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필수의료 위기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의료사고 법적 리스크 문제와 관련해 30일 열린 국회 토론회에서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의료사고로 피해를 본 환자들에 대한 신속하고 적절한 보상, 의료사고에 대한 객관적 실체 규명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전라북도의사회 대의원회 송병주 의장은 그간 의료계가 주장해 온 의료사고 처리 특례법에 대해 “마치 의사들에게 특혜를 주는 것처럼 비칠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심스런 입장을 밝혔다.
이어 “의료사고 발생 시 의료분쟁조정원을 통해 해결하면 된다고 하지만 의사나 환자 모두 신뢰도가 떨어지고, 대부분 소액 사건만 다룬다”며 “전문가로 구성된 별도의 의료사고 조사기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송 의장은 피해자 보상 문제에 대해선 정부 보상과 함께 의사들도 보험에 가입해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분만 시 발생하는 무과실 의료사고에 대해 국가에서 보상기금을 만들어 운용하고 있는데, 이를 필수의료 분야 전체로 확대 적용해야 한다”며 “하지만 국가 보상만으로 한계가 있기 때문에 모든 임상 의사들이 책임보험에 가입했으면 한다”고 했다.
이어 “보험에 들지 않고 운전하는 사람은 없지 않나. 대한의사협회 산하에 의료배상공제조합이 있고, 민간 보험사들도 있다”며 “적절한 보상이 이뤄져 불필요한 민형사 소송이 줄어들면 의사들도 부담을 덜고 진료에 매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의료진 사과 법정서 증거로 인정 안 되게 '사과법' 제정 필요
서울대병원 하은진 신경외과 교수는 의료사고에 대한 국가 보상 필요성을 주장했다.
하 교수는 "합병증 확률이 0%인 수술이나 시술은 없다. 의사가 1000번을 수술하면 누군가는 합병증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그런데 그렇게 불가피하게 발생한 피해를 환자와 가족이 온전히 감당하게 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했다.
이어 "특히 중증핵심의료는 국가가 의료진에게 위탁한 공공의 책무"라며 "그 보상의 1차적 책임은 국가가 져야 하고, 의료진의 명백한 과실이나 병원의 구조적 문제가 확인된 경우에만 국가가 구상권을 행사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회에선 의료사고 발생과 관련한 의료진의 사과가 재판 등에서 과실을 인정하는 증거로 사용되지 않게 하는 ‘사과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대한응급의학회 어은경 윤리이사(순천향대부천병원 응급의학과)는 “환자와 가족에게 사과나 유감 표명을 하고 싶어도, 그게 과실을 인정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이상한 문화 때문에 마음 놓고 환자 측과 소통하지 못하고 있다”며 “진정한 사과와 유감 표명이야말로 의료진이 환자와 가족에게 건넬 수 있는 첫 번째 위로”라고 했다.
이어 “의료진이 자유롭게 표현하고 공감하며 환자와 가족의 아픔을 함께 나눌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선 의료진의 모든 사과와 유감 표명 등이 재판이나 의료분쟁 조정 과정에서 과실 책임 인정의 증거로 사용되지 못하도록 ‘사과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복지부 "의료사고 제대로 실체만 규명돼도 소송 줄 것"
보건복지부는 의료사고의 진상만 제대로 확인되더라도 불필요한 소송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의료사고심의위원회 설치 필요성을 강조했다.
복지부 강준 의료개혁총괄과장은 “의료사고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이 부족하다 보니 이를 감추거나 소송으로 끌고 가는 상황이 이어져 왔다”며 “환자안전사고나 의료사고가 공적 체계 속에서 보고∙설명되고, 그 과정에서 의사와 환자 모두 납득할 수 있을 정도로 실체가 규명돼야 한다. 특히 의료사고에 대한 감정 체계를 국가 차원에서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가능하면 민사로 해결하고 처벌은 정말 필요한 경우에 한해 이뤄지게 해야 한다”며 “수사나 기소로 이어지기 전에 의료사고심의위가 실체를 규명하고, 사법적으로 처벌해야 할 것과 민사로 풀어야 할 것을 사전에 걸러주는 체계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강 과장은 보상 문제에 대해선 “현재 수가에 위험수가가 일부 반영돼 있다”면서도 “(수가 외에) 공적 재원을 통해 배상이 신속하고 충분히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향후 의료분쟁조정법 개정 등을 통해 입법화돼야 할 부분”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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