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1.08.09 05:57최종 업데이트 21.08.09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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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우리 회사 약 많이 처방해주면 NIP 독감백신 더 줄게" 어느 제약회사의 일탈

코로나19 병행에 NIP 독감백신 부족에 발만 동동...벌써부터 물량 확보 나서는 의사들에 '찬물'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서민지 기자] 코로나19 팬데믹이 장기화하면서 인플루엔자(독감)까지 유행하는 트윈데믹을 막기 위해 지난해 독감백신 접종량이 대폭 증가했다. 일선 개원가들은 독감백신을 구하지 못해 상당한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를 반면교사 삼아 올해 개원가들이 여름부터 독감백신을 미리 구매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부 역시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 일정 고려해 10월말까지 모든 독감백신 국가출하승인하기로 하고, 이달 초 87만 8000명분을 국가출하승인했다.

개원가들은 지금부터 독감백신을 수요에 맞게 적정 확보하면 가을철에 원활하게 접종을 시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일부 개원의가 직면한 현실은 달랐다.

모 제약사 영업사원은 "우리 제품을 처방한 순서대로 독감백신을 비례해 제공할 것이다. 매출이 나온 만큼 주겠다"면서 해당 제약사 제품 처방을 늘리도록 강요하고 있다는 개원의들의 제보가 나왔다.

더욱 문제는 유료 백신 분이 아닌 NIP(국가필수예방접종사업) 물량에 대한 것을 자신들의 영업실적에 악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소아 독감 NIP 사업은 민간 의료기관이 자체적으로 제약사로부터 백신을 구입해서 접종을 한 후, 질병관리청에서 시행료를 주고 약가 차액을 제약사가 감액 처리를 해주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예를 들어 병의원이 독감백신을 2만원에 구입한 후 NIP 환자에게 접종하면, 질병청이 1만원을 주고 제약사나 도매상이 결제한 금액 2만원 중에서 차액인 1만원을 다시 돌려주는 구조다.

개원가 A의사는 "지난해 독감백신이 너무 부족해 미리 준비하고 있는데, 모 제약사가 자신들의 약을 써야만 NIP물량도 준다는 식으로 영업을 하고 있다"면서 "유료 독감백신도 아니고 국가가 시행하는 무료 독감백신을 가지고 불법 리베이트를 저지르는 꼴"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대체 약 처방과 NIP 연결이 가능한 일일까. 해당 제약사 홍보실에 문의하니 "영업사원이 NIP 물량도 같이 담당하고는 있으나, 사내 교육시 이를 다른 제품과 연관지어 영업하지 말라고 하고 있다. 개인적인 일탈이다"라고 해명했다. 

그는 또한 "실제 리베이트로 하는 것은 아닐 것이고, 워낙 물량이 부족하다보니 공급이 어려워 둘러댄 핑계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해명에 독감백신을 유통 중인 다른 제약사들은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해당 제약사 외에 다른 독감백신 NIP 사업에 참여하는 제약사들은 영업사원이 NIP백신에 관여하지 않고 있으며, 영업활동이나 실적 연관을 둬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냈다.

물량부족 사태로 개원가 사이에 독감백신 확보를 위한 경쟁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제약사는 NIP물량에 대해 유통만 해주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영업사원들이 물량이나 실적 관리를 전혀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즉 한 제약사의 일탈, 어쩌면 그 제약사의 일부 영업사원의 이기심으로 인해 독감백신 접종사업이 올해 또다시 차질이 빚어질지는 않을지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제약 영업사원이라면 자신의 회사 제품을 더 많이 알리고 처방량을 늘리도록 유도하는 것이 정상적인 행동이지만, 국가의 대규모 사업이자 코로나19 시국에 국민의 건강권이 달린 사안에 대해 개별 이익에 눈이 멀어 제멋대로의 기준으로 공급에 제한을 두는 것은 적절치 않은 처사다.

그렇잖아도 제약사들이 공익을 위해 적은 이익으로 추진하는 NIP사업인데, 이 같은 한 회사, 한 영업사원의 일탈로 인해 더 많은 규제와 제약이 가해진다면 결국 그 피해는 국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지난해 독감백신을 둘러싼 대혼란과 물량부족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지금이라도 NIP사업에 대해서는 영업이익 활동과 연관짓지 않고 원활한 공급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서민지 기자 (mjse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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