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만성 C형간염 완치 치료제가 등장한 데 이어, 만성 B형간염도 완치 시대를 열기 위한 치료제가 대거 개발되고 있다.
고려대 구로병원 소화기내과 김지훈 교수는 최근 대한간학회 국제학술대회 'The Liver Week 2015'(부산 벡스코)에서 현재 개발되고 있는 B형간염 완치제의 효과와 임상 경과를 소개했다.
김 교수는 "물론 현재 나와 있는 경구용 치료제도 바이러스 억제효과가 높고 장기간 사용해도 내성이 거의 없는 약제들이지만, 이들이 cccDNA(covalently closed circular DNA)까지 없앨 수는 없어 완치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cccDNA는 간세포 안에서 바이러스 증식을 일으키는 DNA.
약 복용을 중단할 때 재발을 일으키는 주된 원인이기 때문에 약제를 종료하지 못하고 평생 투약해야 하는 실정이다.
김 교수는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던 B형간염의 간내 유입 수용체가 NTCP(sodium taurocholate cotransporting polyoeptide)라는 사실이 2012년에야 밝혀졌고, 이를 통한 B형간염 유입 차단제가 연구되고 있어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이뿐 아니라 B형 간염의 여러 생활사의 각 단계를 차단하는 치료제 개발도 상당히 진전돼 고무적이라는 설명이다.
새롭게 개발되는 약제는 △새로운 중합효소(POLYMERASE) 억제제 △바이러스 침입 억제제 △cccDNA 억제제 △뉴클레오캡시도 조립(NUCLEOCAPSID ASSEMBLY) 억제제 △표면항원 분비 억제제 △소분자(small molecules) △유전자 침묵(gene silencing) 등이 있다.
새로운 중합효소 억제제
베시포비어는 뉴클레오타이드 계열 약물. 간에서 빠르게 활성하는 대사물인 구아노신일인산 (guanosine monophosphate)의 형태로 엔테카비어와 유사한 방식으로 중합효소의 특정 타이로신 잔기(tyrosine residue)에 결합해 강력한 바이러스 억제 작용을 한다.
1상 연구에서 일일 60mg부터 240mg까지 적정한 B형간염 바이러스(HBV) 증식 억제 반응을 보였으며, 2상 연구에서 48주 치료에 B형간염 DNA 검출 한계 이하로 감소하는 정도가 베시포비어 63%, 엔테카비어 58%로 유사했다.
내성은 확인되지 않았다. 현재 베시포비어와 L-카르니틴을 복용하는 3상 연구가 진행 중이다.
또 강력한 항바이러스제인 테노포비어보다 생체활성도를 높이고 항바이러스 작용을 강화하기 위한 전구물질(prodrug)이 개발되고 있다.
대표 약제는 테노포비어 알라페나미드다.
최근 테노포비어와 비교한 3상 연구가 발표됐는데, 유사한 항바이러스 효과를 보이면서 혈청 크레아틴의 상승, 단백뇨의 발생, 골밀도의 감소 등에서 유의하게 좋은 반응을 보였다.
바이러스 침입 억제제
바이러스 침입을 억제하면 B형간염의 발생 자체를 차단할 수 있고 새로운 간세포에 더이상의 바이러스 침입을 막을 수 있다.
김 교수는 "2012년 발견된 NTCP 관련 연구가 활발해 질 것"이라며 "현재까지 NTCP를 통해 B형 간염 바이러스가 침입하지 못하도록 직접 개발된 약제는 없으나 이전부터 알려진 약제는 상당수 존재한다"고 소개했다.
먼저 미르클루덱스(Myrcludex)는 NTCP가 발견되기 전에 B형간염 바이러스의 Pre-S1 단백질이 세포 내 침입 과정의 배위자(ligand)라는 데 착안해 pre-S1 단백질의 47개 아미노산을 합성해 만든 약제다.
미르클루덱스가 B형간염 바이러스의 침입을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으며 1상 연구에서 경정맥 도는 경피로 투여했을 때 대체적으로 별다른 부작용이 없었다고 알려져 있다. 현재 2상 연구 중.
시클로스포린 A(Cyclosporin A)는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면역 억제제로, NTCP를 억제해 담즙정체의 부작용을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실상 부작용을 이용하는 것이긴 하지만 NTCP를 억제하는 첫 합성약물이다.
시클로스포린 B도 NTCP 억제 기능이 뛰어나며 시클로스포린의 유도체 중 하나인 SCYX1454139는 시클로스포린 A보다 10배 이상의 저해 효과를 보인다는 보고가 있다.
cccDNA 억제제
cccDNA는 핵안으로 침입한다. B형간염 바이러스(HBV) 유전자가 안정된 형태로 존재하는 상태로 지속적인 HBV 복제의 주형이 되는데 현재의 항바이러스제는 이를 제거하지 못한다.
따라서 cccDNA를 직접 제거할 수 있는 약제는 새로운 B형간염 치료의 지평을 열 것이라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현재 cccDNA를 표적으로 하는 약제는 형성 억제제, 절단제, 제거제 등이 있다.
최근 cccDNA가 히스톤 단백질에 감겨 소형염색체(minichromosome)을 형성하고 있고, 히스톤의 아세틸화 및 메틸화와 같은 후성적 변화에 의해 HBV의 복제정도가 결정된다고 알려지면서 이들을 제어하는 cccDNA 기능 억제제가 연구되고 있다.
뉴클레오캡시드 조립 억제제
HBV의 캡시드는 게놈의 역전사, 세포 내 수송, 안정적 감염의 유지에 전반적으로 작용하며 HBV의 자연사에서 필수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HAPs(Heteroaryldihydropyrimidines)는 조립 억제제(assembly inhibitor) 종류로 비뉴클레오사이드 계열의 B형간염 바이러스 억제효과가 밝혀졌다.
HAPs는 이성체적 반응기로 조립과정에서 다양한 변형된 바이러스 입자를 만들게 해 올바른 모양으로 결합하지 못하도록 방해한다.
표면항원(HBsAg) 분비 억제제
바이러스 입자인 표면항원은 HBV에 대한 체내 면역을 억제한다.
따라서 감염된 간세포에서 분비되는 표면항원을 줄여 면역능을 회복시키고 HBV 치료 효과를 증강시킬 수 있다.
REP 9AC은 이런 목적으로 개발되고 있는 약재로 양친매성 뉴클레오티드 폴리시티딘 DNA다. REP 9AC를 주1회 500mg 정맥 주사했더니 치료 1주~32주 안에 8명의 환자 중 7명에서 표면항원이 사라지고 anti-HBs가 나타났다. 이 7명 중 3명에서 HBV DNA가 감소했다.
소분자(Small molecule)
항생제의 일종인 니타족사니드(nitazoxanide)는 HIV와 HBV 또는 HCV가 감염된 환자의 설사병을 치료하다가 우연히 HBV와 HCV에 효과가 있음을 발견한 약제다.
이 계열의 약물은 단백질키나아제의 활성화를 통한 면역유도작용으로 항바이러스 효과를 나타내는 소분자로 구분된다. 니타족사니드는 라미부딘, 아데포비어와 함께 사용할 때 효과의 증강을 보였으며 라미부딘 또는 아데포비어의 내성 바이러스에도 효과적이었다.
4명의 e항원 양성 환자에서 니타족사니드500mg을 1일 2회, 1년 이상 사용했을 때 2명에서 HBV DNA가 음전되고, 3명의 e항원이 소실됐다. 1명은 표면항원의 소실이 있었다.
유전자 침묵(gene silencing)
microRNA와 siRNA는 간섭 현상을 통해 염기특이적(sequence specific) 방법으로 유전자의 발현을 억제하며, HBV는 불필요한 중복이 적은 조밀한 유전체를 가지고 있어 이들의 좋은 표적이 될 수 있다.
최근 전달 효과가 뛰어난 dynamic polyconjugate 약물 전달 방법을 이용해 개발된 siRNA인 ARC-520은 형질전환 마우스 모델과 HBV 감염된 침팬지 모델에서 HBV DNA, 표면항원, e항원의 감소 효과를 보였다. 현재 2상 진행 중.
김 교수는 "이들 새로운 항바이러스제가 만성 B형 간염의 완전한 퇴치를 이루어 낼지는 미지수이지만, 최근 C형 간염 완치제가 개발된 것과 같이 새로운 B형간염 치료제 개발이 궁극적으로 퇴치를 이루게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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