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9.08.22 07:11최종 업데이트 19.08.22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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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사업 앞둔 입원전담전문의 제도...'전공의 5년차' 아니라 '블루오션'

연세의료원 심포지엄, 새로운 의료 패러다임 만들어가는 외과·산부인과·내과 입원전담전문의들

사진: 강남세브란스병원 제 1회 입원전담전문의 심포지엄. 강남세브란스병원 윤동섭 병원장.

[메디게이트뉴스 정다연 기자] 환자 안전에 대한 사회적 요구 증가, 심각한 의료 인력난, 전공의법 제정 등 급변하는 의료환경에서 입원전담전문의 제도가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 시범사업 중인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는 내년에 본 사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시범사업에 참여한 입원전담전문의들은 롤모델이 없는 상황에서 역할을 만들고 컨센서스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시행착오와 어려움이 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들은 입원전담전문의 제도의 도입으로 환자·간호사·동료의사 등과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의료 질이 향상됐다면서 입원전담전문의가 의료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남세브란스병원은 21일 제 1회 입원전담전문의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외과·산부인과·내과 입원전담전문의들이 시범사업을 통해 겪은 경험을 나누는 자리가 마련됐다. 
 
사진: 세브란스병원 외과 정은주 진료교수.

수술 참여하지 않는 외과 입원전담전문의의 역할과 비전은

세브란스병원 외과 정은주 진료교수는 입원전담전문의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홍보를 강화하는 한편, 진료 지침을 제공해 역할을 분명히 하고 진료의 질을 일정 수준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정 교수는 변모하는 의료 환경에 따라 병원 시스템의 변화는 필연적으로 거쳐야 하므로 입원전담전문의가 블루오션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 교수는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 외과부는 지난 2017년 5월 입원전담전문의 3명으로 시작해 2018년 3월에 4명, 현재는 7명으로 늘었다"며 "처음에는 입원전담전문의가 뭐하는 사람인지 교수, 전공의, 간호사, 환자 모두 몰랐다. 홍보에 신경을 많이 썼고 병동에도 '외과 입원전담전문의 병동' 이름을 붙였다"고 말했다.

그는 "입원전담전문의가 3명에서 4명으로 늘면서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 고민이 많았다. 다른 병원처럼 부분 야간 근무를 도입할지 고민하다가, 7일 하루에 12시간씩 스트레이트 근무하고 다음 7일을 쉬는 현재 체제로 자리를 잡았다"며 "올해 봄에 입원전담전문의 3명을 더 채용해 이식외과, 간담췌외과 등 다른 분과로도 확대했다"고 말헀다.

정 교수는 "입원전담전문의가 모든 병원에 필요한지 여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며 "병원의 규모나 상황에 따라 내과, 외과 그리고 어떤 분과에서 어떤 환자를 대상으로 입원전담전문의를 도입할지 결정해야 한다. 일방적으로 정하기 보다는 다양한 사람들의 컨센서스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 부분이 참 어려웠다. 6개월이나 걸렸다. 논의를 통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세팅할지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정 교수는 "우리는 공동주치의를 하고 있는데 공동주치의를 하지 않더라도, 입원전담전문의의 진료 프로세스를 표준화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모든 부서에 진료 프로세스를 배포해 이에 따라서 진료 가능하도록 했다. 이번에 확대한 간담췌외과, 이식외과 진료 프로세스도 기존의 진료 프로세스에 준해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간담췌외과 전담의 콜 폰을 따로 만들었다. 그 전화번호로 연락을 하면 누가 받든 반드시 간담췌외과로 연락이 닿는다"며 "이러한 방식으로 입원전담전문의의 역할을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세브란스병원 외과부에서 하는 입원전담전문의 방식이 정답은 아니다. 각 병원 마다 규모와 시스템이 다른 만큼 그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우리는 입원전담전문의가 중한 환자를 대상으로, 입원 시점부터 퇴원 시점까지만 보겠다고 설정했다. 집도의와 관계를 협력적 관계로 가고, 전공의와는 별개로 운영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입원전담전문의 제도가 누가 누구를 대체하거나 기존 시스템을 가져가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프레임을 구축하는 일이기 때문에 설득하는 과정이 어려울 수밖에 없고 앞으로도 몇 년을 어려울 것이다"며 "중요한 것은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를 지속가능한 운영 체계로 만드는 일이다. 외과 전공의 수련이 곧 3년제가 되기 때문에 병원에서 외과 병동은 필연적으로 새롭게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입원전담전문의 제도가 비전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는 블루오션이다"며 "입원전담전문의는 수술을 잘 이해하고, 소통을 잘 할 수 있는 의사여야 한다. 환자·간호사·교수·전공의 등과 커뮤니케이션으로 환자 안전을 높이고 업무 로딩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외과 입원전담전문의는 수술을 하지 않더라도 수술에 따른 해부학적 변화를 이해할 줄 알아야 한다. 수술명을 보고 어떻게 수술이 진행됐는지 알아야 하고, 또 발생 가능한 합병증에 대한 초기대응도 할 수 있고 수술 전 상태를 고려해 처치도 해야 한다"며 "응급수술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신속하고 정확하게 판단해야 한다. 복잡한 상처도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항상 환자 옆에 상주하기 때문에 환자의 영양, 의료인력의 교육에도 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병원이 환자들의 진료를 하지 못한 것은 아니지만 사회와 인력 구조, 가치관이 변하면서 더 이상 기존 관행을 유지할 수 없게 됐다"며 "입원전담전문의는 독립 진료를 통해 자기의 전문 역량을 발휘할 수 있고 규칙적인 스케줄로 생활할 수 있으며 환자 안전 및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 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김지환 진료교수

신속 대응·접근성용이 등 산부인과 입원전담전문의에 대한 환자 만족도 높아

산부인과 입원전담전문의가 있는 병원은 세브란스 병원이 유일하다. 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김지환 진료교수는 입원전담전문의가 독립 진료를 통해 전문의로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시행 과정에서 최적의 모델을 찾기 위해 개선사항이 발견되면 바꾸는 시도가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현재 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에서는 입원전담전문의 2명이 암병동에서 일하고 있다"며 "병상수는 35병상이고 공동주치의 모델로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산부인과 입원전담전문의 역할은 부인암 수술 환자에게 전반적인 진료를 제공하고, 부인암 환자의 항암치료 전반에 관한 업무를 맡는 일이다"며 "원무과에서 입원전담전문의 시범병동에 관한 입원 동의서를 환자들에게 제공하고 환자들이 동의하면 입원전담전문의 진료를 받는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올해 3월부터 진행됐고 시행 과정에서 세 가지 큰 변화가 있었다. 하나는 진료권한을 독립적인 진료에서 공동주치의 진료로 바꾼 것이다. 독립적인 진료를 하면 전문의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커서 입원전담전문의로서 업무 만족도가 높았다. 또 독립적인 진료는 부인과 문제뿐 아니라 복합적인 문제를 가진 환자에게도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입원전담전문의에게 의뢰하는 환자가 많지 않아 병동 공실이 높았고 이에 따라 전공의 업무 부담이 줄지 않았다. 또 법적 책임에 대한 부담도 상당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공동주치의 모델은 전공의 업무 부담이 줄고 기존 주치의가 입원전담전문의에게 오더를 내리는 일 등이 있어서 전공의를 연속으로 하는 것 아니냐는 인상을 받을 수 있다"며 "기존 주치의, 입원전담전문의, 전공의와 갈등이 생길 수 있고, 회진을 함께 돌지 않기 때문에 입원전담전문의에게 치프 전공의가 전달할 내용이 많이 치프 전공의의 업무가 느는 단점이 있다. 또 전문의로서 역량이 발휘하기 어려운 점도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다른 변화는 근무 방식이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탄력근무제다. 앞으로는 주말 근무를 확대할 예정이다. 부인암 환자는 중증도가 높은 환자가 많아 주말에도 중한 환자가 발생할 일 이 많다. 주말 환자에 대한 신속한 대응이나 의료질 향상을 위해 주말 근무가 필요하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그는 "나머지 하나는 전공의 인력배치다. 병동제를 시행했을 때 한 병동에 35명이나 되는 많은 환자를 전공의 한 명이 맡고 회진을 돌아야 했다. 환자를 파악하는 부담이 컸다"며 "병동제를 파트제로 바꿨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산부인과에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를 도입후 환자 만족도는 상당히 높게 나타났다. 총 10점 만점에서 8.7점을 받았다. 환자들은 입원전담전문의 병동에 재입원 의향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14명 모두가 100% 있다고 대답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그 이유로는 입원전담전문의의 신속한 대응, 만나기 쉽고 면담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며 "앞으로 만족도 조사에서 간호사, 전공의 만족도도 시행해 살펴볼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그는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를 활성화 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입원전담전문의의 독립 진료를 보장해야 한다. 자체 역량 강화를 통해 균등한 수준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또 기존 교수와 입원전담전문의 간 원활한 소통이 필요하다"며 "단순히 전공의의 대체 인력이 아니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지속되려면 변경을 통해 최적의 모델을 구축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 세브란스병원 통합내과 신동호 교수.

입원전담전문의 역할 의과대학서 교육까지 확대 예정

연세의료원은 병원에서는 통합형과 분과형으로 구분해 입원전담전문의를 운영하고 있다. 앞으로는 입원전담전문의를 교원 트랙과 비교원 트랙으로 분류해 운영해 의과대학 교육에도 참여하도록 할 예정이다. 세브란스병원 통합내과 신동호 교수는 입원전담전문의로서는 처음 의과대학에 통합내과교원으로 발령을 받았다. 신 교수는 올해 출범한 대한내과학회 입원의학연구회 회장직도 맡고 있다. 그는 입원전담전문의에 대한 전망이 밝다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올해 입원전담전문의가 100명을 넘어섰다. 시범사업 결과로서 간호사, 의사 모두 만족도가 증가하는 양상이다.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는 야심차게 시작됐지만 중간에 그만두는 사람이 늘면서 인력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아직도 연봉을 많이 준다고 해도 오려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역할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전공의 5년차냐, 펠로우냐 말들이 많다. 원내에서 전문의로서 명확한 역할과 위치를 줘야 한다. 역할이 없으면 아무래도 회의감이 든다고 덧붙였다.

그는 "무엇보다도 환자들의 만족도가 아주 높다. 하지만 아직 환자들이 입원전담전문의라는 직업이 있는 줄 모르고 입원전담전문의 의뢰 동의서를 내밀면 주치의한테 진료받고 싶다며 주치의를 찾는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임원전담전문의의 불안감을 요약하면 미래가 불투명하고 업무 만족도가 낮고 불분명한 역할과 인식이 부족한 탓이다. 내과는 전공의 4년차가 없어지고 외과 전공의도 조만간 4년차가 사라진다"며 "인력이 모자랄 수 밖에 없어 입원전담전문의가 더 필요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그는 "특진비가 없어지는 상황에서 입원전담전문의를 도입하면 수가를 더 준다.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는 내년에 본 사업이 추진 될 것으로 보인다.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입원전담전문의의 제도적 지원과 역할 규정이 이뤄지는 단계다. 이 과정에서 입원전담전문의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고 밖에서 제시한 틀에 맞추려고 하다 보면 입원전담전문의들이 불안을 느낄 수 밖에 없다"며 "입원전담전문의는 아직 눈에 보이는 구체적 롤모델이 없다. 대학병원, 어느 병원에 취직할 때 선배들의 삶을 보고 미래를 예상할 수 있는데 이 게 아직까지 없는 것이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나도 병원에서 어떤 역할 해야 할지 궁금한 것도 많고 고민도 많았다. 학회에서 일본과 미국도 가보고 성공적 모델을 찾으려고 했다. 우리가 따라가고자 하는 모델은 미국에 가깝다. 미국도 우리처럼 처음에 똑같은 혼란을 겪었다고 한다. 이런 방식으로 진행해왔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20년이 지나서 미국의 입원전담전문의는 의과대에서 가장 큰 부서로 자리 잡았다. 듀크대는 80명으로 입원전담전문의 규모가 제일 크다. 내과 입원 환자의 90%를 입원전담전문의가 담당하고 있다"며 "병동 내 수술전 협진, 응급대응팀, 모니터링하고 계산하는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 전공의 트레이닝에서도 입원전담전문의와 함께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코넬대는 전공의 3명과 입원전담전문의 1명을 매칭해 같이 회진을 도는 근무 스케줄을 가지고 있다. 입원 환자 진료에 대한 전공의 교육을 하는 것이다. 환자만 보는 게 아니라 교육도 하고 연구 성과를 내는 등 다양한 역할을 한다. 미국과 일본의 입원의학회는 환자진료 방식에 대한 교육, 행정, 환자 안전 교육 등을 수시로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우리나라 입원전담전문의의 낮은 만족도를 해결하려면, 입원전담전문의의 목소리가 반영되도록 여론을 수렴하고 조직화해야 한다. 또 역할을 확장하고 리더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지금까지는 '전공의 부족하니 너희가 입원환자 보라'는 식의 수동적 역할을 했다. 앞으로 입원전담전문의들은 입원 환자를 보는 전문가라는 마음으로 스스로 롤모델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입원의학연구회는 지난해 12월에 준비총회를 처음 열고 올해 4월에 대한내과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창립총회를 열어 본격적으로 출범했다"며 "우리 스스로 인력을 키워 나가고 교육 재생산을 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고자 한다. 올해 겨울에 독립적인 심포지엄을 개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 교수는 "교육이나 수련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동기부여를 만들고자 한다. 입원전담전문의가 '모든 것이 아닌 필요한 것'을 가르치는 방식으로 전공의 교육에도 참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입원전담전문의에 만족하는 분들이 많다. 비트코인보다 더 투자가치가 있다. 해보니까 정말 좋다. 앞으로도 입원전담전문의로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입원의학연구회에서 노력할 예정이다"고 강조했다.

정다연 기자 (dyjeong@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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