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2.05.30 09:53최종 업데이트 22.05.30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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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의사의 안타까운 2020년 의료파업 부정, 젊은 의사들은 정의롭고 정당했다

[칼럼] 박지용 신경외과 전문의, 공정한사회를바라는의사들의모임(공의모) 대표

2020년 7월 젊은의사 단체행동

[메디게이트뉴스] 지난 2일 정호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청문회를 본 다수의 젊은 의사와 의대생들은 불만을 토로했다. 그저 입시비리 의혹 때문만이 아니었다. 바로 2020년 의료파업이 바람직하지 않았다는 발언 때문이었다.

정 전 후보자는 "의료파업이 (국민의 눈높이에서 볼 때) 바람직한 표현 수단이라 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국민 눈높이에서 본다는 전제조건을 달더라도 후보자의 발언이 옳은 것이었는지는 다소 의문이다. 왜냐하면 2020년 의료파업은 정당한 파업이었기 때문이었다. 4대 악법이 잘못된 법이었기 때문만은 아니고, 다수당의 입법 폭주를 멈춰 세우는데 성공해서만도 아니다. 2020년 의료파업은 파업이라는 수단과 과정으로 정치철학적 관점에서 접근해도 정당성을 얻었다. 바로 '시민불복종(Civil disobedience)' 개념에 기반해서다.

시민불복종은 1800년대 중반 미국에서 처음 제기된 개념이다. 미국 정부를 맹렬히 비판한 미국의 사상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Henry David Thoreau)에 의해서다. 소로는 미국이 텍사스를 합병하면서 벌어진 멕시코전쟁(1846~1848)과 노예제 유지에 반대하며 미국 정부를 비난했다. 그리고 투표로 대통령을 선출하는 민주공화국인 경우에도 법이 아닌 양심과 정의를 근거로 정부에 저항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로는 일반적인 상황에는 부당한 법이 있어도 선거와 같은 정치적 절차를 거쳐 개정해야 하나, 그 법이 명백히 부당하고 신속한 개정이 이뤄질 수 없다면 법은 존중받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소로는 정부에 반대하는 의미로 세금 납부를 거부해 구금되기도 했다.

시민불복종 개념은 미국의 정치철학자 존 롤스(John Rawls)에 의해 발전했다. 참고로 존 롤스는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말한 문재인 전 대통령의 취임사가 인용한 '정의론'의 저자다. 롤스는 정의론에서 개인의 양심을 근거로 제시한 소로의 주장에 덧붙여 시민불복종이 성립할 몇가지 특징과 조건을 제시했다.

롤스에 따르면 시민불복종은 법에 반하며, 양심적이며 정치적이고, 법이나 정부정책에 변화를 일으켜야 한다. 공공·공개적이며, 비폭력적이고, 성공을 기대할 수 있어야 한다. 다양한 소수 집단의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하며, 마지막으로 처벌을 감수해야 한다.

롤스가 이런 조건을 제시한 이유는 시민불복종을 '거의 정의로운' 헌법 국가에서도 반드시 일어나게 될 수밖에 없는 불의를 해결하는 방식에 한하기 위해서였다. 체제를 전복하는 게 아닌 기존 체제에서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함이었다. 틀릴 가능성이 높은 개인의 생각에 의해 무정부상태의 혼란을 일으키는 게 아닌, 정의로운 생각을 가진 소수가 잘못된 생각을 가진 다수의 사람들을 상대로 최후의 수단으로 법을 위반하더라도 더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려는 것이다.

2020년 의료파업의 경우 롤스가 주장한 시민불복종의 조건에 부합한다고 본다. 특히 전공의 단체행동은 노조법에 근거한 합법파업이 아니었다. 하지만 의료파업은 의대생부터 전공의, 교수까지 전문가로서의 양심을 기반으로 하고 일방적으로 입법을 진행하는 정부·여당에 대한 최후의 수단이었다. 일방적인 악법 추진을 중단시켰고, 공공적이고 비폭력적이었으며 다른 집단인 젊은간호사회의 지지를 받았고 심지어 다수의 전공의들은 처벌을 각오하기까지 했다. 

2022년, 많은 이들이 2030이 생각하는 공정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많이한다. 나는 존롤스의 '정의론'에 기반한 공정이 2030이 생각하는 공정에 가장 가깝다고 생각한다. 2017년 많은 국민들이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취임사에 열광했던 이유다. 그런 정부와 여당을 상대로 파업을 진행한 의사들은 롤스가 정의론에서 언급한 '시민불복종'의 조건을 모두 만족시켰다고 본다. 정부가 지키지 못한 롤스의 정의의 조건을 오히려 의사들이 지킨 것이다.

시민단체가 추천하는 공공의대 등 4대악법을 막을 방법은 파업 이외에 무엇이 있었을까. 앞으로는 선배 의사 누구라도 젊은 의사들이 주도했던 파업을 당당하게 평가하는 모습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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