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만든 '간호인력 개편안'이 오히려 인력난만 가중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보건복지부가 21일 입법예고한 의료법 개정안은 '간호사-간호조무사' 2단계로 되어 있는 현행 간호인력 체계를 '간호사-1급 간호지원사-2급 간호지원사' 등 3단계로 개편하는 내용이다.
지방 중소병원의 간호사 인력난을 완화하고, 간호서비스 질을 높이기 위해 마련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기존의 간호조무사는 '2급 간호지원사'로 전환되고, 2018년부터 복지부 장관이 인증한 교육기관(2년제 대학)을 졸업한 후 시험에서 합격한 자는 '1급 간호지원사 면허'를 취득한다.
단, 의료기관 근무 경력 5년 이상의 조무사 중 병원급 이상 경력을 1년 이상 갖고 있으면 1급 지원사가 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그러나 현장은 이번 개편안이 인건비만 상승시킬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의원급은 인건비 상승으로 인한 경영 악화를, 중소병원급은 더 심화될 인력난을 우려하고 있다.
서울지역 A의원 원장은 "기존 조무사들이 1급으로 올라가려고 하기 때문에 1차적으로 나타나는 게 인건비 상승"이라며 "진료비로만 수입을 생성하는 1차 기관에는 굉장한 어려움이 따른다. 직원을 줄이기 위한 대형 구조조정이 일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간호조무사의 구직난도 더 키울 것"이라며 "특성화고등학교 출신의 고졸 조무사가 많이 활동하고 있는데 간호지원사가 도입되면 학력 프리미엄 때문에 2급 지원사의 구직난이 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간호사 인력난이 심각한 중소병원도 반기지 않고 있다.
전북지역 B중소병원 원장은 "개정안은 조무사가 암암리에 수행하던 역할을 하지 못하도록 아예 막아 놓았다"면서 "때문에 어차피 간호사를 구해야 하는데 지방과 중소병원은 구하고 싶어도 못 구한다. 괜히 일하던 멤버만 공중에 떠버려 경영악화로 이어질 것"고 지적했다.
개정안은 간호지원사가 '간호사의 지도 아래' 간호 업무를 '보조'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의원급만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의 지도 아래 간호업무를 할 수 있다.
B원장은 "간호지원사가 의사의 지시를 받지 못하도록 제한함으로써 현실의 근간을 뿌리채 흔들고 있다"면서 "의료의 질을 높이는 것은 좋지만 현실적으로 없는 맨파워를 어떻게 극복하란 말인가. 대안이 없는 개편"이라고 비판했다.
당사자인 조무사 역시 간호사의 지도를 받아야 한다는 조항에 분개하고 있다.
업무 수행범위를 넘어 직종 자체에 대해 감독하겠다는 '인신구속'이라는 지적이다.
또 1급 지원사로의 전환할 수 있는 요건을 병원급 1년 근무자로 제한한 것은 대부분 의원급에서 오래 일하는 조무사들의 1급 면허취득 기회를 원천 봉쇄한 차별 규정이라는 것이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 관계자는 "개편안 어디에도 제대로된 역할분담, 적정인력 배치 방안, 합리적 질 관리 강화를 위한 정책적 소신을 찾아볼 수 없다"면서 "조무사를 간호보조인력으로 더욱 옭아매는 현대판 노예법안"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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