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5.03.19 07:24최종 업데이트 25.03.19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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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사직 이후 초과사망 없었지만...수술 지연·예후 악화 우려 증가"

의정갈등 이후 초과사망 없었지만 의료접근성 저하로 인한 취약계층 피해 불가피

서울대 보건환경연구소 김진환 연구교수

[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전공의 집단사직 이후 초과사망이 유의미하게 증가하지 않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지만, 수술 지연 등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장기적으로 기능적 예후 악화와 생존율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18일 서울대 의과대학에서 열린 '우리의 현주소; 의료 시스템 수행지표의 팩트 검토' 심포지엄에서 이 같은 의견이 나왔다.

이날 서울대 보건환경연구소 김진환 연구교수는 "초과사망과 관련한 사망률 분석은 최종평가가 아닌 논의의 시작점이 돼야 한다"며 의료대란에 따른 피해를 따지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가 마주한 문제가 어떻게, 왜 발생했는지를 밝히고, 사회적 고통과 불평등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연구를 시작했다. 하나의 원인만으로 현상을 설명하는 방식은 대체로 틀렸을 가능성이 크다"며 "발표할 연구결과는 지금의 의정갈등만의 문제가 아닌 지난 문제와 겹쳐 발생한 결과를 포함한다. 이 연구는 발생한 문제를 점검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평가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얼마나 사망했을지 예측하는 것은 가정의 영역"이라며 "초과사망이 3000명 나왔다고 해서 피해가 크다고 할 수 없고, 초과사망이 마이너스 5000명이라고 해서 피해가 없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는 경고로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과 2024년의 사망데이터를 비교하면, 2024년 의료대란 시기 사망률의 유의미한 증가와 관련한 증거는 찾기 어렵다.

그는 최근 발표한 '2024년 전공의 파업이 사망률에 미친 영향' 논문을 통해서도 지난해 초과사망자는 최소 -1만2101명에서 최대 -3만3084명으로, 예상 사망자 대비 실제 사망자 수가 적었다고 밝혔다.

그는 지역에 따른 차이도 확인되지 않았으며, 성별·연령 표준화 사망률 역시 크게 증가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단 85세 이상의 사망은 소폭 증가했는데, 이는 노인인구 증가와 분류군의 마지막 연령층에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이어 그는 사망률의 총량 변화보다 불평등에 따른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전공의 파업으로 인해) 불평등이 증가했을 수 있다"며 "요양시설에 머무르는 고령층 등 의료접근성이 낮은 취약계층의 사망률은 증가했을 것이다. 반면 병원 내 의료업무가 교수와 간호사에게 옮겨지면서 원내사망률은 감소하고, 건강검진 등으로 촉발된 이익보다 손해가 큰 의료서비스 제공이 줄면서 의인성 합병증이 감소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그는 의료접근성 하락으로 향후 몇 년간 만성질환 악화, 예방의료 부족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추가 연구를 통해 합병증 증가 현황을 살피고 의료 불평등 심화 여부 등을 평가해야 한다고 했다.
 
충남의대 예방의학교실 한창우 교수

이어 발제한 충남의대 예방의학교실 한창우 교수는 의정 갈등이 사망률 증가에 미친 영향을 분석하는 데 있어 여러 한계가 존재하며, 보다 정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교수는 초과 사망을 추정하는 과정에서 ▲의료 이용 행태 변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기존 사망 패턴의 변화 ▲호흡기 바이러스 유행 등 외부 요인의 영향 등을 주요 한계로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아직 코로나19 이전 수준의 사망 패턴을 회복하지 못했다"며 "2024년 7~8월 코로나19 유행 시기 사망의 증가와 2024년 12월~2025년 1월 사망 증가에 의정 갈등이 미친 영향을 파악해야 한다. 또 2024년 의정갈등 직후 응급의료 서비스 제공 능력이 급격하게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코로나19와 인플루엔자 유행으로 인해 응급의료 수요가 높은 시기에도 충분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진 토론회에서 서울대병원 중환자의학과 하은진 교수는 의료 대란이 초과 사망률에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았더라도 수술 지연, 기능적 예후 악화 등 부작용을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 교수는 “초과 사망이 없었다는 연구 결과가 과학적으로 합리적일 수 있지만, 이를 근거로 양측(정부, 의료계)의 면죄부가 돼서는 안 된다"라며 "특히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면서 불필요한 갈등을 유발했고, 이는 환자와 사회에 피해를 주고 희생을 유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불필요한 갈등으로 인해 어떤 피해가 있었고, 희생이 있었는지 파악하고 향후 현명한 해결책과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다만 합리화를 위해 어떤 연구를 해석하기보단 객관적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며 "단지 사망자가 줄었다는 것에서 그치면 안 된다. 현재 사망으로 집계되지 않았을 뿐 치료 시기 지연과 예방적 치료 지연이 예후 악화, 생존율 감소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교모세포종 수술과 혈관문합술을 일례로 들면서 "지난해 교모세포종 수술 건수가 전년 대비 줄었다. 교모세포종은 악성인 만큼 수술 시기에 따라 예후가 달라질 수 있는데, 최근 중증도가 상승한 상태에서 수술이 이뤄지고 있다고 느꼈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당장 필요하지 않지만, 질환이 나빠질 것을 대비해 예방적으로 하는 수술이 미뤄지고 있다. 당장 급하지 않기 때문에, 재원이 한정적이니까 발생한 일이다"라며 "뇌졸중이 잘 생기는 모야모야병이 있는데, 이 병을 가진 환자의 혈류가 떨어질 경우 예방적으로 혈관문합술을 해야 한다. 이는 뇌경색을 예방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알려져있지만 2024년 수술 건수는 2023년의 70%에 그쳤다"라고 설명했다.

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곽재건 교수는 의료대란으로 환자와 부서 내 큰 피해는 없었지만, 수술 대기 시간은 길어졌다고 언급했다.

곽 교수는 "그간에는 수술이 필요한 아기의 수술 대기 시간은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길지 않았다. 하지만 의료대란 이후 마취과 선생님이 빠지고, 수술실이 많이 열리지 않으면서 대기해야 하는 환자가 늘었다. 이에 기존 수술 일정을 조절해 상태가 위중해 보이는 환자 수술을 먼저 하는 등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는 점점 수술실이 많이 열리고 있고, 간호 인력도 더 늘어나고 있다. 이에 예년의 80%까지 수술을 진행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보건복지부 이중규 건강보험정책국장은 다양한 요인을 고려한 연구가 필요하며, 정부도 이에 동의한다고 언급했다.

이 국장은 "초과사망이 있다 없다를 지금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요인이 있으니 그걸 분석하고 어떤 문제가 있는지 밝히자는 것에 동의한다"며 "지금 결론을 내는 것보다 어디서 어떻게 피해가 있었는지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응급실은 가급적 중증 환자가 갈 수 있도록 정책을 바꾸다 보니 가동률 등이 떨어진 것으로 분석된 것 같다"며 "응급환자 중증도 분류 체계 기준(KTAS) 변화에 따른 분석도 이어지면 좋을 것 같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복지부는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대책을 발표했다"며 "필수의료 분야에 5년간 10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다만 작년부터 추진하려 했으나 발표하자마자 의정갈등이 터졌고, 논의를 바로 진행하기 어려웠다. 정부도 이번 사태의 신속한 문제 해결을 위해 의료계와 지속적으로 협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지원 기자 (jwlee@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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