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5.03.19 10:01최종 업데이트 25.03.19 12:10

제보

25개 대학병원에 소아 피부 전문 의사는 34명뿐...이들이 절실함 갖고 모인 이유

소아피부과학연구회, 소아 피부질환 극복 위해 연구 네트워크 구축사업 추진…“환자, 보호자에게 치명적인 중증 난치성 피부질환 관심 필요”

소아피부과학연구회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최근 정부가 필수의료 강화를 위해 소아 중증질환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는 등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소아 중증 난치성 피부질환은 ‘피부과’라는 이유로 소외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아 피부질환의 경우 난이도가 높고 자원 소모가 많은 타 소아질환의 일반적 특성과 더불어 그 증상이 ‘겉’으로 드러난다는 특성으로 인해 유년기 삶의 질을 좌우하는 만큼 적극적인 조기 치료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높은 업무 강도와 비교해 저평가된 수가 등으로 인해 현재 약 3000여 명의 피부과 전문의 중 40여 명도 채 되지 않는 이들만이 소아 피부질환을 보고 있는 가운데 세종충남대병원 피부과 김현정 교수를 중심으로 최정예 소아 피부과 전문의들이 모여 소아 중증 난치성 피부질환 연구 네트워크 구축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소아피부과학연구회를 이끌어 온 세종충남대병원 피부과 김현정 교수는 지난 17일 공식 발족식을 갖고, 2025년도 제1차 보건의료기술 연구개발사업의 ‘소아질환 극복 연구개발-소아임상연구센터’에 ‘소아 중증 난치성 피부질환 연구 네트워크 구축사업’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소아피부과학연구회는 중증질환이 75% 이상인 소아 피부질환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정부와 병원에서도 찬밥 신세를 당하고 있는 소아 피부질환 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해 발족했다.

실제로 소아청소년과는 피부과를 수련하지 않고, 피부과 안에서는 소아 중증 피부질환이 기피 대상이 되면서 진료하는 소아 피부 전문 의료진의 숫자는 계속해서 감소 추세에 있다. 이에 전국 25개 대학병원에 소아 피부를 전문으로 보는 의료진은 단 34명뿐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대부분의 어린이병원에서 소아 피부과를 따로 보지 않는다. 중증 난치성 피부질환은 일부 소아 피부과 전문 의료진만 볼 수 있는데, 그 전문 의료진이 점차 줄어들면서 치료가 꼭 필요한 소아 환자들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환자들은 물론 소아청소년과에서도 소아 피부 질환에 대해 생소하다 보니 어디로 환자를 의뢰해야 하는지 몰라, 오랜 기간 질환을 방치하는 등 문제가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소아 시기에 발생하는 소아 중증 난치성 피부질환은 ‘눈으로 보이는’ 피부질환인 만큼 아이들의 성장을 방해해 삶의 질을 파괴하고 사회적 참여를 스스로 제한해 사회에서 고립시키는 등 치명적이라는 점이다.

이에 김 교수는 “현재 있는 의사들끼리라도 환자 데이터를 모아 협진을 하는 체계를 만들고, 환자 정보를 관리함으로써 장기 추적하는 등 소아 피부질환 관리체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다학제적 협력 기반의 체계적 연구 통합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김 교수는 국내에 현존하는 소아 피부과 전문의를 모두 모아 총 34명이 참여하는 보건복지부 제2차 보건의료기술 연구개발사업 ‘소아질환 극복 연구개발’에 ‘소아 중증 난치성 피부질환 연구 네트워크 구축사업’에 공모하기로 했다.
 
 세종충남대병원 김현정 교수

주관연구개발기관은 세종충남대학교병원은 소아 중증 난치성 피부질환의 체계적 연구·관리를 위한 글로벌 수준의 통합 플랫폼을 구축하고자 한다.

김현정 교수는 “미국 등 여러 나라는 소아 피부과 전문의 제도를 통해 전문성을 확보하고 있지만 한국은 현재 시작도 못 하고 있다. 이에 소아피부과학연구회를 통해 연구와 진료 네트워크 구축을 목표로 선한 의지로 피부과에 들어온 후배들에게 이어가고자 한다”고 취지를 밝혔다.

제1공동연구기관은 부산대산학협력단으로, ‘소아 중증 아토피피부염’에 대한 전국 거점병원 네트워크 기반의 표준화된 데이터 수집 및 AI진단 시스템을 구축을 목표로 한다. 

부산대병원 고현창 교수는 “중증 아토피 피부염은 최근 들어 약이 많아졌지만,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연구할 방법이 없어 아쉬움이 컸다. 한두 명이 할 수 없는 연구인 만큼 소아 중증 아토피 피부염 환자의 임상 데이터 및 검체를 수집해 AI 어시스트 질병중증도 평가도구를 개발하고 임상에 적용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축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향후 치료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제2공동연구기관은 서울아산병원으로 ‘소아 중증 원형 탈모’에 대한 레지스트리를 구축하고, 해당 질환에 대한 치료 효과 평가 체계를 확립하는 것이 목표다.

서울아산병원 피부과 원종현 교수는 “어린 나이에 중증 탈모가 온 환자들과 이를 지켜보는 부모의 고통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심각하다. 문제는 우리나라는 이러한 질환에 대한 체계적 자료 수집조차 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라며 “무엇보다 어디로 환자를 의뢰할지 알 수 없는 일선 의료기관을 위한 진료 의뢰체계를 구축한다면 환자 치료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제3공동연구기관은 연세대로 ‘희귀유전피부질환’에 대한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 및 지능형 진단 시스템 개발을 추진한다.

사실상 국내에서 유전피부질환 중 수포성 표피박리증을 보는 유일한 병원인 연세 강남세브란스병원의 피부과 이상은 교수는 “독특한 유전질환인데 중증인 경우가 많아 소아 시기 사망에 이르는 경우도 많다.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전통적으로 관련 클리닉을 운영해 환자를 많이 진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는 해다 질환에 대한 국가 등록시스템도 없고, 진단을 받아도 추적이 안 되는 문제가 있어 환자들의 삶을 따라 케어해주고 연구도 할 수 있는 네트워크 구축 사업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함께 연구에 참여하는 용인 세브란스병원 김재희 교수는 “같은 단위 기관으로 참여하고 있고, 환자 등록할 때 참여할 예정이다. 우리나라에서 해당 질환을 보는 병원이 딱 둘 뿐이다. 용인 세브란스병원은 경기 남부인데도 진료 볼 피부과 없고, 소아 피부과가 없어서 5세 이하 환자가 많은 병원”이라고 전했다.

연세대는 특히 인체 유래 자원 관리 표준화 및 바이오뱅크 운영을 통한 바이오마커 개발과 머신러닝 기반을 이용한 중증도, 이형, 합병증과 관련된 생체 지표 분석 및 예측 모델 개발도 추진할 계획이다.

제4공동연구기관은 삼성서울병원으로 소아 약물 부작용 및 항암 후 피부 변화 추적 관찰 체계 구축을 추진한다. 

삼성서울병원 이종희 교수는 “최근 소아는 암에 걸려도 완치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후 후유증이 삶의 질에 큰 문제를 일으킨다. 따라서 이를 치료하고 네트워크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며 “소아는 약물 부작용으로 인한 발진이 생겼을 때 심각성이 크고, 세계적으로 네트워크가 구축된 곳이 별로 없다. 소아 약물 부작용 분석의 표준화로 AI기반 데이터 분석 및 맞춤형 치료방안을 제시하고 나아가 글로벌 협력 연구 네트워크까지 구축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제5공동연구개발기관은 서울대학교병원으로 소아에서 오프레이블(off-label) 약물에 대한 연구를 진행한다. 서울대병원 이시형 교수는 “소아 피부과에서는 오프레이블 약물을 쓰지 않고는 치료하기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실제로 백반증 소아 환자를 주로 보는데 거의 100% 오프레이블 약물을 쓴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그런데 이 오프레이블 약물에 대한 근거가 많이 부족하다. 네트워크 연구를 통해 그 근거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김현정 교수는 “현재 대학병원에서 소아 중증 희귀난치성 피부질환을 보는 의료진은 모든 필수의료과 의사들처럼 사명감으로 환자들을 보고 있다. 실제로 왜 이 길을 걷는 것인지라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 실제로 후배들의 숫자는 계속 감소하고 있다”며 “하지만 정말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환자들의 최후의 보루로써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만큼 국가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 소아 환자들이 갈 길을 잃지 않도록 소아 중증 희귀난치성 피부질환을 보는 전문 의료진의 명맥이 끊기지 않는 것이 중요하며, 제때 환자들이 필요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연구회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댓글보기(0)

전체 뉴스 순위

칼럼/MG툰

English News

전체보기

유튜브

전체보기

사람들

이 게시글의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