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업데이트 22.05.13 11:15

[1㎜ 금융톡]신한금융, 경쟁사 40대 부장을 손보 사장에 앉힌 이유




[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신한금융지주가 경쟁사의 40대 ‘부장’을 새 보험 자회사의 ‘최고경영자(CEO)’로 내정하는 파격적 인사를 단행해 화제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는 전날 서울 중구 본사에서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를 열고 강병관(45·사진) 전 삼성화재 투자관리파트장(부장)을 BNPP카디프손해보험 인수추진단장 겸 사장 후보로 내정했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11월 손해보험업 진출을 위해 카디프손보 인수를 발표한 후 현재 자회사 편입에 대한 당국 인가를 진행 중이다.
1977년생으로 올해 만 45세인 강 내정자는 포스텍에서 수학·컴퓨터공학을 전공했고 뉴욕대에서 수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통상 보험사엔 경제·금융, 법학 전공자가 주를 이룬다. 기술 영업을 위한 공학 전공자들이 간간히 있지만 보험계리사를 제외하면 수학·응용통계학을 전공한 직원은 드문 것으로 알려졌다.
강 내정자는 대학 재학 중엔 카페24등 스타트업에서 IT 솔루션·서비스 개발 프로그래머로 일했으며, 2006년 삼성화재에 입사한 뒤엔 ▲기획 ▲리스크관리 ▲해외전략 및 글로벌사업 ▲경영관리파트 등 요직을 두루 거치며 지난 2020년 투자관리파트장(부장)으로 고속 승진했다. 아울러 그는 삼성금융네트워크의 디지털 통합플랫폼 구축 실무를 담당했으며, 최근엔 삼성화재의 디지털손해보험사 설립을 위한 국내·외 플랫폼 기업과의 합작 추진 등 손해보험업 전반에 걸쳐 다양한 역할을 수행했다.
강 내정자는 재직 당시에도 탁월한 업무능력과 함께 상·하 직원과의 원만한 관계·소통을 이어와 신망이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권 관계자는 "통상 77년생이면 동기들은 은행에선 이제 지점장(부장) 자리에 오르고 있는 수준이고, 은행권보다 더 보수적인 보험사에선 차장급이 다수고 부장급은 찾아보기 어렵다"면서 "석사 학위를 감안하더라도 동기급 중에선 상당히 빠른 승진 속도를 보인 것"이라고 귀뜸했다.
업계선 보수적이기로 유명한 보험업계에서 40대, 그것도 경쟁사의 부장급 직원을 새 자회사의 CEO로 내정한 데 대해 ‘파격적’이란 평가다. 지난 2020년 45세의 나이로 업계 최연소 CEO 자리에 오른 조지은(47) 라이나생명 대표 등 일부 사례는 있지만 흔치는 않아서다. 업계 관계자는 "외국계나 사모펀드(PEF) 산하 보험사의 경우 더러 젊은 CEO를 선임하는 경우가 있으나 전통적인 보험사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더더군다나 임원도 거치지 않은 부장급 인사를 사장으로 직행시킨 것은 상당히 파격적인 인사 조치"라고 전했다.
신한금융은 이와 관련 "나이나 경력에 비해 풍부한 보험시장 경험과 넓은 시야, 새로운 영역을 넘나드는 도전적인 이력을 높이 평가했다"라며 "업계 관행 등에 구애 받지 않고, 디지털 손해보험업에 대한 다양한 비전과 아이디어를 제시하며, 신한금융그룹 내부는 물론 금융업계 전반에 신선한 반향을 불러 일으킬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신한금융이 강 내정자를 선임한 것은 카디프손보를 ‘디지털 손해보험사’로 발전시키기 위한 적임자라고 판단한 까닭이다. 강 내정자는 삼성화재에서 기획, 리스크관리 등 전통적인 요직을 두루 거친데다, 디지털 사업을 추진해 본 경험도 갖고 있다. 자경위 측은 "많은 금융회사가 디지털 손해보험업에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성공 사례는 없는 상황"이라며 "국내외 유수의 기업과 합작을 통한 디지털 손보사 설립, 해외 손해보험시장 지분투자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추진해 온 내정자의 경험과 전문성은 향후 카디프손보의 변화에 큰 동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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