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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에는 주로 미국 주식(비중 확대)을 제외한 글로벌 주식의 비중 축소와 장기 채권의 비중 확대 전략을 제시했다. 그러나 지난 9월 이후 KB증권은 미국에 이어 글로벌 주식의 투자 선호도를 비중 확대로 상향 조정하고(한국, 유로존상향), 채권은 중립으로 하향 조정한, 대폭 변화된 자산 배분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과도한 경기 침체의 공포가 주는 기회
2020년에도 글로벌 경제의 성장 둔화가 이어질 것이다. 그러나 미국 경제는 침체가 아닌 둔화에 그칠 것이며, 2018년 4분기를 정점으로 둔화하는 단기 사이클의 경기 저점은 2020년 1분기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미·중 무역 분쟁은 최악의 국면을 지났고, 제조업 경기와 투자는 저점을 다지고 있다. 미국의 투자 사이클과 IT 업황 등을 고려할 때 이익 회복은 반도체를 비롯한 IT 업종이 이끌 것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하 연준)는 2019년 총 75bp의 기준금리를 인하했고, 2020년에는 2019년 금리 인하 효과에 상응하는 대차대조표 확대 등을 통해 미국 경제를 지탱할 것이다. 예상과 달리 무역 분쟁이 일시적으로 격화되더라도 주요국의 재정 확대가 경기 하단을 지지할 것이다. 장기(1년) 투자 선호도를 기준으로 미국과 유로존, 한국 주식의 비중 확대와 선진국 및 한국 국채의 비중을 중립으로 유지할 것을 권고한다.
미·중 무역 분쟁 완화와 연준의 통화 완화 정책 그리고 주요국의 재정 확대 논의 등으로 글로벌 금융 시장의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지난 8~9월 중 극도에 달한 글로벌 경기 침체의 공포가 역설적으로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주요국정책 당국자를 움직인 영향이다.
첫째, 미·중 양국 모두 정치적으로 펀더멘털 약화를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면서 무역 분쟁도 최악의 국면은 지난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2020년 11월 대선을 앞두고 탄핵 추진과 지지율 하락에 쫓기고 있어 대중국 강경모드를 지속하기 어렵다.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에 크게 기여한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 지역)와 팜벨트(농업 지역)의 지지율이 무역 분쟁의 후유증으로 타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무역 협상은 여전히 삐걱거림을 반복하겠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오판에 따른 경기 침체의 하단이 설정됐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둘째, 연준은 2019년 8월 이후 총 0.75%p의 기준금리를 인하했고, 2020년에는 올해 금리 인하 효과에 상응하는 대차대조표 확대 등을 통해 미국 경제를 지탱할 것이다. 예고된 대차대조표 확대 규모는 최대 5,900억 달러(약 690조6,000억원)로 2차 양적 완화(QE2) 규모인 6,000억 달러에 근접한다. 누적된 통화 완화 효과는 시차를 두고 글로벌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고, 낮은 인플레 압력은 연준의 통화완화 기조를 지지할 것이다.
셋째, 법인세 인하를 포함한 주요국의 재정 확대 논의가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미 한국과 인디아, 스웨덴의 재정 지출 또는 법인세 인하가 확정되었고, 독일에서는 공공 투자 기관의 저금리 채권 발행을 활용한 약 500억 유로(약 66조원, GDP의 1.4%) 규모의 인프라 및 기후 관련 투자가 논의 중이다. 독일은 GDP의 약 1.1% 수준인 재정 ‘흑자’를 ‘균형’ 수준까지 조정할 것을 시사했다. 최근 경기 침체 공포 완화로 추진력이 다소 약해질 수 있으나, 주요국의 동시다발적인 재정 지출 확대 논의는 경기 침체의 위험을 크게 낮추는 동시에 주가와 장기 금리의 상단을 높이는 요인이다.
포트폴리오 재조정의 기회, 단기 투자 선호도 하향 조정
2020년 중 두 차례의 포트폴리오 재조정(Rebalancing) 기회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첫째, 가라앉은 경기 침체 논쟁은 8월 이후 격화한 미·중 무역 분쟁의 부정적 영향이 반영되는 2020년 1분기를 전후해 다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1분기 성장률은 미국이 1%안팎으로 낮아지고, 중국은 5%대에 진입할 전망이다. 1분기에는 미국의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 민주당 경선을 통해 유력 대선 후보로 부상하면서 그동안 미국 증시를 이끈아마존,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 대형 기술주가 반독점법 우려로 흔들릴 위험도 있다.
극심한 경기 침체의 공포는 잠잠해졌고, 오히려 가파른 주가 상승에서 소외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뜻하는 ‘FOMO(Fear Of Missing Out)’ 장세가 펼쳐지고 있다. 8월 중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를 0.75%까지반영한 국내 채권 금리도 빠르게 되돌려지고 있다. “한국 경 제가 곧 회복세로 돌아서는 것(Turn Around)은 아닌지, 한국은행의 향후 금리 인상 시점은 언제가 될 것인지”를 묻는 투자자가 부쩍 늘었다. 쏠림에 의한 반작용이 주도하는 최근의 금융 시장 흐름은 다소 불안정해 보인다. 변동성 확대 위험이 높아졌으며, 가격 상승 재료의 대부분이 반영되었다고 판단해 미국 등 선진 시장 주식의 단기(3개월) 투자 선호도를 비중 축소로 하향 조정한다.
펀더멘털과 무역 분쟁의 개선은 여전히 느릴 것이다. 눈높이가 높아진 만큼 추격 매수는 자제하고 변동성이 확대될 2020년 1분기까지 시기를 활용한 저가 매수에 나설 것을 권고한다. 한국의 장기 금리는 주요국 중 가장 빠른 속도로 반등하며 2020년 상반기까지 금리 상단으로 제시한 국고 10년 1.90% 수준에 도달했다.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모두 소멸된 만큼 단기(3개월) 투자선호도를 중립으로 상향 조정한다.
둘째, 미국과 글로벌 경제는 전반적으로 상반기 중 저점을 형성하고, 하반기부터는 완만한 회복세를 나타낼 것을 전망한다. 지금으로서는 상상하기 어렵지만, 2020년 2~3분기에는 글로벌 경제가 침체 공포에서 벗어나면서 턴어라운드에 대한 낙관론이 한껏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마침 반도체 업황 회복에 대한 기대도 높다. 레버리지 확대 등 활발한 수익률 추구로 주가와 장기 금리가 오버슈팅할 위험이 있는 시점이다.
그러나 지난 8~9월의 경기 침체 공포가 과도했듯 당분간 ‘턴어라운드’를 논할 만큼 강한 낙관론을 충족시키기도 어렵다. 전 세계적으로 무거운 부채가 소비와 투자를 제약하고, 중국은 과잉 공급 후유증으로 여전히 부채 축소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반기 반등 이후에도 미국 경제는 잠재 성장 수준을 회복한 뒤 여전히 밋밋한 성장을 이어갈 것이다. 2~3분기 중에는 과도한 낙관론에 의한 단기 과열이 또 다른 포트폴리오 재조정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잠재적 위험 요인
미국 경제가 경기 확장기 후반부(Late Cycle)를 지나고 있다는 인식으로, 경제 주체들은 둔화하는 경제 지표에서 곧 다가올 경기 침체를 떠올리고는 한다. 그러나 현재 구조의 경기 사이클에서는 경기 침체의 신호를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 만약 미래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예상되면 경제 주체들은 부채를 활용해 공장을 짓고, 생산을 통해 재고를 쌓는다. 이후 어떤 이유에서든 누적된 재고를 수요가 받쳐주지 못할 때 경기는 침체에 빠진다. 신용 사이클(Credit Cycle)이 중요한 이유다. 역사적으로 금융 위기급 침체를 유발한 부채는 선진국의 민간 부채(2000년, 2008년)와 신흥국의 대외부채(외채, 1997년)였다.
그러나 이들은 규제에 의해 과거 어느 때보다 낮은 수준에서 철저히 관리되고 있다. 위기의 확산 가능성이 차단되었지만, 금융 위기 이후 성장이 더딘 이유다. 그러다 보니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부채 증가는 주로 선진국의 정부 부채와 신흥국의 자국 통화 표시 부채에 의존했다. 선진국의 정부 부채는 양적 완화를 통해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 매입했고, 현대통화이론(MMT)으로까지 진화하는 중이다.
우리나라의 가계 부채나 중국의 기업 부채 같은 신흥국의 자국 통화 표시 부채는 금리가 상승해야 부실화 속도가 빨라지지만, 의미 있는 금리 상승이 어려운 구조다. 신흥국은 자국 통화 표시 부채 수준이 매우 높기 때문에 소비가 제약되고 성장은 더욱 위축되는 구조적 악순환에 빠져 있다. 그러나 아직은 정부와 은행의 건전성이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어 금융 위기가 쉽게 발생하지 않는다.
경기 침체와 마찬가지로 성장도 대단히 제한된 환경에서 글로벌 경제가 2020년 상반기를 저점으로 회복한다면, 경제주체들은 레버리지를 사용하거나 비유동성 자산 투자로 위험(적절한 가격으로, 원하는 시점에 빠져나오지 못할 위험)을 감수하며 수익률 추구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만기가 있는 펀드 또는 자금력이 충분치 않은 기관의 환매(유동성) 위험을 잘 관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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