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기존 인공임신중절수술을 '인공임신중지'로 명칭을 변경하고 보험급여 약물로 임신중지를 가능하도록 하는 법안들이 잇따라 발의되고 있다. 이에 의료계는 '건강보험 재정 악화'와 더불어 '태아 생명 보호'라는 중요한 헌법적 가치가 상대적으로 경시될 수 있다면 우려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이수진 의원(더불어민주당)은 23일 인공임신중절수술을 인공임신중지로 변경하고 수술 뿐 아니라 약물에 의해서도 인공임신중지가 가능하도록 하는 '모자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우리나라는 2019년 헌법재판소가 자기낙태죄와 의사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음에도 아직까지 관련 법률 정비가 이루어지지 않아 입법 공백 상태가 지속되고 있어 여성의 건강권과 자기결정권 보장이 어렵다는 게 이 의원의 견해다.
이에 개정안은 임산부 본인의 동의를 받아 인공임신중지를 허용할 수 있도록 하고 인공임신중지에 대한 보험급여를 실시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법안은 보건복지부장관은 임신과 출산 등의 지원을 위한 긴급전화의 운영 및 온라인 상담 등의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임신·출산 지원기관을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앞서 지난 11일 민주당 남인순 의원 역시 비슷한 취지의 법안의 발의했다.
남인순 의원은 제안 이유에 대해 "낙태죄가 비범죄화됐음에도 불구하고, 임신중지에 대한 명확하고 공식적인 정보가 부재하고, 의약품 접근이 음성화되어 있으며, 의료서비스를 지원하는 의사를 만나기까지 지연되는 임신중지로 인한 불안 등 여성들이 직면하고 있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크다"고 전했다.
그러나 산부인과계는 해당 개정안이 여성의 자기결정권에 치중된 나머지 태아 생명 보호를 소홀히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23일 입장문을 통해 "임신중지는 생명의 시작에 대한 윤리적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매우 민감한 문제다. 개정안은 이런 윤리적 논쟁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임신 중지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데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생명 존중의 가치와 여성 자기결정권 사이 균형을 고려한 보다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의사회는 "헌법불합치 결정은 낙태의 전면적 금지가 아닌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태아의 생명권 보호의 균형을 요구하는 것이므로 허용 한계의 전면적 삭제는 헌법재판소 결정의 취지를 왜곡하는 것"이라며 "임신중절의 허용 한계를 삭제하는 것은 헌재의 결정이 요구한 균형점을 벗어날 위험이 있다"고 비판했다.
임신중지 의료서비스의 건강보험 적용에 대해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온다.
산부인과의사회는 "국민건강보험법은 국민의 질병과 부상에 대한 예방, 진단, 치료, 재활과 출산, 사망, 건강증진을 목적으로 한다. 임신중단은 해당 목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의사회는 미용성형 수술이 합법적 의료서비스임에도 건강보험 목적에 부합하지 않아 급여하지 않는 것과 유사한 이유로 임신 중단을 보고 있다. 임신 중지는 미용성형처럼 개인의 취향에 따라 결정하는 문제이며 치료가 아니므로 건보로 지원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의사회는 "임신중단 시술에 건강보험을 적용할 경우 연간 약 250억원 규모의 재정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런 금액은 희귀질환자들에게 고가의 약겂을 지원할 수 있는 큰 금액"이라며 "한정된 건보 재원의 효율적인 배분과 우선순위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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