기를 놓친 의료기관에 대해 법원이 6천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알코올의존증 환자인 A씨는 혈중알코올농도 0.32%의 상태로 2014년 3월 K건강의학과의원의 폐쇄병동에 입원했다.
환자는 입원 다음날 자정 직후부터 오전 6시 30분경까지 계속 구토와 토혈을 하는 등의 이유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A씨는 7시 25분 경 병원 중앙홀에서 아침 식사를 하기 위해 바닥에 앉아 기다리던 중 갑자기 의식을 잃으면서 뒤로 쓰러져 발작 증상을 보였다.
환자는 6분후 의식을 어느 정도 회복했지만 일어나지 못하고 잠시 누워 있다가 벽에 기대어 앉았다.
K건강의학과의원은 같은 날 10시경 A씨를 인근의 의원에서 외래 진료를 받게 한 결과내시경 검사 결과 출혈성 위염 및 식도염, 지방간, 알코올성 간염 및 심근염 의증 등의 진단이 나왔다.
그런데 환자는 자정 무렵 의식 저하, 구토 등의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고, 병원 직원들은 A씨의 상태를 지켜보다가 오전 3시 30분 H종합병원으로 이송했다.
A씨는 H종합병원 응급실에 도착할 당시 정수리 왼쪽 부분에 멍이 들어 있었으며, 흉부 자극에 반응이 없는 상태였다.
A씨는 심폐소생술을 통해 자발순환을 회복했지만 CT 검사에서 뇌출혈, 경막하혈종, 심한 뇌부종 등의 소견을 보였고, 며칠 뒤 사망했다.
서울동부지법에 이어 서울고법은 최근 항소심에서 K건강의학과의원의 과실을 인정했다.
서울고법은 "알코올의존증 환자가 입원 직후 금단증상에 따라 갑작스런 발작으로 정신을 잃고 쓰러졌을 경우 그로 인해 예상되는 두부 등 위험한 부위의 외상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상태를 주의 깊게 관찰 감독하고, 최선의 조치를 취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환기시켰다.
그런데 환자가 입원 다음날 오전 7시 25분경 바닥에 머리를 부딪혀 두부 외상에 따른 뇌손상 가능성이 있었음에도 통상적인 금단증상으로 속단한 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의료진은 외상성 뇌손상의 발생 사실 또는 그 가능성을 신속히 감지하지 못했고, 그에 대한 조속한 진단과 응급치료 시기를 놓친 의료상의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병원 의료진은 환자가 천천히 바닥에 쓰러진 것에 불과해 그로 말미암아 두부 외상을 입었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하지만 입원해 있는 동안 두부 외상을 초래할 정도의 외력이 가해졌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면서 "두부 외상은 입원중 갑자기 의식을 잃으면서 뒤로 쓰러지는 과정에서 발생했다고 보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재판부는 “환자는 의식 저하가 시작된 이후 약 4시간 가까이 적절한 응급처치를 받지 못했고, 이런 점에 비춰보면 의료진의 조속한 진단과 응급치료 시기를 놓친 의료상의 과실과 환자의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면서 6천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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