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마이크로바이옴이 단순히 소화기계 질환 치료는 물론, 자가면역질환, 비만, 암, 감염질환, 중추신경계, 호흡기질환, 정신질환까지 연관이 있다고 판단, 앞으로 정부차원에서의 이니셔티브 추진과 클러스터 조성이 이어질 전망이다.
분당서울대병원 이동호 교수는 지난 5일 설훈 국회의원이 개최한 포스트 코로나시대 신산업 육성 토론회에서 마이크로바이옴을 현대의학의 빅뱅이라고 표현하면서, 다소 늦었으나 정부, 기업, 의료계, 연구기관이 협업해 마이크로바이옴에 대한 국가적 역량을 향상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몸에 사는 미생물과 그 유전정보를 일컫는마이크로바이옴은 면역기능을 조절하고 각종 대사물질을 생성한다. 각종 연구를 통해 비만, 당뇨, 아토피는 물론 암, 자가면역질환, 우울증, 뇌신경질환, 알레르기질환, 감염질환 등에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교수는 "장내 세균은 노화, 전신염증 등과 연과돼 있으며, 이를 조절하면 인지기능감소, 노쇠, 근감소증 등 노화를 억제할 수 있다"면서 "노화는 물론 각종 질환와 암 치료까지도 가능하다"고 했다.
이 교수는 "이런 연구결과들이 나오면서 마이크로바이옴에 대한 관심이 최근 5년새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코로나19 유행으로 더욱 급증하는 추세"라며 "실제 장내 미생물 환경이 좋으면 코로나바이러스가 들어와도 면역시스템 제어를 통해 중증으로 발전하지 않는다는 연구 논문들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사스바이러스 유행 당시 한국 김치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 역시 락토바실러스 등 유익균들은 바이러스를 차단하거나 몸안에서의 증식을 억제하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이 같은 이유로 마이크로바이옴은 다양한 분야의 신약으로 개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최근 식생활 변화로 크론병 환자가 7만명에 이르며 과민성대장증후군과 대장암 등도 급증하는 상황"이라며 "소화기영역은 물론 치매, 조울병, 파킨슨병 등도 장내미생물과 연관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이미 미국, 영국 등에서는 신약개발이 한창이다. 특히 세레스라는 회사는 대변이식 관련 임상 3상을 통과해 조만간 첫 대변추출물 신약이 나올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마이크로바이옴에 대한 임상 3상 파이프라인은 5개로 미국 회사에 집중돼 있으며, 감염병, 여드름, 설사, 요로감염, 원발성 과옥살산뇨증(비뇨생식계 질환) 등의 치료제다. 임상 2상은 18건, 임상 1상은 27건, 전임상 96건, 후보물질발견 53건 등이다.
투자 유치를 위한 기업공개(IPO)도 적극 이뤄지고 있다. 대변추출물 신약이 가장 먼저 나올 것으로 예측되는 세레스는 물론, 4D파마, 리터파마슈티컬, 인판트 박테리얼, 칼레이도 바이오사이언시스 등이 기업공개를 통해 수천만달러~수억달러의 모습에 성공했다.
이 교수는 "늦은감이 있지만 우리나라도 현대의학의 빅뱅인 마이크로바이옴에 대해 적극 연구해야 한다. 한국의 차세대 성장엔진은 마이크로바이옴으로부터 점화될 수 있다"며 "선두 위치로 가기 위해서는 정부와 국회, 기업, 연구기관 의료계 등 다양한 주체의 협력과 유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순천향대부천병원 소화기내과 유창범 교수도 "최근 국내에 장내미생물 환경 변화로 인해 가족력 없는 대장암 환자가 많아지고 있다"면서 "초등학교 때 교육이나 프로그램이 이뤄지면 10~20년 뒤 질병 발병이 대폭 줄어들 수 있는 만큼 이에 대한 건강보험 수가 적용도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설훈 의원도 마이크로바이옴의 중요성을 역설하면서, 지역구인 부천시와의 협의를 통해 '마이크로바이옴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설 의원은 "포스트코로나시대에 바이오산업이 미래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면서 "식품, 화장품은 물론 치료제 개발 등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며, 실제 전세계 시장 규모가 2019년 811억달러(약 94조원)에서 2023년 1087억달러(약 127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부천시와 협의를 통해 순천향대병원을 중심으로 하는 마이크로바이옴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방안을 컴토 중"이라며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관련 기술 산업화와 신산업 육성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보다 집중적인 R&D 투자를 위해 범부처 '이니셔티브' 조성안을 제시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생명기술과 이병희 바이오기반팀장은 "다른 분야에 비해 기초, 원천 연구 단계에 집중돼 있으며, 정부 투자 비용이 매년 60%씩 증가하지만 다부처 분산 투자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면서 "원천기술들이 다양한 분야에 활용돼 상용화, 제품화될 수 있도록 이어달리기 연구 등 연계도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팀장은 "마이크로바이옴이 고부가가치의 유망분야로 손꼽히고 있는 만큼, 과기부를 비롯해 보건복지부, 농식품부, 환경부 등 7개 부처가 협업해 기초부터 상용화까지 전주기에 걸친 집중적인 R&D 지원하고 신산업 기반을 마련하는 '국가 마이크로바이옴 이니셔티브' 사업을 기획하고 있다"면서 "예타 등을 시행해 내년 상반기에 사업 윤곽이 나타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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