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삼성융합의과학원 장일영 교수 "간병 부담까지 줄여 실제 사회적 비용 절감 효과 더 클 것"
평창 노쇠예방사업, 6개월간 운동∙영양∙정신건강 관리 등 다면 중재…상태 나빴던 노인들에 더 큰 효과
삼성융합의과학원 장일영 교수(전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가 메디게이트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초고령사회에 들어서면서 의료비 증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늘어나는 노인 수 만큼 의료비도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당연해 보이는 논리다. 하지만 이 같은 우울한 전망 속에 희망을 제시한 강원도 평창군의 사례가 주목받고 있다.
지난 11월 국제학술지 자마 네트워크(JAMA Network)에는 강원도 평창군이 노인들을 대상으로 6개월 간의 ▲운동 ▲영양관리 ▲우울증 관리 ▲약물 조정 ▲낙상위험 제거 등의 노쇠예방사업을 실시한 장기 추적 결과가 공개됐다. 프로그램 참여 노인 187명을 대상으로 이후 66개월간 의료비 지출을 확인한 결과는 놀라웠다. 외래는 소폭 늘었지만 입원이 크게 줄어들면서 1인당 의료비 지출은 1000만원 절감됐다. 투입한 비용의 8.8배에 달하는 효과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노인들의 자택 생존기간은 대조군 대비 6.5개월 더 길었고, 신체 장애 발생도 2년이나 늦춰졌다. 특히 나이가 많고 건강 상태가 더 나빴던 노인들에게서 더 큰 효과를 냈다.
이 같은 평창군의 노쇠예방사업을 주도한 건 삼성융합의과학원 장일영 교수(전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다. 2014년 당시 공중보건의사 신분이던 장 교수는 보건지소에서 노인들을 진료하다 노쇠 예방 프로그램을 구상하게 됐다.
공보의 시절 사업 시작…"지자체 보건 사업, 질환 중심→사람 중심 전환 필요"
최근 메디게이트뉴스와 만난 장 교수는 “평창군의 사례는 ‘노인은 안 된다’는 통념을 깼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개별 노인들에 대한 평가를 통한 고위험군 선별과 이들 대상의 강도 높은 근력운동, 단백질 제공만 이뤄져도 큰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했다.
장 교수는 그동안 지자체의 보건사업들이 단일 질환 중심으로 짜여져 있어 불필요한 자원 낭비를 초래해왔다고 지적했다. 고혈압, 당뇨병, 암 등 개별 질환을 담당하는 부서가 각각 사업을 추진하면서 자원이 중복으로 쓰이고, 되레 복지 사각지대가 발생하는 등의 부작용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에 장 교수는 평창군에 질환이 아닌 사람 중심의 접근 방식을 접목했다. 개별 노인들의 건강 상태를 통합적으로 평가해 해당 노인이 필요로 하는 부분만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을 도입한 것이다. 이는 자연스레 비용 효율화와 참여자들의 만족도 제고라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었다는 게 장 교수의 설명이다.
평가를 마친 후 시작된 중재 프로그램도 기존 국내외 프로그램들과 차이가 있었다. 기존 프로그램들이 운동이나 영양 관리만으로 구성된 반면, 평창군의 사업은 필요한 참여자들에 한해 우울증 관리, 약물 재평가, 낙상위험 제거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됐다는 점이다.
장 교수는 건강 개선의 ‘발목’을 잡는 요인들을 제거해준 것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존 프로그램들은 운동이면 운동 영양이면 영양 등 단일 프로그램만으로 진행되는게 대부분”이라며 “하지만 우울하면 소화가 안 되고 활동도 줄어든다. 복용하는 약이 많은 것, 낙상으로 부상을 당하는 것도 운동과 영양 강화의 효과를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이걸 제거해줬다”고 했다.
노쇠예방사업은 상태가 더 나쁜 노인들에게서 더 큰 효과를 보였다. 자료=장일영 교수
1인당 의료비 1000만원을 절감한 사업. 초고령사회 시대에 주목받을 수밖에 없지만, 장 교수는 자원의 한계 등으로 평창의 사례를 전국적으로 그대로 도입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거라고 예상했다. 평창에 비해 인구가 훨씬 많은 지자체의 경우 노인들을 평가하고 중재하는 데 대해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을 거라는 것이다.
이에 장 교수는 ‘간소화’와 ‘선택과 집중’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평가의 경우 고위험군을 걸러내는 선별(스크리닝) 검사는 예∙아니오로만 답변하면 되는 AI 전화 등으로 2분 이내에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보다 자세한 노인포괄평가는 선별검사에서 추려진 고위험군을 대상으로만 진행하면 된다는 것이다.
이후 중재 과정에서는 ‘근력 운동’과 ‘단백질 결핍 예방’에 집중하는 게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제안했다. 우울증 관리, 약물 관리, 낙상 예방 등을 포함한 평창만큼은 아니더라도 강도 높은 근력 운동과 단백질 섭취가 노쇠를 막고 의료비를 절감할 열쇠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근력 운동'과 '단백질'이 핵심…"노인도 달라질 수 있다" 사회적 인식 변화 필요
장 교수는 “실제 연구 결과에서 근감소증 개선이 효과의 핵심 요인으로 확인됐다. 근감소증 위험군만 잘 솎아내서 제대로 중재만 해주더라도 노화를 되돌릴 수 있다”며 “다만 어설프게 할 경우엔 오히려 자원만 낭비하게 되니 제대로, 강도 높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평창 프로그램을 통해 1인당 1000만원 의료비를 아꼈다고 하지만, 가족들의 간병 부담까지 줄어든 걸 고려하면 실제 비용 절감 효과는 이보다 훨씬 클 것”이라며 노쇠예방 사업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장 교수는 끝으로 보건의료 인력을 대상으로 한 노인 건강 평가와 중재 전략에 대한 교육, 노인포괄평가 수가 신설 필요성도 강조했다. 노인포괄평가는 노인의 상태를 다차원적으로 평가해 맞춤형 치료 및 돌봄 계획을 수립하는 기초 평가로, 노인의학 진료의 표준이다.
그는 “평창에서는 실제로 건강 상태가 평균 이하이던 노인들이 평균 이상으로 회복되는 ‘초과 회복’도 확인됐다”며 “의료진과 정책 담당자 모두 ‘노인도 좋아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노인포괄평가는 한 번만 하더라도, 혹은 1~2년 주기로만 이뤄져도 임상적으로 충분한 의미가 있다”며 “가령 건강검진 후 결과 상담 과정에서 노인의 전반적 기능 상태를 함께 평가할 수 있게 하고, 10~15분 이상 진행될 경우 수가를 매기는 방식이 어떨까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