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19.01.29 05:45최종 업데이트 19.01.29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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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인 폭력 대책, 진료과목별 대응시설 구체화하고 의료기관 개설자 책임 강화해야

국회입법조사처, '의료기관 종사자에 대한 폭력 관리 현황 및 개선 과제' 제시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정다연 기자] 안전한 진료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진료과목별로 폭력에 대응하는 안전시설과 장치를 구체화 하고 전반적인 의료기관 환경 전체를 개선하기 위해 의료기관 개설자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25일 발행한 '이슈와 논점'에서 '의료기관 종사자에 대한 폭력 관리 현황 및 개선 과제'를 제시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의료기관은 의료진, 원무직원, 입원환자 및 외래환자 등이 밀집된 공간으로 재난·테러 발생시 대응이 매우 취약하다"며 "거동 불편 등 건강하지 않은 사람들이 모여 있기 때문에 대피 등의 과정에서 더 큰 사고로 이어지기 쉽다"고 했다.

입법조사처는 "폭력 발생의 잠재적 위험이 큰 의료기관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응급실뿐만 아니라 진료실, 대기실, 검사실 등 의료기관 환경 전체를 개선할 것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의료기관 내 폭행 예방에 대한 현행법의 한계

현행법 중 의료기관 안전관리에 대한 규정을 가지고 있는 법은 의료법, 산업안전보건법,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등이다. 입법조사처는 현행법이 의료기관 종사자들에 대한 폭력을 예방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봤다.

의료법 제 36조 2항은 의료기관 개설자는 의료기관의 안전관리시설 기준에 관한 사항을 준수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의료법 시행규칙(제 35조)에 따르면, 의료기관 개설자는 환자, 의료관계인, 그 밖의 의료기관 종사자의 안전을 위해 시설을 갖추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여기에 적시된 시설은 화재 등 긴급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시설, 세균오염 방지 등에 관한 시설, 채광·환기 등에 관한 시설, 전기·가스 등 위해 방지에 관한 시설, 방사선 위해 방지에 관한 시설, 그 밖에 진료과목별로 안전관리를 위해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시설 등이다.

입법조사처는 "의료법 시행규칙은 진료과목별 안전관리 필수시설에 대해 구체적으로 적시하지 않고 있다"고 짚었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의료기관 등 서비스업 종사자의 근무 중 위험에 대해 담고 있다. 하지만 입법조사처는 "보건의료 종사자가 업무 중에 직면하는 다양한 위험을 모두 법규에 포괄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산업안전보건법은 감염, 폭언 등 제한적인 부분에 대해서만 안전관리 규정을 가지고 있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제 8장)은 병원체에 의한 건강장해의 예방을 다루고 있다. 이는 의료법상 의료행위를 하는 근로자가 감염병으로부터 예방 조치를 받아야 하는 권리를 적시하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제 26조의2)은 고객의 폭언 등으로 고객응대근로자의 건강 장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 사업주가 업무의 중단 또는 전환 등 조치를 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 60조 1항은 지난 15일부터 시행된 신설조항으로, 응급실에서 응급의료종사자를 폭행한 사람에 관한 가중 처벌 규정을 담고 있다. 이 조항에 따르면, 의료기관의 응급실에서 응급의료종사자를 폭행해 상해에 이르게 한 사람은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며, 사망에 이르게 한 사람은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입법조사처는 "그러나 이 법률 개정은 의료인이 폭행 등에 노출됐을 때 위험을 최소화하거나 미연에 방지하는 효과를 내는 데 한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의료기관 안전에 대한 해외 규정처럼 한국도 시스템 갖춰야

해외에서는 의료기관의 안전관리 규정에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 국회입법조사처는 미국의 의료기관 시설 가이드라인, 미국 산업안전보건청 가이드라인, 영국의 보건안전처 가이드라인을 소개했다.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비영리 기관인 '시설 가이드라인 연구소'(Facility Guidelines Institue) 가이드라인과 산업안전보건청 가이드라인 등을 통해 의료기관 내 폭력을 예방한다.

'시설 가이드라인 연구소'(Facility Guidelines Institue)는 의료기관이 종별 상관없이 최소한 지켜야 하는 시설 기준들을 한 권의 가이드라인으로 편찬해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조사처에 따르면, 이 가이드라인은 의료기관 내에서 발생 가능한 화재·미생물감염·화학물질테러 등 위험 상황 대응을 위한 설비 요건을 열거하고 있다.  

산업안전보건청(Occupational Safety and Health Administration, OSHA)은 사회복지사, 간호사, 간호조무사, 각종 치료요법 전문가, 가정방문 서비스 제공자 등 의료·사회 서비스 제공자를 폭력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이 가이드라인은 일터에서 처할 수 있는 위험을 최소화 하기 위해 물리적 환경 개선 등 공학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의 개선안을 권고한다.

산업안전보건청 가이드라인은 특히 다양한 유형의 폭력을 예방하고 위험을 최소화 하기 위해 병원 및 입소형 치료시설의 구체적인 설비 개선 방안을 예시로 제시하고 있다. 설비 장치는 보안·무음 경보체계, 비상구 확보, 금속 탐지기, 모니터링, 직원 보호를 위한 장애물 설치, 실내 외 환경, 신원확인표식 등 7개 분야로 구분돼 폭력 예방을 위한 구체적인 지침을 제안한다.

영국에서는 보건안전처(Health and Safety Executive)가 의료 및 사회복지 종사자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통해 폭력 사고 예방을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조사처에 따르면, 보건안전처 가이드라인은 개별 부스 설치로 환자의 프라이버시를 보장하고 공황 경보시 지역 경찰서와 연계가 가능한 시스템을 갖추도록 권고한다. 또 위급 상황일 때 연결될 수 있는 전화 및 외부 CCTV를 설치하는 등 업무 환경 개선도 요구한다.

입법조사처는 의료인 개인 노력은 한계가 있다면서 의료기관 내 폭력을 실질적으로 예방하려면 전반적인 의료 환경을 개선해 폭력 예방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의료기관 개설자의 책임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입법조사처는 "먼저 진료과목별로 폭력에 대응하기 위한 안전관리 필수시설이나 장치 등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는 의료법 시행규칙에 진료과목별 환자의 특성을 고려한 폭력 대응 안전 필수 시설을 적시해야 한다는 뜻이다.

의료기관의 물리적 환경 개선도 강조했다. 입법조사처는 "의료인을 비롯해 종사자 개인에게 폭력에 대처하는 요령을 숙지시키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입법조사처는 "흉기 등 살상의 위험이 있는 물건이 의료기관 내로 반입되지 않도록 걸러주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며 "이에 대한 의료기관 개설자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입법조사처는 원내 안전요원 배치, 정신과 진료실 출구 추가 설치, 비상벨, 금속 탐지기, 보안검색대 설치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의료기관 환경 전체를 개선하는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서는 의료기관 개설자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다연 기자 (dyjeong@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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