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12.07 08:34최종 업데이트 23.12.07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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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는 '비대면' 복약지도는 '대면' 코메디" 의료계,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폐기 요구

대개협 및 13개 의사회, 6일 기자회견서 시범사업 참여 거부 의사 밝혀...기존 의료인프라 파괴 정책

대한개원의협의회와 각 의사회가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폐기를 촉구하고 있다.
대한개원의협의회 김동석 회장

[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확대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의료계가 시범사업에 대해 전면 참여 거부 의사를 밝혔다. 또 복약지도는 대면이고 진료는 비대면이라는 문제도 제기했다.

지난 6일 대한개원의협의회는 대한의사협회 대강당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확대 철폐를 요구했다.

대개협 김동석 회장은 "이번 시범사업은 국민건강에 대한 다양한 우려와 함께 기존 의료 인프라를 파괴하는 정책"이라며 "의료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정책임에도 의료계와 합의 없는 일방적인 확대 발표에 분노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비대면 진료는 코로나19에서 한시적으로 시행한 것이며, 이미 코로나로 진단이 된 환자기 때문에 증상 완화 처방만 가능했다. 또 환자가 사망하더라도 코로나로 인한 사망으로 인정해 의료분쟁의 여지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환자의 진료는 문진만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고, 시진 촉진 타진 등 기본적인 진료 원칙은 지켜져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대면 진료로는 피할 수 있는 오진의 위험성 증가로 그 피해는 직접 환자에게 돌아간다. 이에 따른 법적 책임은 의료진에게 전가될 것"이라며 의료사고로 인한 의사들의 기소 증가를 우려했다.

이어 "지금처럼 비대면 진료를 완전히 확대하는 것은 절대 안 된다"며 "기본적인 의료 원칙을 벗어난 제도는 인정할 수 없다. 가능하다면 비대면 진료는 전부 폐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비대면 진료는 진료의 기본 원칙이 무너지는 제도라는 비판과 함께 복약지도는 '대면'이라는 문제제기도 이어졌다.

김 회장은 "진료는 비대면인데, 약은 약국에서 받아야 하는 것은 코메디"라며 "진료는 비대면이 되고 복약지도는 대면만 가능하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환자 편의성을 위한 정책이라면 약을 받기 위해 약국에 갈 필요 없이 의사가 약을 주는 선택분업을 시행하면 해결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비대면 진료 확대로 전국에 있는 의사가 약을 처방하면 약국은 모든 약을 비치할 수 없으므로 결국 대체조제를 할 것이다. 만약 비대면 진료를 제도화한다면 모든 약을 비치할 수 있는 초대형 도매상을 만들어 약을 배달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한내과의사회 박근태 회장

대한내과의사회 박근태 회장은 국민 편의를 도모하려는 제도가 사실은 국민 건강권을 위협한다고 주장했다.

박 회장은 "정부에서는 감기나 복통은 간단하고 편리하게 비대면으로 진료받아도 된다고 쉽게 이야기하지만 실제 진료현장에서는 중증폐렴이나 수술이 필요한 외과질환의 위험성에 가슴을 졸이고 있다"며 "비대면 진료의 가장 큰 문제점인 오진으로 인한 의료사고가 급성기 증상에 대한 불충분한 진찰 때문에 발생할 위험이 제일 높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국민의 편의를 도모하려다가 국민의 건강권이 심각하게 위협받을지도 모르는 위험한 정책으로 돌변한 것이다. 또 오진으로 인한 의료사고의 책임 소재 문제가 야기 돼 국민에게 고스란히 피해로 떠안게 된다"고 덧붙였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이형민 회장은 "국민 편의를 위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당연히 개정돼야 한다. 하지만 의료는 안전성이라는 것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 그런데 정부가 어떤 자신감으로 이렇게 비대면 진료를 밀어붙이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 회장은 "응급의료의 목표와 비대면진료 목표는 다르다. 응급의료는 응급환자를 살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반면 비대면 진료는 환자 편의를 목적에 둔다. 안전성을 무시하고 효율과 편의라는 측면만 보고 사업을 시행하는 것이 맞는지 의문스럽다"며 "응급의료 취약지를 마치 비대면 진료가 필요한 지역인 것처럼 이야기하는데, 이는 기본부터 잘못됐다. 응급의료 취약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해결방안이 비대면 진료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대한안과의사회 정혜욱 회장

대한안과의사회 정혜욱 회장은 "안과 특성상 반드시 환자에 대해 현미경 검사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우리 가족조차 진료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황찬호 회장 역시 진료의 기본 원칙이 무너지는 제도라고 비판하며, 대면 진료 필요성을 강조했다.

황 회장은 "문진과 실제 진료가 일치하는 경우는 약 50%정도 뿐이다. 환자의 문진만 보고 처방할 경우 항생제 처방률이 높아질 것이다. 이뿐 아니라. 비강암 등 눈으로만 봐도 금방 진단할 수 있는 질환을 비대면으로는 놓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초진에서 비대면 진료를 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이후에도 비대면 진료를 보는 것은 진료의 기본이 무너지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회장은 보건복지부는 대국민 사기극을 펼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임 회장은 "보건복지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코로나19 유행 기간동안 허용했던 2만 5600여 개 의료기관에서 3661만 건의 비대면 진료 결과 처방 과정에서 작은 실수 5건 나온 게 다라고 밝혔다. 이건 보건복지부의 거짓말이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소아 환자의 비대면 진료의 위험성을 언급했다.

임 회장은 "소아의 경우 증상이 모호해서 진단이 상당히 어렵다. 그리고 증상이 급격하게 진행되는 특성이 있어 사망에 이르는 데 걸리는 시간이 굉장히 짧다"며 "과연 급성충수돌기염과 장중첩증 등을 비대면 진료로 진단할 수 있는지 복지부 장관과 차관에게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장에서는 비대면 진료로 인한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책임소재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임현택 회장은 "소아청소년과학회와 의사회는 누누이 소아 환자는 증상표현이 모호해 진단이 어렵고 사망에 이르는 데 짧은 시간이 걸려 비대면 진료는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료현장의 전문가를 무시하는 정책을 정부는 강행하고 있다"며 "정말 문제가 없는 정책이라면 환자가 사망했을 때 정부는 '내가 배상하고 감옥에 가겠다'고 국민에게 분명하게 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회장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재연 회장은 "현재 비대면 진료에서는 처방에 따른 책임소재가 문제로 남아있다"며 "비대면 진료 중 오진으로 인한 의료분쟁에 대한 대책 마련 없이 시범사업이 시행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복지부는 탈모, 여드름, 다이어트 의약품 관리에 대해 검토하겠다고 밝혔을 뿐 오·남용을 막기 위한 제한은 두지 않고 있다"며 "불법 비대면 진료 신고센터를 운영한다고 해도 지침 준수 여부를 잘 모르는 환자나 지침을 어긴 당사자는 신고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김 회장은 이번 비대면 진료 확대안은 의료계를 압박할 카드, 의료계 이슈를 분산시킬 카드로 사용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 회장은 "이번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확대는 의료계 파업을 대비하는 방법인 동시에 앞으로 있을지 모르는 의대 증원 반대 투쟁 전선과 새로운 비대면 진료 확대, 두가지 이슈를 두고 분산정책으로 사용되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며 "복지부는 의료계 파업기간에도 비대면 진료를 전면확대해 병원급 외래기능을 대체할 수 있도록 사전 준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는 병원과 의원 분열을 꾀하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김 회장은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확대는 의대증원 반대 전선에서 병원과 의원간 분열을 꾀할 수 있는 방법으로 사용될 수 있다"며 "연휴 기간, 공휴일, 야간에는 의원급 의료기관 대부분이 문을 닫기 때문에 진료를 받기 어렵다. 또 비대면 진료를 의원기관에 소속된 의사가 해당 의료기관 내에서 시행해야 한다. 하지만 의원급은 당직을 서지도 못하는 구조라 의원급 의료기관에는 더욱 불리하다"고 설명했다.

이지원 기자 (jwlee@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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