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배진건 칼럼니스트] "올 가을에 코로나19(COVID-19) 2차 팬데믹이 올까요?" CNN 방송에 따르면 4월 28일 화상회의로 진행된 워싱턴 DC의 이코노믹 클럽 행사에서 코로나19의 가을 2차 유행 가능성을 기자가 물었다. 기자의 물음은 온 세상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것을 대변한 것이다.
2차 유행이 다시 오나? 도대체 언제 끝날까? 미국의 코로나19 대응을 이끄는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 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 소장은 "코로나가 돌아올 것이라고 거의 확신한다"고 답했다. 파우치 소장은 또 논의 중인 대응 조치들이 제대로 시행되지 못한다면 '나쁜 가을과 겨울'을 맞닥뜨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왜 전문가들은 '나쁜 가을과 겨울'을 예견하는가?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 것일까?
과학적인 근거는 아니고 첫째는 역사적인 관점이다. 전문가들은 1918년의 스페인독감과 같은 2차 팬데믹을 우려하고 있다. 스페인독감 당시 1차 유행 때 0.5%였던 치명률이 가을에 다시 시작한 2차 유행에서 2.5%로 다섯 배 상승하며 훨씬 큰 피해를 낳은 역사가 존재한다.
둘째는 지정학적인 관점이다. 최근 하루에 2만 명 확진자가 나오는 브라질이 위치한 남아메리카뿐만 아니라 남아프리카 지역에서 코로나19 환자가 나오기 시작했다. 바이러스가 전 세계적으로 이미 퍼졌기 때문에 기온에 따라 코로나19가 북반구와 남반구를 오가며 이동할 수도 있을 것을 예상하는 것이다.
셋째는 호흡기 바이러스 감염을 통한 대규모 유행병이라는 점이다. 호흡기 바이러스 질환은 파급력과 전파력이 매우 강하기에 전염방지가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팬데믹으로 발전한 1918년 스페인 독감과 1968년 홍콩 독감 사태에 이어 이번 코로나19에서 진정한 모습을 시대적으로 보여줬다. 인플루엔자는 이미 계절성 유행질환으로 자리잡았고 이번 코로나19도 그렇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기에 당연히 코로나19는 지구촌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코로나19 상황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최근 미국 미네소타대학의 감염병 연구·정책센터(Center for Infectious Disease Research and Policy, CIDRAP)는 3가지 가능한 시나리오로 나눴다. 4월 30일 출간된 COVID-19: The CIDRAP Viewpoint의 'The Future of the COVID-19 Pandemic: Lessons Learned from Pandemic Influenza'에 실린 3가지는 ▲정점과 계곡 ▲가을 정점 ▲점진적 도화선 시나리오다.
먼저 '정점과 계곡' 시나리오는 확진자가 늘었다 줄었다 반복하는 상황이 이어지다 1~2년 후에 서서히 잦아든다는 것이다. 마치 산봉우리와 계곡을 오르락내리락하는 모습과 비슷하다. 이 시나리오라면 앞으로 넘어야 할 봉우리가 많이 남아있다는 의미다.
2번째 '가을 정점' 시나리오는 현재 우리가 겪은 팬데믹보다 훨씬 큰 규모의 '파도'가 올가을 다시 찾아올 것이라는 것이다. 그 가을 피크가 지난 후 작은 물결처럼 파동이 일 것으로 예견한다. 마치 대지진 이후 여진이 이어지는 모양새다. 이 시나리오는 지난 1918년 시작된 스페인 독감 경험과 매우 비슷한 시나리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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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번째 시나리오는 이미 피크는 넘어섰지만 아직도 잔불이 주변을 조금씩 태우듯이 코로나 상황이 잔잔히 계속되는 것이다.
3가지 시나리오의 공통점은 코로나19가 장기전이라는 것이다. 셋은 모두 2022년까지는 코로나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미네소타대학 연구 보고서는 "현실적으로 팬데믹이 완화되고 백신이 개발되더라도, 앞으로 18~24개월 동안은 긴장을 늦출 수 없다"고 결론내렸다.
그러면 3가지 시나리오 중 어느 것이 미래에 일어날 것인가? 필자의 개인적인 코로나19에 대한 견해는 첫째 '정점과 계곡' 시나리오는 아니다. 시간 축을 앞으로 3~40년으로 더 길게 잡으면 '정점과 계곡'이 물론 가능하지만 2022년까지는 아니다.
이미 5월 1일 칼럼에서 소개해드린 대로 1918~1919년의 스페인 독감은 약 2년 동안 5000만명의 목숨을 앗아 갔다. 이때도 가장 심각한 피해를 낸 건 가을 2차 팬데믹이었다. 1918년 3월 1차 유행 당시엔 1000명당 5명이 사망했는데 2차 유행 때는 사망률이 5배까지 치솟았다.
이 두번째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는 것이 문제다. 미국 코로나 대책을 진두지휘하는 앤서니 파우치 소장이 대표적이다. 서두에 소개한대로 미국에서 올가을 2차 유행이 발생할 것이라는 그분의 경고에 캘리포니아 주립대는 올가을 학기 수업을 전면 취소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과연 이 시나리오대로 2차 팬데믹이 올 가을에 올까? 필자의 개인적인 결론은 이 세봉우리 시나리오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100년전 상황을 그린 CDC그래프를 보더라도 1차 이후 ~3달의 잠잠한 기간이 있었다. 그러나 100년후 현 미국의 상황은 아직 그 바닥(bottom)에 도달한 것 같지 않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스페인독감 당시 그래프의 작은 1차 유행을 없애고 미국의 현재의 첫 팬데믹 이후에 두 번째의 2차 팬데믹이 가을에 올 수 있을 것 같다.
왜 그렇게 예측하는가? 첫째 이유는 미국인들의 자유분방한 습성이 문제이다. 지난 월요일 우리의 현충일 격인 ‘Memorial Day’ 주말에 여기 저기 해변가와 명소에서 마스크 안 쓰고 밀집해 그저 즐기는 모습을 뉴스 화면에서 봤다.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ing)'는 무시됐고 마스크를 쓴 사람도 찾을 수 없었다.
두번째는 지리학적인 문제다. 미국은 땅이 너무 넓고 크다. 코로나19의 유입 경로만 봐도 동부 지역은 유럽의 영향이 크고 서부는 아시아에서 유입된 것이 많다. 남부는 멕시코와 길게 국경을 같이 하기에 현재 빠르게 확산되는 중남미에서 바이러스의 재유입 가능성이 높다. 유입을 효과적으로 차단하기에는 너무 어려울 것 같다.
마지막 이유는 정치적인 문제다. 이번 가을에 미국 대통령 선거가 있다. 트럼프는 재선을 위해 경제를 빠르게 회복시키고 싶고 국민들을 자유롭게 왕래하게 해 선거에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는 '가려진 아젠다(Hidden Agenda)'가 있다.
그러면 다른 나라 말고 우리나라는 어느 시나리오일까? 필자는 당연히 3번째 시나리오라 확신한다. 코로나19 피크는 이미 신천지 덕분에 넘어섰지만 아직도 이태원 발 잔불이 계속 주변을 조금씩 태우는 코로나 상황이 계속 잔잔히 진행될 것이다.
그래도 조금 염려되는 것은 이태원 이후 새로운 바이러스19는 세계보건기구(WHO) 분류에 따르면 G그룹(C형)이다. 더 구체적으로 지난 주 칼럼에 소개한 'D614G' 변형이라 필자가 추측하기에 무증상 기간이 중국 유래 S/V그룹의 5~7일보다 ~10일로 더 길어져 경증, 무증상 환자가 자신도 모르게 조용한 전파를 시키는 것이 염려된다.
어떻게 조용한 전파를 막을 것인가? 이미 5월 16일 자 언론보도가 해답을 알려준다. 인천 어느 학원의 수학 강사가 이태원 클럽에 다녀온 뒤 확진 판정을 받기 사흘 전 마스크를 쓰지 않고 강의를 해 두 학생을 전염시킨 케이스다. 확정 판정 받은 2차 감염 두 학생이 예배에 참석한 게 알려지자 방역 당국은 "교회에서 이미 3차 집단감염이 벌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이태원 2차 확진자 두 학생이 다녀간 두 교회의 780명을 전수 조사했을 때 '기본의 기적’이 일어났다. 두 교회가 신도들에게 마스크와 장갑을 의무적으로 착용하게 했고, 지정좌석제를 시행했기 때문이다.
‘생활 속 거리 두기’를 잘 실천하면 집단감염, 2·3차 감염을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예다. 100년전 스페인독감의 데이터도 다시 면밀히 보면 ‘사회적 거리두기’가 바이러스를 밑(bottom)으로 내리는 가장 중요한 무기였다. 규칙과 약속을 각자 각자가 잘 지키면 그것이 모여서 '기본의 기적'이 일어난다.
많은 사람이 너무 지쳐 있어 도대체 언제 끝날까? 물어보지만 당분간 일상이 코로나 이전으로는 돌아가지는 않을 것 같다. 무엇보다 많은 사람들이 안전하게 맞을 수 있는 백신의 탄생 시기와 맞물려 있다. 그게 최소한 1년이고 더 늦어질 수 있다. 그러기에 답은 '현재의 상황에 어떻게 효과적으로 적응할 것인가?'가 개인이 넘어가야 할 문제이고 그룹이나 회사의 숙제이며 더 크게 나라 전체의 책임이다. 그 문제와 책임을 잘 견뎌낸다면 앞으로 대한민국은 미국과 극명한 비교가 될 것이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메디게이트뉴스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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